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플레이션’에 소비자들 원성 …가성비 뗀 '근근히 한 끼'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정부 ‘콘트롤타워’의 부재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식품‧외식 물가가 우후죽순처럼 무서운 기세로 오르는 가운데 ‘가성비 한 끼’ 식사로 대표되던 햄버거 마저 4월부터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을 선언하자 버거 후발 주자나 가격 인상 막차를 타기 위한 여타 업체들이 ‘눈치게임’을 마치고 너도나도 가격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버거 1만원 시대 진입이 그야말로 현실로 다가오자 소비자들은 ‘버거플레이션(버거+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를 성토하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31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4월부터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낸 주요 프랜차이즈는 롯데리아, 노브랜드버거, 써브웨이 등이 꼽힌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다음달 3일부터 65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3.3% 인상한다. 이는 지난해 8월 인상 이후 8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올해 인상 폭은 100~400원으로 지난해 8월 100~200원을 올렸을 때보다 최대 인상 폭이 2배 커졌다. 결론적으로 8개월만에 최대 600원이나 햄버거 가격을 올린 셈이다.
이 가격은 그나마 매장으로 직접 가서 먹을 때 가격이고 배달로 주문하면 가격은 더 껑충 뛴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9월부터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배달앱 전용 메뉴 가격을 매장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 예컨대 ‘리아 불고기’는 다음달부터 단품 기준 5000원으로 오른데다, 배달 주문시 5800원까지 가격이 치솟는다.
노브랜드버거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신세계푸드는 다음달 1일부터 노브랜드 버거 메뉴 가격을 평균 2.3%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노브랜드버거의 가격 인상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버거 단품 및 세트 19종은 200원, 사이드 단품 19종은 100원이 각각 오른다. 대표 상품인 그릴드 불고기는 단품이 2900원에서 3100원, 세트는 4900원에서 5100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햄버거 뿐 아닌 샌드위치 브랜드도 가격 인상 막차에 올라탔다.
써브웨이는 다음달 1일부터 에그마요·이탈리안 BMT 등 주요 메뉴 가격을 가장 많이 판매되는 15㎝ 샌드위치 단품 기준 평균 250원(약 3.7%)씩 올린다. 배달 주문 시에는 매장가에 900원을 추가 부과하는 이중가격제도 도입된다.

◆ 버거 업계 ‘큰형님’들 먼저 스타트…눈치싸움 끝내자 앞다퉈 ‘인상 러시’
이같은 버거플레이션은 이미 올해 초부터 예견됐다.
첫 주자로 나선 업체는 버거킹이다. 버거킹은 지난 1월 일찌감치 일부 메뉴 가격을 100원씩 올려 평균 1%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대표 메뉴인 와퍼 가격은 7200원으로 올랐고, 갈릭불고기와퍼는 7500원으로 인상됐다.
그러자 맥도날드도 이달부터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20일부터 버거 가격을 평균 2.3% 올리며 전 세계 ‘물가 지수’로 꼽히는 빅맥 세트는 기존 7200원에서 74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5월 16개 메뉴 가격을 100∼400원 올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가격을 인상했다.
가성비 버거 대표주자인 맘스터치는 현재 공식 가격 인상 소식은 없지만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배달 주문에 한해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 이에 배달시엔 최대 15% 가량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올해들어 약속한 듯 햄버거 가격이 오른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식품 업계의 시각이다.
그중 가장 큰 요인으로 고환율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이 꼽힌다. 패티·치즈·빵 등 주요 재료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까지 겹치며 비용 부담이 커진 가맹점주들의 요구를 프랜차이즈 본사가 모두 떠안을 수 밖에 없어 결국 가격 인상 카드가 불가피하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더욱이 지난해 12월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정부의 콘트롤타워가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물가 관리체계가 느슨해진 점도 가격 인상의 고삐를 잡지 못한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을 망설이던 식품 기업들이 어수선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지금이 가격 인상의 적기'라며 너도나도 가격 인상에 뛰어들고 있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 정부가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대해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푸시(압력)를 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수익성을 감내해가며 가격을 올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저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고환율에 원자재 값도 너무 많이 뛰며 올해 가격 인상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고, 많은 식품 업체들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가성비 한 끼로 여겨졌던 버거에서 근근히 한끼로 명칭이 바뀌며 ‘가성비’라는 단어가 떨어져나간 것은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한 소비자가 올해 버거플레이션 상황을 꼬집으며 “가성비 한 끼에서 ‘가성비’라는 단어를 떼라”고 직격한 것이야말로 작금의 상황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단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