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특공대와 헬기까지 동원하나...장기전과 전격전 사이 고심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1.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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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차 실패·경찰 일임 철회로 여론 뭇매…무력충돌 불사한 '총력전' 관측
경찰, 초반부터 강경대응해야 목소리 높지만 경호처 '투쟁심' 커질 가능성
"윤 대통령 방탄차로 이미 도주했다"는 주장에 공수처 "차량 이야기 들은 바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공수처 수사관 등이 내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공수처 수사관 등이 내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으면서 '영장 재집행'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1차 집행 당시 대통령경호처의 저지에 막혀 실패한 만큼, 2차 집행에서는 경찰과 협조를 통해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공조본이 피의자 윤석열에 대해 재청구한 체포영장이 이날 오후 발부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경찰과 함께 조만간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재집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2차 체포영장 집행이 공수처의 수사 능력을 입증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거듭된 '작전 미스'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에서 또 한 번 영장 집행에 실패하는 경우 더 이상 수사 동력을 이어가기 힘들 것이기에 수적·전략적으로 집행 가능성을 최대화한 뒤 행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2차 영장 집행이 마지막 집행이라는 비상한 각오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2차 집행에서는 '총력전'을 펼쳐 윤 대통령의 신병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을 막아서는 경호처 직원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강경 대응'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가 이에 저항하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가 버스들로 가로막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가 버스들로 가로막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수처는 2차 체포집행에도 실패할 경우 조직의 존폐론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번에는 반드시 체포를 성공시킬 것이라고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1차 집행에서 보여준 결단력과 대응능력 부족이 드러난 만큼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공수처가 현장 지휘권을 경찰에 넘겼다가 뭇매를 맞고 다시 번복한 만큼 현장의 부장검사 지휘능력과 판단력이 상당히 중요해질 전망이다. 앞서 한차례 실패한 만큼 공수처 부장검사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경찰에 지휘권을 '일임'해 강경하게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찰의 2차 체포집행 작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경찰은 장기전과 전격전 사이에서 선택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먼저 장기전이다. 경찰이 3일이나 4일동안 계속 대치하며 저항하는 경호원들을 조금씩 끌어내며 힘을 일단 뺀 뒤 전격전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초반에 강경대응으로 밀어붙일 경우 경호원들의 반발심을 더 키워 자칫 사태가 무력 충돌 등의 최악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 주변에서는 "경찰이 처음부터 최대한 강경대응을 하지 않고 기다려준다는 메시지를 준 다음 그래도 저항하는 경호원들이 있다면 빼내는 방법이 현명하다. 경호원들에게 '모조리 잡아넣겠다'는 시그널보다 최대한 인내와 배려심을 보여줘 상황을 쿨다운 시킨 뒤 마지막에 총력전을 펴는 게 중요하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찰특공대 출신인 민관기 전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이 경호처 동원 예상 인력의 3배인 900명 정도를 관저에 투입해 시간당 20, 30명 정도를 체포해 대열을 순차적으로 무너뜨리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경우 약 24시간이 지나면 경호처 대열은 흩어진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이전과 비슷한 방식으로는 대통령 신병 확보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초반부터 강력하게 버스장벽 등을 무너뜨린 뒤 전격적으로 체포집행을 해야 경호처 수뇌부와 달리 일선 경호원들이 긴급체포와 사법처리를 우려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포기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경찰의 체포집행 의지와 결단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은 한남동 도로에 렉카차(견인차)까지 준비하는 등 '버스 장벽'을 뚫는 도상훈련도 전개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찰 소유 렉카차로 차벽을 1차 제거한 뒤, 경찰특공대가 소유한 장갑차 여러 대로 차벽을 밀고 나가는 방법이 제시됐다. 경찰특공대 장갑차는 수류탄 공격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막강한 내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은 동원 가능한 장비와 인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산하 대테러부대인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공대 총 4개 부대는 특수부대 출신 인력 8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단시간에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헬기로 관저 상공에서 인력을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지상에서는 경찰 특수 차량, 특공대 장갑차로 차벽과 철조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 주변에서는 ‘경호처 인간 방패’와 차벽 등을 뚫을 수 있는지가 2차 집행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3일 경호처는 자체 인력과 33군사경찰대,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소속 사병까지 동원해 200여 명의 ‘인간 띠’를 만들어 수사기관을 저지했다.

경호처의 방벽도 거의 철옹성이다. 이번에는 관저 정문에서부터 버스를 여러대 배치해 아예 사람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벽을 쳐둔 상태인 데다 경찰이 주변을 돌아 들어갔던 1차 때의 '공격'을 대비해 여러 곳에 철조망도 설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결속력과 연대감이 강한 경호처 조직 특성 상 경찰이 강력하게 밀고 들어올 경우 오히려 저항심과 투쟁심이 고취돼 경찰이 의외로 고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관저 주변에 동원할 경찰기동대 인원도 1차 때보다 늘릴 것으로 보인다. 3일에는 기동대 45개 부대, 2700여 명이 동원됐는데, 2차 때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보다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6일 브리핑에서 “(1차 때 동원한) 해당 인원이 가용한 모든 인원을 투입한 것이 아니었다”며 추가 투입 여력이 있음을 밝혔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약 이번 2차 체포 시도도 실패한다면 수사기관의 윤 대통령 인신확보는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전망도나온다. 2차 집행에도 실패할 경우 공수처의 강제수사 동력도 크게 떨어져 조직 존폐론이 확산되고 검찰이나 경찰로 이첩이 되면서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자체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벌써 관저를 빠져나가 모처에 은거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튜버가 방탄차 2대가 대통령 관저를 빠져나가는 장면을 포착해  '도주설'이 도마에 올랐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7일 윤석열 대통령 도주 의혹에 관해 일부 들은 이야기가 있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윤 대통령 도주 의혹 제기되고 있는데 사실관계 파악한 게 있나'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지금 정확하게 보고받은 바는 없고 차량에 관한 이야기는 좀 들었다"고 답했다.

당시 윤 대통령 위치를 보고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보고받은 것은 없고 말씀드릴 수도 없다"면서도 "(도주했을 경우 등)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검토만 하다 끝난다'는 일각의 조롱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2차 체포집행 작전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할 판이다. 하지만 그간의 공수처 의지와 능력을 보면 이번 2차 작전도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공수처가 경찰에 떠넘기기식으로 '알아서 하라'고 무책임한 자세를 보인다면 경찰 또한 '우리 일이 아니다'라며 발을 뺄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현장 지휘권이 중간에 뜰 경우 체포집행 작전도 또 다시 실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의 강력한 집행 의지와 결단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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