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고려아연이 내달 23일 임시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MBK·영풍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 도입과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수용하는 한편,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 안건을 추가하기로 했다.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설정은 소액주주 권리보호·이사회 효율성 재고 등 본연의 효과 외에도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묘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내달 23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 도입 및 14명 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확정했다. MBK·영풍이 제안한 안건이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회사와 주주들에게 도움이 될만 한 것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고려아연 측 입장이다.
아울러 앞서 최윤범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소수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발행주식의 액면분할 등도 상정됐다. 이사회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이사 수 상한 설정 방안과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 도입하는 안건도 포함됐다.
집중투표제는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이 지난 10일 건의한 안건으로,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안과 집중투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을 임시주총에서 다룰 예정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권익보호와 이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조치다.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에 대해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 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투표 방식이다. 소액주주 권익보호 뿐 아니라 지분에서 MBK·영풍에 뒤처지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의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사 수 상한’ 역시 이사회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 재고 뿐 아니라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에도 효과적인 방안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권고하는 상장기업의 적정 이사 수(20명 미만)와 ISS 기준등을 검토해 이사 수 상한을 설정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한국ESG기준원과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 역시 이사의 수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이사회의 책임과 권한이 약화되고 안건 심의기능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사회 규모가 과도하거나 비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인데 MBK·영풍 측은 14명 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 MBK·영풍 측이 제안한 후보자가 모두 선임되는 경우 이사회 멤버가 총 27명으로 늘어나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이사회’가 구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최소 3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최대 즉 인원수 상한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춰 외국인 및 재무 전문가, 위기관리 전문가 등을 사외이사로 추가로 선임하고 여성 사외이사도 추천하기로 했다.
대표이사 자문기구(사외이사 2명 참여)로 운영되던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상법상 이사회 산하의 위원회인 ‘ESG위원회’로 승격하는 안도 추가했다. 고려아연의 지속가능경영 현황과 방향성, 장단기 계획 등을 평가, 검토하고 중요한 정책사항을 대표이사에게 건의했던 지속가능경영위원회의 이사회 승격을 통해 ESG 관련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