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MBK의 인수시도에 정부에 S.O.S..."국가핵심기술 지정신청"
  • 홍윤기 기자
  • 승인 2024.09.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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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서 묘수 둬
이제종 부회장 기자회견 통해 "국가 핵심기술·안보에 위협" 엄중 경고
이제종 고려아연 CTO 부회장과 핵심 기술진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영풍·MBK 시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 홍윤기 기자
이제종 고려아연 CTO 부회장과 핵심 기술진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영풍·MBK의 인수 시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 홍윤기 기자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과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시도에 맞서 자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국가핵심기술 신청'이라는 묘수를 뒀다. 전날 이제종 CTO(최고 기술 책임자) 부회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영풍·MBK의 고려아연 인수가 국가 핵심기술과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력한 후속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경제·안보상 이유로 인해 정부 승인 없이는 외국 회사에 매각할 수 없도록 법이 보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아연측이 거꾸로 활용한 셈이다.  고려아연은 MBK가 이익실현 목적으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들을 중국 등 외국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부각시켜왔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하루전인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 보유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정부는 그동안 영풍·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 과정에서 불거진 양측 분쟁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은 채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에 고려아연측이 국가핵심기술 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정부 역시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내고 "24일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서를 제출했다"면서 "대상 기술은 이차전지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측은 또한 "국가핵심기술 판정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문위원회 개최를 비롯해 표준 절차를 진행하는 등 내부 검토를 완료한 뒤 판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서를 제출한 24일 오전, 이제종 고려아연 CTO 부회장은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영풍·MBK의 경영권 탈취시도는 국가 핵심기술과 미래안보에 대한 중대한 문제”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수천억원 가치가 있는 고려아연 기술을 투기자본인 MBK 파트너스가 팔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기술 유출이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제종 부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핵심 기술진도 “ "고려아연이 영풍과 MBK에 넘어간다면 차라리 국가를 위해서라도 고려아연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한편 MBK 측은 자사를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 밝히며 기술 매각설 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전자·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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