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국가 에너지개발사업의 기획과 평가·관리 등을 맡고 있는 에기평은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태양광 원천기술 확보와 글로벌 시장진입을 위한 이원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리콘(Si) 박막과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염료감응, 유기 등 박막태양전지는 주거·상업용 건물 등에 적용 가능한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Si 태양전지는 턴키방식으로 생산 장비를 국산화하고 초고효율 공정기술 등 저가·대량 양산기술 확보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특히 R&D 사업의 전주기를 책임 관리할 ‘PD 제도’를 도입해 민간전문가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식경제 R&D PD(Program Director)는 기술개발사업의 기획·관리·평가·성과확산 등 R&D 사업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상시 책임 관리하게 되는 역할을 맡아 지난해 지경부가 설치한 전략기획단과 함께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지식경제 R&D 전 과정을 이끌어 나가는 민간 전문가 주도형 R&D 시스템을 구축하는 막중한 업무를 수행한다.
올해 2기 체제를 맞아 새롭게 지식경제 R&D 태양광 PD에 선임된 박진호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태양전지와 반도체공정 등의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실력자다.
이 주 야 기자
박진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지식경제 R&D 태양광PD.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동 대학 화학공학과 방문교수를 거쳐 한국화학공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동 학회 재료부문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영남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시기에 지식경제 R&D 태양광 PD라는 중책을 맡은 소감은 어떻습니까?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도입된 PD 제도가 2기 체제에 접어들었고, 앞으로 2년간 기획·관리·평가·성과확산 등 태양광 R&D 사업의 전 과정을 상시 책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 이상 전주기 관리가 필요한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철저히 맡은 바 임무를 다할 생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최근의 태양광 산업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에너지는 원료가 무한대이며 환경오염이 없고 설치가 비교적 간단한 에너지원으로서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요소로 자리매김하면서 최근 수년간 연간 40% 이상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태양전지 생산 기업들의 기업당 생산능력은 곧 2GW 수준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규모의 경제 달성에 의한 단가 하락과 효율증진, 그리고 화석연료 발전 단가의 증가에 따른 이른바 그리드 패리티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태양광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 정책의 핵심이슈는 무엇입니까?
최근 일본을 강타한 지진과 지진해일의 여파로 화석연료의 고갈에 따른 차선책으로 급부상해온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세계 주요 국가들은 원자력 정책의 수정을 집중 검토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태양에너지가 더욱 부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원자력 강국인 프랑스에서조차 내년에 있을 대선의 주요 이슈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방안이 부각되고 있으며, 중국은 원자력으로 배정되어 있던 정부투자의 상당부분을 태양광 분야로 변경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그린에너지 전략 로드맵 2011’을 발표하고 태양광산업 부문의 비전을 ‘고효율·초저가 미래기술 선점을 위한 대·중소기업 간 협력 및 상생 도약’으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국산화율·기술수준 100%를 달성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를 중심으로 국내 업체들도 산업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기술과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으며, 규모의 경제 달성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와 단기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실리콘 박막,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 태양전지 산업에 집중 투자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유럽·미국 등을 중심으로 급격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BIPV) 모듈 관련 기술개발 및 시장창출 지원으로 세계시장을 조기 선점한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습니다. 국내 일반 주거건물 및 상업용 건물 적용이 가능하도록 정책화·법제화해 내수시장을 창출, 기술 및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CIGS·염료감응·유기 등 차세대 BIPV의 시장진입 및 저가보급을 위한 지원도 확대될 겁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태양전지의 저가화·고효율화가 가능한 차세대 태양전지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기술개발·상용화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차세대 태양전지는 비교적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작기 때문에 소재·부품 등 전 분야 핵심원천·상용화 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세계는 지금 태양광 기술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국가간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중국은 엄청난 자본력으로 세계의 석학들을 통해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경쟁에서 우리나라의 대응전략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태양광 분야에 있어서는 후발주자로서 핵심 선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 각국을 추격해야 함은 물론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도 극복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추격형 기술’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고효율의 ‘한국형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과거 반도체, TFT-LCD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의 학습효과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선진기술을 무조건 도입해 배우는데 급급했지만 결국 핵심기술인 칩의 집적화 공정기술 개발에 성공해 세계 반도체, TFT-LCD 디스플레이 시장을 국내 기업이 리드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산업도 충분히 승산 있는 경쟁이 될 것입니다.
일전에 나름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호주의 한 석학과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는데, 한국은 ‘호랑이 같은 나라’라고 하더군요. 강호의 맹수 호랑이도 사냥할 때 만큼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먹이감에게 최대한 근접할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다가 한순간에 덮치는데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중국은 평원을 전력질주하며 사냥하는 ‘사자의 나라’에 비유하더군요. 한국의 태양광 기술도 호랑이처럼 조용히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가 한번 시작하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것 같다면서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한국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태양광 산업은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분명 태양광 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제반여건과 산업 인프라를 고려할 때 태양광 산업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함께 하면서 각종 지원책을 펴는가 하면, 연구개발 투자도 크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태양광 산업이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안보 및 기후변화대응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과 함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에 이은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국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태양광 모듈 설치 기준으로 1년 만에 7.4GW에서 무려 17.6GW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한 바 있지만 그리드 패리티가 달성되면 2050년 이전에 1,000GW라는 상상 그 이상의 태양광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드 패리티 이후의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 합니다.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임기 중에 이루고 싶은 계획은 무엇입니까?
향후 4~5년은 격차를 줄이느냐 아니면 격차가 보다 벌어지느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주도의 전략적인 기술개발은 현재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며, 해외 우수기술의 적극적인 도입 및 위험기술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포함해 한국의 강점인 양산공정 기술개발에 전력 질주해 태양광 산업을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은 차세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반도체 분야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우리나라가 태양광 강국으로 가는 길에 일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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