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한남4구역 입찰제안서 신뢰도 '흔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4.11.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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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국토부 제출 제안서에 '조경 시공 능력 평가 1위'로 허위 기재…타 지역서도 유사 논란 빈번해
전문가 "한강조망과 관련, 입주 가구의 70%가 한강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은 허황되고 터무니 없는 거짓"
정비업계 관계자 “기본 자료조차 제대로 기입하지 못하는 실수 잦아… 삼성물산 제안서 철저한 검증 필요”
@ 한남4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 /자료=서울시
한남4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 /자료=서울시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올해 서울 강북지역의 최대 규모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한남4재정비촉진구역(이하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이 한 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온 가운데, 삼성물산이 입찰 과정에서 조경부문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미숙한 업무처리와 제안 과정의 부실함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제출된 입찰참여 견적서를 검토한 결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양사 모두 조경부문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1위라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문을 품은 조합측은 지난 22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각각 해당 기재 내용의 근거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해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가 조합측의 제보를 받고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평가 최근 자료를 살펴본 결과 조경부문 1위는 현대건설(1조2827억22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1위라고 입찰 제안서에 기재한 삼성물산(1조2509억2100만원)의 순위는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기본 자료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입한 것은 담당자의 단순 실수일 수도 있지만 삼성물산의 내부 검토 과정이 매우 부실하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조합원들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의도적인 허위 기재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 마저 거론되는 실정이다.

서울 한남 4구역 조합이 지난 22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보낸 ‘입찰참여 견적서 기재 사항 확인 및 관련 자료 제출 요청’ 공문

특히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에서 주장하는 한강 조망 가능성에 관한 주장도 사실상 너무 허황돼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입찰 제안서를 통해 전체 2360세대 중 70%에 해당하는 1652세대가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서는 이같은 주장 자체가 터무니 없을뿐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허황된 주장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남측향 세대를 모두 ‘한강 조망’으로 분류하지 않는 이상, 70%라는 수치가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전혀 불가능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 관계자는 "인접한 한남3구역과 한남5구역의 입주가 시작되면 남측향 조망이 제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제하면서 "국내 굴지의 기업이라는 삼성물산이 이와 관련해 충분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거쳤는지 조차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삼성물산이 왜 구체적으로 설계 근거나 조망 보장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가 하는 점도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올해 초 부산 촉진2-1구역에서도 필수 입찰 서류를 누락해 조합 일정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당시 산출내역서 미제출, 학교철거 공사비 누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협화음을 일으키다 경쟁업체인 포스코이앤씨에 밀려 수주전에서 패배한 전력도 있다.

남영2구역에서도 유사 사례가 불거져 이목을 끈 바 있다. 삼성물산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심의한 용적률 기준인 477%을 초과해 514%의 용적률을 제안한데 이어 주거비율 역시 57.5%를 넘어선 59.9%를 제출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는 통상적인 기준을 벗어난 이례적 제안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심지어 용산구청측이 직접 나서 “상업지역 내 주거 비율 상향은 도계위 완화가 필요한 중대한 변경사항”이라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결국 남영2구역 조합은 입찰 지침 위반으로 판단돼 대의원회를 통해 입찰무효와 재입찰 공고 등의 안건을 새로 상정해 의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 선정 등 일련의 작업이 상당 기간 지연되기도 했다.

업계의 권위자로 통하는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아파트 하자 문제나 부실 시공이 큰 이슈가 되며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 분양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건설사의 제안서 기재 사항은 신뢰의 문제”라며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비업계의 한 소식통은 “삼성물산이 기본적인 자료 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잘못된 내용을 기재해 입찰제안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업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조경 순위 같은 숫자로 나와있는 정보 조차 꼼꼼히 살피지 않았다면 한강 조망도와 같은 복합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을 충분히 고민하고 체크했을지 의문이 들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 소식통은 “과거 촉진2-1구역, 남영2구역 사례를 감안해서라도 삼성물산의 제안서는 철저하고 면밀하게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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