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알코올 맥주, 주류 ‘틈새시장’ 정조준…“맥주와 음료의 중간쯤”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4.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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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가볍게 마지자’ 트렌드에 가파른 성장세
논알코올 맥주 시장, ‘주류 빅3’ 격전지로 급부상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혼술·홈술 문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리잡으며 무(無)알코올·비(非)알코올 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혼술·홈술 문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리잡으며 무(無)알코올·비(非)알코올 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처럼 과음보다는 ‘가볍게 즐기는’ 회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사회 곳곳에 퍼지며 알코올 도수 1% 미만의 맥주 대체 음료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류 ‘빅3(하이트진로‧오비맥주‧롯데주류)’ 모두 논알코올 음료(맥주)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논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이면 ‘비알코올’, 0%면 무알코올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국내에서 논알코올 맥주 시대를 가장 먼저 연건 하이트진로음료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11월 국내 최초의 ‘맥주맛 무알코올 음료’인 하이트제로 0.00을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무알코올 제품인 하이트제로 0.00은 당시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경쟁사인 오비맥주가 2020년 10월 알코올이 0.05% 미만으로 소량 함유된 카스 0.0(비알코올 맥주)을 내놓으며 논알코올 맥주에 소비자들이 본격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비맥주는 내친김에 호가든 제로 0.0(2022년 5월), 버드와이저 제로 0.0(2022년 6월), 호가든 프룻브루 0.0(2022년 7월), 카스 레몬 스퀴즈 0.0(2024년 3월)을 줄줄이 선보이며 논알코올 맥주 시장에 불을 당겼다.

이에 질세라 국내 논알코올 맥주의 선구자인 하이트진로음료도 하이트제로 0.00을 출시 약 10년만인 2021년 2월 ‘알코올‧칼로리‧당류’ 제로 콘셉트로 전면 리뉴얼을 단행하며 카스 0.0에 대응했다.

이어 올해 2월과 4월에는 각각 하이트제로 0.00 포멜로(무알코올), 하이트제로 0.7(비알코올)을 선보이며 ‘논알코올 맥주 대전’에 본격 나섰다.

여기에 ‘클라우드’ 브랜드로 국내 맥주 시장에서 3파전을 벌이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부문)도 올해 1월 클라우드 논알콜릭(비알코올)을 내놓으며, 올해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주류 빅3’의 또 다른 격전지가 됐다.

이들 빅3외에 중국 수입맥주 칭따오도 국내에 논알코올 맥주 대전에 일찌감치 참전하며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칭따오는 2020년 6월 수입맥주 브랜드 최초로 한국에 비알코올 맥주인 칭따오 논알콜릭을 선보였고 2023년 3월에는 칭따오 논알콜릭 레몬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주류 업체 빅3의 논알코올 맥주 출시 현황./자료=각 사
주류 업체 빅3의 논알코올 맥주 출시 현황./자료=각 사

◆ “내년이면 1000억 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

주류 업계의 마지막 ‘틈새 시장’이 될지 모를 논알코올(non-alcohol) 맥주에 소비자들도 반응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하이트제로 0.00은 리뉴얼 이후 2021년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논알코올 맥주 열풍에 따라 매출액이 전년 대비 35.4% 오르기도 했다.

하이트제로 0.00의 누적 판매량은 2023년 12월 말 기준 총 1억3850만캔(350ml 캔 환산 기준)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음료 전체 매출에서 하이트제로 0.00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2% 정도”라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의 경우는 주류 업계 최초로 식당과 주점 등에 논알코올 맥주를 거래하는 판매 전략을 썼다.

오비맥주는 주류 도매상의 경우 알코올 도수 1% 이상의 주류만 식당에 유통이 가능하다는 법적 규제가 풀린 직후인 지난해 6월, 1만2000개 음식점 입점을 시작으로 같은해 12월 3만2500개까지 논알코올 맥주 거래처를 늘렸다. 6개월 사이 176%의 거래처가 급증한 셈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외식과 유흥 업계에서도 논알코올 맥주를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논알코올 맥주가 출시된 지 약 3달밖에 되지 않아 판매량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이 시장(논알코올 맥주)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2년새 55.2% 성장했다. 오는 2027년에는 956억원으로 커질 전망이고 업계에서는 내년이면 1000억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법적 규제 풀리며 ‘논알코올 맥주’ 시장 날개

이처럼 논알코올 맥주 시장이 커질 수 있던 배경에는 주류 업계를 묶고 있던 법적 규제가 풀린 영향이 컸다.

지난해 5월 말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며 주류 도매업체들이 논알코올 맥주를 주류와 함께 음식점 등 유흥업소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논알코올 맥주는 마트나 온라인몰에서만 구매가 가능했지만 지난해 5월 이후 일반 식당에서도 판매가 허용된 것이다.

개정안 시행 전 주류 도매업체들은 알코올 도수 1% 이상의 주류만 식당 등에 유통이 가능했다.

음주 문화의 변화도 논알코올 맥주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주류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술자리는 즐기되 취하는 것에 대한 선호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때문에 알코올 1도 미만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처럼 ‘마시고 취하자’는 분위기보다는 회식이나 사적인 모임에서도 맥주를 가볍게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운전을 해야 하거나 약 복용 중인 소비자, 또는 건강을 이유로 음주를 피해야 하는 소비자들 역시 논알코올 맥주를 대안으로 삼고 있다”고 진단했다.

논알코올 맥주의 또 다른 인기 요인은 온라인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온라인에서 성인 인증이라는 최소한의 절차만 거치면 논알코올 맥주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주류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접근성 등 구매 환경이 편리해졌다는 점도 논알코올 맥주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을 것”이라며 ”이제 논알코올 맥주는 술의 대체재가 아닌 하나의 새로운 '음료 카테고리'로 소비자들에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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