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 데이터 공유의 개념은 데이터를 소유한 제조기업이 특정 사용자(예: 협력업체, 연구기관)에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접근 권한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 소유권은 여전히 제조기업에 있으며 데이터를 외부로 다운로드하거나 복제해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된 솔루션은 제조기업의 승인을 받아야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고, 제조기업의 공장에서 시험해 성능 검증을 오랫동안 받아야 한다.

데이터 공유와 거래의 오해와 진실
구체적으로 제조기업 A의 품질 관리 데이터 공유 사례를 예로 들어 보겠다. 제조기업 A는 품질 검사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품질 개선 AI 솔루션을 개발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공급업체 B는 제조기업 A의 데이터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ID와 보안 키를 부여받아 데이터를 분석하게 된다.
공급업체 B는 데이터를 다운로드하지 않고 클라우드 환경에서만 AI 모델을 학습 및 테스트할 수 있다. 개발한 AI 솔루션은 제조기업 A의 공장에서 테스트를 거쳐 적용된다. 여기서 데이터 공유의 핵심 원칙은 데이터 소유권은 여전히 제조기업 A에게 있고, 데이터는 특정 사용자인 공급업체 B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급업체는 데이터를 복제하거나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다. 솔루션 개발 결과는 데이터 소유기업의 승인을 받아야 제3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데이터 거래의 개념은 데이터 소유자가 데이터를 구매자에게 영구적으로 제공하며, 구매자가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데이터는 소유권 이전 없이 사용권만 거래될 수도 있고, 소유권과 함께 거래될 수도 있다. 데이터 거래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며, 보안과 기밀 유지가 반드시 보장된다.
제조기업 C가 에너지 소비 데이터를 연구소 D에 판매하는 거래 과정을 보자. 연구소 D는 제조기업 C와 데이터 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연구소 D는 계약에 따라 데이터 사용 목적(예: 에너지 효율 연구)을 명확히 정의한다.
제조기업 C는 데이터를 안전한 경로를 통해 연구소 D에 전달하고, 연구소 D는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만 데이터를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계약을 준수해야 한다. 데이터 거래의 핵심 원칙은 데이터는 계약된 목적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데이터를 복제하거나 제3자와 공유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잘못 사용하거나 보안 계약을 위반하면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종합적으로 데이터 공유와 거래의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 [자료1]과 같다.

이해를 돕는 추가 사례로 정부 지원 프로젝트에서 데이터 공유 과제를 보자. 과제의 목적은 한 제조기업이 정부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품질 데이터를 활용한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때 데이터 공유 과정은 제조기업이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정부 승인을 받은 연구기관에게 접근 권한을 제공한다.
연구기관은 데이터를 분석해 AI 솔루션을 개발하지만, 데이터를 복제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없다. 솔루션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제조기업은 이를 생산라인에 적용한다. 솔루션에 대한 소유권은 제조기업이다.
이번에는 에너지 데이터 거래 사례를 보자. 에너지 데이터를 보유한 제조기업이 데이터를 에너지 관리 솔루션 회사에 판매하려고 한다. 데이터 거래 과정은 먼저 제조기업과 솔루션 회사가 데이터 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제조기업은 데이터를 안전한 경로를 통해 솔루션 회사에 전달한다.
솔루션 회사는 데이터를 사용해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개발한다. 데이터는 계약 조건에 따라 연구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되거나 제3자에게 공유될 수 없다. 다만 이때 솔루션의 소유권은 개발 기업에 있다.
종합적으로 데이터 공유의 목적은 특정 사용자(예: 협력업체)가 데이터에 접근해 분석하고, 제조기업에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하고, 데이터는 클라우드 환경 내에서만 사용되며,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것이다.
데이터 거래의 목적은 데이터를 구매자에게 이전해 분석, 연구, 솔루션 개발 등 다양한 목적에 활용하고, 계약 조건에 따라 데이터 사용과 보안이 엄격히 관리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데이터 공유와 거래는 제조기업의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협력업체나 연구기관이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에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제조기업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많은 제조기업이 정부 지원 사업을 수행하면서 제조 데이터 공유 조건이라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공유해서 모든 사람들이 접속해 다운로드 받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자율생산 공장 구축과 소프트웨어 판매기업으로 전환 전략
제조기업이 자율생산 공장을 구축할 때 시장에 상품화된 솔루션은 바로 도입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면 된다. 문제는 시장에 없는 솔루션을 개발 및 적용해야 할 때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시장에 없는 솔루션 개발 및 적용 과정
1단계는 데이터 표준화 및 관리다.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 등 국제 표준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 저장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된 고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솔루션 개발을 준비한다. 2단계는 연구기관 및 솔루션 공급기업과 협업이다. 데이터에 접근해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공급기업이나 연구기관에 선택적 접근 권한을 제공하고, 개발된 솔루션은 제조기업의 공장에서 테스트 성능 검증을 한다.
3단계는 솔루션을 상용화하고 판매한다. 성공적으로 검증된 솔루션을 상용화하고 글로벌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때 제조기업이 직접 판매하거나, 전문 소프트웨어 판매기업에 위탁해 판매할 수 있다.
② 상호 윈윈하는 사업모델 계약 과정
개발 단계에서 협력기업과 상호 윈윈하는 사업모델 계약을 할 수 있다. 첫째, 데이터 및 검증 지원에 대한 로열티 계약을 한다. 제조기업은 테스트베드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개발된 솔루션이 타기업에 판매될 경우 로열티 5~10%를 수익으로 공유한다.
둘째, 협력기업은 지속적으로 솔루션 업그레이드를 한다. 협력기업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때 제조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해 검증하고 성능을 개선을 지속해 나간다. 셋째,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협력기업은 다른 제조기업에 테스트베드를 찾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며, 제조기업은 동일한 솔루션을 공장 내 여러 공정에 쉽게 확산할 수 있다.

③ 제조기업의 솔루션 판매기업으로의 전환 과정
첫번째, 제조기업은 솔루션 소유권 및 라이선스 계약을 한다. 제조기업은 개발된 솔루션의 소유권을 보유하며, 직접 글로벌시장에 판매하거나 전문 판매기업에 위탁해 로열티를 받는다.
두번째, 자율 생산 시스템을 확립한다. 자체 AI 솔루션을 활용해 공정 최적화 및 자율 생산 체계 구축해 나간다. 세번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한다. 기존 제조업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판매와 서비스 모델로 확장할 수 있다.
제조기업에서 소프트웨어 판매기업으로 전환 글로벌 사례
독일의 제조 및 자동화 기술 리더로 시작한 지멘스(Siemens)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제조 솔루션 및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기업이다. 전환 전략은 1단계로 MindSphere 플랫폼을 개발했다. 지멘스는 제조데이터를 수집, 분석, 최적화하는 클라우드 기반 IoT 플랫폼 MindSphere를 개발해 제조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해 AI와 디지털트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단계로는 AI 기반 제조 솔루션 개발했다. 자체 공정에서 검증된 AI 솔루션을 외부 시장에 상용화했다. 3단계는 소프트웨어 중심 사업으로 확장했다. 현재 매출의 50% 이상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에서 발생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지멘스의 소프트웨어 사업 매출은 약 57억 유로(약 8조원)에 달한다. 주요 성과로 지멘스는 제조 공장의 디지털화를 돕는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제조 데이터와 AI 솔루션을 기반으로 고객의 공정을 최적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General Electric도 전통적인 제조기업에서 시작해 디지털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전환 전략은 1단계로 Predix 플랫폼을 개발했다. GE는 산업 IoT와 AI 분석을 결합한 Predix 플랫폼을 개발해 제조기업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유지보수, 품질 개선, 효율 최적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2단계로는 Predix 기반 솔루션을 통해 제조기업 및 에너지 기업에 AI 모델을 제공하며, 자체 테스트베드(항공기 엔진 제조)에서 검증한 AI 솔루션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3단계로는 라이선스 및 서비스 모델을 도입했다. Predix 사용 기업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분석 비용을 라이선스 모델로 수익화했다. 2021년 기준으로 5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고, 솔루션 판매를 통해 기존 제조업과 별도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했다.
스위스 기반의 제조 및 로봇 자동화 기업으로 시작한 ABB도 디지털 솔루션과 AI 기반 서비스로 전환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전환 전략은 1단계로 Ability 플랫폼을 개발해 제조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통합하고 분석해 고객의 공정을 최적화했다.
2단계로는 AI 및 예측 유지보수 전략을 세웠다. AI 기반 예측 유지보수 솔루션을 개발해 기존 고객사에 적용 후 상용화했다. 3단계로 소프트웨어 판매로 확장했다. Ability 플랫폼과 솔루션을 다른 제조기업에 판매해 신규 시장 창출했다. ABB는 AI 및 디지털 서비스로 연간 약 10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 제조기업에서 실현 가능한 모델
한국 제조기업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 프로세스 1단계로 자사의 자율생산 공장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제조데이터를 국제 표준에 따라 수집 및 저장하고, AI 솔루션을 연구기관 또는 협력기업과 공동 개발한다. 2단계로 솔루션을 상용화 한다.
검증된 AI 솔루션을 공정 전반에 적용 후 상용화한다. 3단계는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이다. 솔루션을 전문 판매기업에 위탁하거나, 직접 판매한다. 4단계는 수익 공유 계약을 한다. 협력기업과 로열티 기반의 수익 모델 구축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
핵심 성과 목표는 제조 공정의 자율화 및 비용 절감, 새로운 소프트웨어 판매 사업으로 연간 매출 10~30% 증가, 글로벌 AI 솔루션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다.
결론적으로 지멘스, GE, ABB와 같은 사례는 제조기업이 자율 생산 공장을 구축하면서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환은 기존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 디지털 혁신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의 각성 촉구
한국의 대기업은 오늘날 세계 시장에서 이미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와 경영마인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과 같은 기업들이 Siemens, GE, ABB와 같은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려면, 기존의 한계에서 벗어나 과감한 파괴적 혁신과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① IT 보유 기업의 내적 한계와 글로벌 확장의 필요성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IT 관련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IT 계열사는 그룹사 내의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초래한다. 먼저 내부 의존성이 강하다. 그룹 내 기업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며, 외부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그러다보니 혁신의 부재에 직면했다.
현실에 안주하며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는 뜻이다. 도전 정신의 결여도 안타깝다. 새로운 시장 개척보다는 안정적이고 익숙한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성공 사례의 교훈에서 보듯이 한국 대기업은 IT 자산을 단순히 그룹사 내 서비스에 제한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활용해야 한다.
② 조직문화와 경영마인드의 혁신 필요성
대기업은 경영자가 현실에 안주하며 혁신의 시도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먼저 조직 내부에 소극적 문화가 자리 잡았고, 장기 비전이 없다. 단기적 성과와 안전한 경영만을 추구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전을 회피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글로벌 리더십 결여는 선도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통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려는 의지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리더의 경영 철학을 보면 Siemens의 조 케저(Joe Kaeser) CEO는 ‘혁신과 디지털 전환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디지털 솔루션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고, GE의 래리 컬프(Larry Culp) CEO는 ‘데이터와 AI는 미래 산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기업을 제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ABB의 비요른 로젠그렌(Björn Rosengren) CEO도 마찬가지로 ‘자동화와 디지털화를 결합한 미래 전략’으로 시장의 리더십 강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기업의 오너와 경영자는 이러한 글로벌 리더들의 사례를 배우고, 도전 정신과 장기적 비전을 통해 기업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
③ 구체적 실행 방안 : 글로벌 도약을 위한 전략
IT 계열사의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룹사 내 서비스를 넘어서 글로벌시장에서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또 AAS, OPC-UA와 같은 국제 표준을 도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데이터 기반의 AI 솔루션과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해 제조와 IT의 융합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경영진과 실무진 간의 벽을 허물고, 자유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을 장려하는 등 혁신을 위한 조직 문화 개혁으로 수평적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10년 이상의 장기적 목표를 설정해 나가야 한다.
이후 자체 공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솔루션 개발 후 글로벌 시장에 상용화시켜 나가야 하며, 해외 기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 구축하고 글로벌 제조업체와 협력 관계를 확대해 수익을 창출해 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너와 경영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이번 칼럼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대기업의 경영자와 오너들은 이제 안정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Siemens, GE, ABB는 전통적인 제조기업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대한민국 대기업도 이러한 도전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대기업의 미래는 지금 경영자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를 버리고,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십시오. 글로벌 시장은 더이상 먼 바다가 아니라, 대한민국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무대가 되어야 합니다.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경영자만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야말로 대한민국 대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진정한 리더로 도약할 기회입니다. 도전을 멈추지 말고, 변화를 주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