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한 국내 첫 수상태양광 연금, 지역주민과 이익 공유하는 신모델 확산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2.05.0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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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경관과 조화이룬 친환경 발전소… 매년 주민과 발전수익 공유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매화, 해마다 음력 2월이면 볼 수 있는 봄의 전령사다. 예부터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는 하얀 꽃과 은은히 배어나는 향기에 선비들이 좋아하는 꽃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벚꽃과 함께 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꽃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1월 본격 가동을 시작한 국내 첫 ‘주민참여형 수상태양광발전소’ 합천댐 수상태양광 전경 [사진=한화큐셀]

지난해 경남 합천군에는 이러한 매화를 11월에도 볼 수 있었다. 가을 끝자락을 지나 매서운 겨울 손님의 방문을 알리는 시기에 봄의 전령이 찾아온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른 개화도, 합천군이 군의 상징인 매화꽃을 피우기 위해 품종개량을 진행한 것도 아니었다. 무려 9만2,160장의 태양광 모듈로 만들어진 매화꽃 모양의 수상태양광발전소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총 17개의 대형 매화꽃이 들어선 합천댐 수상태양광발전소는 41MW 규모로,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국내 최대 규모의 수상태양광발전소다. 연간 5만6,388MWh의 전기를 생산한다. 6만명이 사용가능한 전력량으로, 4만3,000여명에 달하는 전체 합천군민이 1년 내내 사용해도 남는 규모다. 연간 미세먼지 30t, 온실가스 2만6,000t을 저감하는 효과도 있다.

수상태양광은 국토의 70%가 산지인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효율적인 사업방식으로 주목받아왔다. 저수지나 담수호 등 유휴 수면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산림 훼손과 난개발을 최소화하고 우량 농지를 보호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

수상태양광발전소 운영에 따른 이점도 상당하다. 발전소 건설로 인해 수면에 발생한 차광은 물의 증발을 막아 저수지 수량을 유지시켜주며, 담수호의 염도를 희석시켜준다. 또한, 물 속 탄소량(TOC)을 감소시키며, 자외선 차광으로 인해 녹조 저감효과도 나타난다.

일련의 현상들은 결과적으로 수질을 개선시킨다. 개선된 수질은 훌륭한 생태환경 조성에 일조하며, 풍부한 어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개체의 번식환경을 조성한다. 더군다나 합천댐 수상태양광처럼 ‘주민참여형’으로 운영되는 수상태양광발전소가 늘어나면서 인구감소 등 쇠퇴기에 들어선 농어촌 지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설계부터 운영까지, 순리 따르는 수상태양광

다양한 이점을 가진 수상태양광이지만, 국내에서는 낮은 주민수용성으로 인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경파괴, 경관 훼손 등 육상태양광에서부터 발생한 부정적 시선들이 수상태양광에도 그대로 접목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생물이 생존하는데 꼭 필요한 물과 밀접하다 보니 부정적 시선도 더욱 매서워졌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그린에너지처 김대성 미래에너지개발부장은 “수도법에 따른 「위생안전기준」을 만족하는 설비를 사용해 먹는 물 수질기준보다 10배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자연생태환경, 수질 등을 포함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하고 있으며, 건설 후에도 사후모니터링 등 철저한 관리감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발전소 구조물 공급 및 시공을 담당하고 있는 다스코 김기수 에너지사업본부장 역시 “당사가 진행한 고흥만 수상태양광의 경우, 발주처인 한국남동발전이 화력발전소를 짓듯 철저한 검사를 진행했다”며, “기본적으로 모든 수상태양광발전소에 사용되는 자재는 수도법에 따른 용출시험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설비로 인한 오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상태양광발전소 밑에서 서식하는 치어 떼. 발전소로 인해 발생하는 차광이 어종들의 생활환경을 더욱 좋게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한화큐셀]

실제로 수상태양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8년에 걸쳐 총 4차례의 환경모니터링을 실시했지만, 수상태양광이 환경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었다.

태양광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도 잘못된 주장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수상태양광에 대한 근거 없는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제작한 ‘KRC 수상태양광 바로 알기’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소의 전자파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보다 적게 발생했으며, 인체에도 무해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상태양광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거두지 않는 이들은 발전소 파손, 운영과정에서의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한다. 2019년 제15호 태풍 파사이로 인해 일본 치바현 야마쿠라댐 수상태양광발전소가 파손되고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이러한 주장에 힘도 실어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도 걱정할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일본과 우리나라가 가진 환경적 조건뿐만 아니라 기술적 조건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국내 수상태양광 시장에서 완성된 발전소가 자연재해로 인해 붕괴되거나 화재가 발생됐다고 보고된 사례는 없다.

이에 대해 한화큐셀 커뮤니케이션팀 신형섭 부장은 “합천 수상태양광은 지난 2019년 태풍 링링 발생 당시 최대 풍속 52.5m/sec에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며, “그간 국내외에서 수상태양광 발전소 개발 및 시공 레코드를 쌓으며 축적한 전문 노하우를 통해 최적화된 공법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운영과정에서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모듈 세척과정에서 세제를 사용한다는 주장도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본지가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빗물을 이용한 자연 세척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류에 의한 오염물질 등 이물질 제거를 위해서 순수한 물을 이용해 고압분사로 세척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김대성 부장은 “모듈 세척시 사용되는 모든 세척제는 자연 그대로의 물질이며, 이물질 제거시 사용되는 부드러운 천 정도가 인간이 만든 물질”이라며, “모듈을 오염시키는 이물질 역시 새똥, 먼지 등 자연에서 발생하는 물질인 만큼, 수상태양광 세척과정에서도 철저한 관리로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군위 소재 800kW 규모 산호 수상태양광발전소 전경. 다양한 규모의 사업을 통해 수상태양광이 환경 및 인체에 영향이 없음을 입증해왔다. [사진=한국농어촌공사]
경북 군위 소재 800kW 규모 산호 수상태양광발전소 전경. 다양한 규모의 사업을 통해 수상태양광이 환경 및 인체에 영향이 없음을 입증해왔다. [사진=한국농어촌공사]

모두가 행복한 ‘주민참여형 수상태양광’, 상생 경제 실현

업계 관계자들은 수많은 환경영향조사 결과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상태양광에 대한 주민수용성이 낮은 이유로 육상태양광에서 비롯된 ‘에너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꼽았다. 태양광에 ‘타지 사람들이 내 고향을 파헤쳐 돈을 버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다 보니 발전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수용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OCI파워 영업파트 김남원 파트장은 “지역 주민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이익의 공공 환수를 통한 방안 모색에 힘써야 할 시기”라며, 발전사업을 통한 혜택이 더욱 많은 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농어촌공사 김대성 부장은 “사업적인 이슈로만 접근하다 보니 재생에너지사업을 진행하는 목적을 잊어버리고, 투자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다”며,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닌 만큼,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성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 규모인 98MW로 조성이 추진되는 해창만 수상태양광. 사진은 1단계 48.5MW 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다스코]
국내 최대 규모인 98MW로 조성이 추진되는 해창만 수상태양광. 사진은 1단계 48.5MW 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다스코]

이에 낮은 주민수용성을 개선하고, 모두가 함께 상생하는 태양광사업 조성을 위한 일환으로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수상태양광도 마찬가지다. 주민참여형 태양광사업은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유휴부지를 활용해 진행된다. 개인이 소유한 부지를 이용해 사업을 진행하는 민간발전사업과는 목적성이 다르다.

수상태양광사업은 대부분 국가 소유인 저수지나 담수호 등에서 진행된다. 더욱이 유휴 수면부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우량 농경지나 산림자원을 훼손하지 않는다. 이러한 연유로 최근 중대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들이 ‘주민참여형’을 기치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63MW 규모 고흥만 수상태양광 조감도. 2022년 8월에 준공이 완료될 예정이다. [사진=한화큐셀]<br>
63MW 규모 고흥만 수상태양광 조감도. 2022년 8월에 준공이 완료될 예정이다. [사진=한화큐셀]

매화꽃 핀 수상태양광, “봄이여 오라”

시린 겨울을 보내던 국내 수상태양광 시장에 봄을 알리는 전령, ‘매화꽃’이 폈다. ‘합천댐 수상태양광’은 주민이 참여하고 그 수익을 공유하는 첫 수상태양광발전사업으로, 국내 수상태양광 시장에서 가지는 의미가 크다.

다양한 장점을 보유한 수상태양광발전사업은 그동안 근거 없는 정보와 부정적 시선으로 성장이 지지부진했다. 주변 경관과 조화롭고, 환경오염이라는 우려에서 자유로운 태양광발전소. 수상태양광이 가진 이점을 알릴 존재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합천댐 수상태양광이 상징적인 모델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11월 합천댐 수상태양광 발전개시 기념 현장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합천댐 수상태양광은 전력 판매로 매년 12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며, 투자에 참여한 인근 마을주민이 투자수익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최초 수상태양광 연금”이라며, “주민참여형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역주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모델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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