韓 항공업계, 작년 매출은 ‘역대급’, 영업익은 ‘뒷걸음’…“운용리스 항공기 영향”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2.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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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매출 '고공비행'에도 영업익‧순이익 하나같이 대폭 감소
대한항공外 대부분 항공사 운용리스 항공기 운영…‘고환율’ 폭탄
국내 항공사들이 지난해 몸집 불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오히려 악화된 모습을 보이며 올해 내실 다지기가 시급한 실정이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잇따라 기록하며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해외여행 수요 급증으로 인한 국제선 여객 정상화와 중국발 이커머스 물량 증가로 인한 항공화물 운송 활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몸집을 불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오히려 악화된 모습을 보이며 올해는 내실 다지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고환율 기조,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 확산 등도 항공업계가 올해 개선된 실적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11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주요 저비용항공사(LCC)의 국제선 여객 수는 2615만7346명으로 전년 대비 21.8% 늘었다.

이같은 수치는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과 비교해도 19.9% 증가한 수치다.

여객 수요 증가는 고스란히 LCC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 1조9358억원, 영업이익 799억원, 순이익 21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3% 오르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52.9%, 83.8% 대폭 감소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진에어의 지난해 매출은 1조46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4.4% 늘었다. 이는 진에어 역대 최대 매출이다. 에어부산 역시 지난해 매출 1조68억원을 달성하며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두 회사의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과는 상반되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각각 8.5%, 8.4% 줄어든 1667억원, 1463억원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순이익의 경우 진에어는 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3% 쪼그라들었고, 에어부산은 24억원으로 무려 97.7% 폭락했다.

이달 말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티웨이항공 역시 여타 LCC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의 지난해 매출액 전망치는 전년 대비 13.9% 신장한 1조5368억원이다. 이 또한 역대 최대치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3% 급감한 414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대형 항공사(FSC) 중 한 곳인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실적도 LCC들과 대동소이하다.

아시아나항공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은 7조592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622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84.5% 줄어들었다. 지난해 순이익 역시 -478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항공 업계에 불어닥친 이같은 수익성 악화 흐름은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만 빗겨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간 매출 16조1166억원, 영업이익 1조94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6% 성장하며 1969년 창립 이래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은 22.5% 증가했다.

요약해보면 대한항공을 제외한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은 매출의 경우 하나같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곤두박질 친 상황이다.

수익성이 급감한 항공사들은 “고환율과 고유가에 발목이 잡힌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 ‘고환율 기조’에 운용리스 항공사들 울상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들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수익성이 곤두박칠 친 이유로 항공기 리스 비용을 꼽는다.

항공기 리스 비용이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만큼 ‘고환율 기조’에서 실적에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LCC의 경우 항공기를 빌려 쓰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지난해 환율 급등 부담이 가중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항공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구매기와 리스 항공기 모두를 활용하고 있다.

이중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구매(소유기+금융리스)와 임대 비율을 9대 1로 유지 중이다. 이 때문에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며 외형과 내실을 모두 다질 수 있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구매 4에 임대 6 수준이다. LCC의 경우는 운용리스 비율이 더욱 크다. 특히 진에어와 이스타항공의 항공기는 모두 운용리스다.

항공기 한 대 가격이 2억7900만달러(보잉777-330ER 기준)에 육박할 정도로 고가인 반면 월 리스료는 120만달러 정도이기 때문에 LCC 입장에선 운용리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또 매달 리스비를 지불하는 운용리스는 항공기 전체 가격을 할부로 나눠 내는 금융리스보다 고정비를 아낄 수 있어 국내 LCC들은 그간 운용리스로 항공기를 운영해 왔다.

이같은 이유로 LCC들은 환율에 따라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환율 기조는 운용리스 비율이 높은 항공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항공 업계에서는 운용리스 대신 항공기 구매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0월 보잉의 최신 기종 B737-8 12대 도입 계약을 맺었다. 올해 7대, 2026년 5대가 인도된다.

제주항공은 신규 항공기 5대를 구매해 순차적으로 들여오고 있다. 2018년 보잉사와 B737-8 50대(옵션 10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항공기를 인도받고 있다.

제주항공은 향후 보유한 항공기 전부를 운용리스에서 구매기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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