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항소장 제출… “선출되지 않은 판사들 결정권 없어” 맹비난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소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국제무역법원 재판부는 28일(현지시간) “미국 헌법이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규제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는 “이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긴급권(president's emergency powers)에 무효화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법원은 대통령이 관세를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이 지혜롭거나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연방법이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법원 결정이 내려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소 통지서를 제출하고 법원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국제무역법원의 결정은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연방 순회 항소법원과 연방대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선출되지 않은 판사들이 국가 비상사태를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앞서 미국 소재 5개 소규모 기업을 대리한 초당파적 비영리단체인 리버티 저스티스 센터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결정 권한을 가진 연방의회를 거치지 않고 위법하게 관세 정책을 펼쳤다며 지난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뉴욕의 와인 및 주류 수입업체부터 버지니아에 본사를 둔 교육용 키트 및 악기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고 회사들은 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권한 없이 상호관세를 부과했다”면서 “상호관세가 사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밖에 미국 13개주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오리건주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댄 레이필드 오리건주 법무장관은 성명에서 “트럼프의 관세가 불법적이고 무모하며 경제적으로 파괴적”이라며 “무역 결정이 대통령의 변덕에 따라 내려질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IEEPA에 따라 대통령이 관세를 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이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 법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적들에게 제재를 가하거나 그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데 사용돼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의 근거로 이 법을 활용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미 법무부는 원고들이 아직 지불하지 않은 관세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았고, 민간 기업이 아닌 의회만이 IEEPA에 따라 대통령이 선포한 국가 비상사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번 판결을 반기며 환호했다. 국제무역법원의 판결 이후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였고, 특히 유로화, 엔화, 스위스 프랑 등에 대해 급등했다. 월가 선물 시장과 아시아 증시도 상승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