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여당 반대하는 특검 임명 자체가 반 헌법적 발상" 주장
민주당 측 “일방적 잡담 수준” · “하고픈 말만 쏟아낸 담화" 폄하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반환점을 앞두고 가진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과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해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끼쳐 드렸다"며 사과했다.
다만 명태균씨와의 통화 녹음이 공개되며 불거진 공천개입 논란과 관련해선 강한 어조로 부정했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 인사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SNS 등을 통해 "일방적 잡담" 수준이라고 폄하하는 등 부정적 의견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머리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지난 2022년 5월 10일 공식 취임 후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국민 여러분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제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런데 제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윤대통령은 정치 브로커인 명태균씨를 둘러싼 공천개입 논란에 대해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명씨와의 관계에 대해 "대선에 당선된 이후 (명씨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제가 전화번호를 지웠는데 텔레그램에는 이름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텔레(그램) 폰으로 온 것인지, 전화로 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축하 전화를 받고 어쨌든 명씨도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자기도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제가 비서실에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취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짓 해명'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통령실 대변인 입장에서는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고 얘기하기는 그러니 사실상 연락을 안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씨가 윤 대통령을 위해 여론조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여론조사를 해 달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제가 여론조사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 여론조사(결과)가 잘 나왔기 때문에 그것을 조작할 이유도 없고, 또 잘 안 나오더라도 조작한다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그런 짓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정부에 들어와서도 기본적으로 대통령실에서 여론조사를 할 때 국민 세금을 가지고 대통령 지지율 조사 같은 거 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윤상현 의원이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을 가지고 제가 왈가왈부할 수도 없고, (당선인 시기) 인수위원회에서 진행되는 것을 꾸준히 보고받아야 돼서 저는 그야말로 고3 입시생 이상으로 바빴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와 명씨가 연락한 데 대해서는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얘기를 하는데,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자신과 김 여사가 개인 전화로 사적인 소통을 이어가며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는 지적과 관련해 "저도, 제 처도 취임 후 휴대폰을 바꿨어야 했다"며 "저 자신부터 못 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근본으로 들어가면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활동을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장을 이날 발령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그는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기본적으로 특검을 국회가 결정해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는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된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이미 2년 넘도록 수백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을 조사하고, (김건희 여사를) 기소할 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했다"며 "그러나 기소를 못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야당 측을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이는 사법 적용이 아닌 정치 선동"이라고 재차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아무리 사랑하는 아내지만 제 아내가 과오를 저지르고 불법을 저질렀을 경우 만일 제 신분이 변호사라면 아내를 디펜스(방어) 해줘야 하겠으나 검찰총장이나 대통령으로 있다면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이것(특검법 반대)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다.
윤대통령은 이날 한 사과가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 잘못 알려진 것도 많은데 대통령이 맞다 아니다 다퉈야 하겠는가"라며 사과의 대상을 건건이 특정하지 못하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한걸음 물어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내용을 자세히 못 봐서 입장을 말씀드리기 이르지만,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국민께서 그렇게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술자리에서 허세 많은 선배가 일방적으로 잡담하는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자백들도 나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지원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역시 하고 싶은 말, 참았던 말을 소신껏 쏟아냈다"며 "왜 기자회견하나"라고 되레 반문했다.
채현일 의원도 "시종일관 동문서답,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없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쏟아낸 말짱 도루묵 토론"이라고 폄하했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을 두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등 3대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전문]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얼마 전까지 더위가 계속되더니, 이제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해졌습니다. 겨울 채비에 어려움은 없으신지 걱정입니다. 대통령은 항상 걱정이 많은 자리입니다. 더울 때는 더워서 걱정이고, 추워지면 추위가 또 걱정입니다. 경기가 나쁘면 장사하시는 분들 걱정이 되고, 경기가 좋아져도 물가가 오르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섭니다. 365일 24시간 노심초사하면서,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것이 대통령의 어깨에 놓인 책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저의 임기 반환점을 맞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2년 반 동안, 국민께서 맡기신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국민 여러분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저의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있습니다.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하였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챙겨보고 또 살펴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걱정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오니,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나라의 상황이 힘든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취임을 하고 보니, 모든 여건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지속됐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혹독한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께서 정말 힘들어하고 계셨습니다. 국민들의 어려운 삶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과연 정부가 이 총체적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절박한 심정에 밤잠을 설친 날이 많았습니다. 하나하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면서 위기 극복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켜서, 국민 여러분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들겠다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습니다.
이제 경제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올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 2%를 상회할 전망입니다. 내년 3월, 24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계약이 마무리되면, 원전 산업을 비롯한 우리 산업 전반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열심히 뛰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임기 후반에 접어들게 됩니다. 저는 2027년 5월 9일, 저의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할 것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남은 2년 반 민생의 변화를 최우선에 두고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물가와 주택시장을 더욱 안정시켜서 생계비 부담을 덜어드리겠습니다.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 활성화 등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지역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겠습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금융 지원과 재기 지원 프로그램도 맞춤형으로 확대할 것입니다.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장학금을 확대하고 일자리도 늘리겠습니다.
약자복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복지의 수혜 대상도 지속적으로 늘릴 것입니다. 서민의 삶을 파괴하는 범죄에 무관용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일상을 안전하게 지키겠습니다.
새롭게 들어설 워싱턴의 신 행정부와 완벽한 한미안보태세를 구축해서,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튼튼히 지킬 것입니다. 한미동맹의 안보, 경제, 첨단 기술 협력을 더욱 고도화하여, 우리 청년과 기업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더 넓히겠습니다.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도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AI, 첨단 바이오, 퀀텀 등 신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 육성하고 정책 지원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원전 생태계의 완전한 복원도 계속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의료, 연금, 노동, 교육 개혁과 인구 위기 극복의 4+1 개혁은, 민생과 직결된 과제이고,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 과잉 경쟁을 해소하고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어서, 인구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가겠습니다.
의료개혁은, 국민들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차분하고 꼼꼼하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연금개혁은, 단일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한 만큼, 조속히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노동개혁은, 법치 확립의 토대 위에서, 유연하고 활력있는 노동시장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개혁은 이제 본궤도에 올랐습니다.
늘봄학교를 계획대로 확대하고, 융합형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의 틀을 세우겠습니다. 여론과 민심에 귀 기울여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차질 없이 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더 세심하게 챙기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와 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쳐야 할 부분들을 고쳐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 쇄신에 나서겠습니다. 당정 소통을 더욱 강화해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유능한 정부, 유능한 정당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대내외의 거센 도전 앞에 서 있습니다. 소모적 갈등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민생과 미래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적할 부분은 지적하더라도, 민생과 미래를 위한 일만큼은 모두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도 국민 모두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제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보면서, 더 소통하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민생의 변화를 체감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