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권선형 기자]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수출이 코로나 19 등 대외충격 시기마다 전국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취약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안정적 수출구조 마련을 위해 중화학제품 위주의 수출 생태계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BNK금융그룹 소속 BNK경제연구원이 2월 8일 발간한 코로나19 이후 동남권 수출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권 수출은 대외 충격시기 마다 전국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동남권은 -15.9% 하락하며 전국(-13.9%)보다 부진했으며 2015년 유가 급락시기에도 동남권(-14.4%)은 전국(-8.0%)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이번 코로나19 시기에도 이러한 패턴은 재현돼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2020년 중 동남권 수출은 전국(-5.5%)보다 부진한 -15.9% 급락세를 보였다”며, “이는 전통 제조업 품목 중심의 편중된 지역 수출 구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한데 상당부분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전산업 영역에서 급속한 성장이 기대되는 첨단제품 수출 비중을 높이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도 수요확대가 기대되는 친환경, 언택트 품목 수출 활성화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2020년 동남권 수출, 코로나19 충격으로 –15.9% 급락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영향을 받은 첫 해인 2020년 동남권 수출(금액기준)은 전년대비 -15.9%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감소율(-5.5%)과 비교할 때 하락폭은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권역중에서도 동남권이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동남권을 제외하면 수출 감소율은 호남권(-11.1%)이 가장 컸으며 다음으로 대경권(-4.1%), 수도권(-2.8%)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충청권의 경우 3.2% 증가하며 타 경제권역과 차별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 울산, 경남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울산(-19.3%)의 경우 전국 시도 중 감소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18.7%)과 경남(-8.8%)도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는 등 동남권 전지역 모두 전국 평균(-5.5%)보다 하락폭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5대 주력 수출품목 모두 감소
2020년 동남권 수출실적 하락은 지역 총수출의 1/3을 차지하는 주력품목이 부진한 데 상당부분 기인했다. 5대 주력 수출품목 감소율(-20.4%)은 동남권 전체품목의 감소율(-15.9%) 보다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주력품목별로 살펴보면 휘발유(-46.6%)와 경유(-39.4%) 수출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주요국 경제 봉쇄령 등으로 인적·물적 이동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자동차부품(-21.4%)과 승용차(-18.7%)의 경우 글로벌 수요 위축, 부품공급 차질 등으로 부진했다. 또한 선박(-6.5%)도 인도 지연 등의 영향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주력품목 수출이 모두 감소한 경제권역은 동남권이 유일했다. 수도권, 호남권, 충청권, 대경권 등은 집적회로반도체, 전산기록매체, 무선통신 기기부품 등 일부 주력품목이 증가세를 보이며 지역 수출 충격 완화에 힘을 보탠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의 반등세
코로나19 사태 2년차인 2021년 동남권 수출은 전년대비 26.2%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기저효과와 함께 세계경제가 2020년 플러스 성장세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교역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전국 수출은 25.7% 늘어나며 동남권과 비슷한 수준의 반등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권역별로도 전 지역이 20% 이상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호남권은 42.6% 늘어나며 동남권 증가율을 상회하는 실적을 보였다. 다음으로 충청권(25.8%), 수도권(22.7%), 대경권(20.4%) 순으로 수출 증가폭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주력 수출품목들도 증가세로 전환했다. 경제봉쇄령 해제 등으로 휘발유(131.4%), 경유(25.0%)가 늘어나고 북미, 유럽 등 주요국 판매 증가에 힘입어 승용차(27.4%) 및 자동차부품(12.0%)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선박(-8.7%)의 경우 2018~19년 중의 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생산이 감소하며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전후 수출 실적, 동남권이 경제권역중 반등세 가장 미약
2021년 동남권 수출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급락했던 2020년의 충격을 상쇄하며 반등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6.2% 늘어나는데 그치며 전국(18.8%) 평균 증가율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권역중에서도 가장 미약한 반등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충청권(29.8%), 호남권(26.8%), 수도권(19.3%), 대경권(15.5%) 등 주요 경제권역의 2021년 수출은 2019년 대비 두 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부진의 부정적 영향에서 상당부분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시도별로도 부산(6.4%), 울산(6.9%), 경남(4.9%) 전지역은 전국 평균 증가율의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남(31.0%), 충북(30.3%), 충남(30.2%) 등은 30%가 넘는 높은 증가세를 시현하며 실적이 빠르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경유·자동차부품 등 주력품목 수출 부진이 기인
코로나19 전후를 비교할 때 동남권 수출이 미약한 반등세를 보인 것은 주력품목의 회복 지연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남권은 5대 주력품목의 2019년 대비 2021년 수출 증가율이 -6.6%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전국 5대 주력품목은 23.2%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품목별로는 휘발유(23.6%), 승용차(3.6%)는 증가세를 보였으나 경유(-24.3%), 선박(-14.6%), 자동차부품(-12.0%)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의 경우 5대 주력품목은 모두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권역별로도 동남권(-6.6%)은 대경권(-3.3%)과 함께 5대 주력품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충청권(33.0%), 수도권(23.0%), 호남권(16.6%)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회복세를 보였다.
친환경 및 언택트 관련 제품 수출은 약진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 경기침체로 각국의 수출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회·문화·경제 전반의 비대면, 친환경 기조가 강화되면서 관련 품목들은 주목할 만한 수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특히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2021년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친환경 관련 품목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내연차 중심에서 친환경차로 변화하면서 전기자동차 수출이 70.7%가 늘어난 것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이차전지 관련제품인 축전지(91.1%), 은(74.8%) 등도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 정부의 탄소배출량 절감 추진으로 인해 동스크랩 수출이 증가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보고서는 전기로에서 폐금속을 녹여 재활용하면 화석연료로 광물을 녹여 만드는 것보다 탄소배출량이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실내생활 비중 확대 및 위생·일회용품 사용 증가 등으로 가전제품, 합성수지 등 언택트 관련 제품의 수출도 늘어났다. 냉장고가 2019년 대비 2021년중 107.7% 늘어났으며 마스크·포장재 재료인 합성수지도 같은 기간 48.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22년 동남권 수출,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주요 대상국으로의 수출이 회복되지 못하는 등 동남권 수출 활력은 약화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할 때 2021년중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 5대 대상국으로의 수출은 6.7% 증가했는데 이는 전국 증가율 20.4%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2022년 동남권 수출도 글로벌 경기회복, 주요국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유지 등에도 불구하고 소폭 증가하는데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동남권 수출의 1/4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수입수요는 전년대비 각각 -5.4%p, -10.6%p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주요국 긴축 정책 강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도 동남권 수출의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최근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전망기관에서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높아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또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중 분쟁 지속 등도 지역 수출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위기에 취약한 동남권 수출, 품목 다각화로 안정적 구조 마련해야
보고서는 “안정적 수출구조 마련을 위해 중화학제품 위주의 수출 생태계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전산업 영역에서 급속한 성장이 기대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제품 수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남권은 오랜 기간 주력품목 다각화의 요구가 있어 왔으나 여전히 첨단 제품의 수출 비중이 7.1%로 전국(36.3%)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도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친환경, 언택트 품목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코로나19 종식 여부와 무관하게 친환경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언택트 수요는 소멸이 아닌 컨택트 수요와 공존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