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한덕수 대망론'은 누가 펌프질 하는 것일까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4.1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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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 중 '출마 여부' 문답 알려지며 급속 확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2% 지지율로 첫 '대권주자' 진입...비문계는 견제 나서
'윤 전 대통령측이 파면 후유증 극복 위해 한덕수 출마 카드 띄워 경선 주도' 해석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4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4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국민의힘이 본격 대선후보 경선에 들어가기도 전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로 시끌벅적하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설이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미확인 소문'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 2%(한국갤럽)를 기록할 만큼 순식간에 정치적 실체가 돼 가고 있다. 

며칠 사이 국민의힘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현재 국민의힘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론을 놓고 찬반 의견으로 나뉘어 연일 들썩이고 있다.

당내 일부 친윤(친윤석열)계·영남권 의원들은 한 권한대행 출마를 지지하는 세 규합에 나선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한 영남권 의원은 "당 소속 의원 108명 중 한 대행을 지지한다는 의원이 50명을 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14∼15일 경선 후보 등록을 앞두고 주말 사이 연판장 작성, 공동 성명 발표 등의 형태로 한 대행의 출마를 거듭 촉구하는 단체 행동을 모색하고 있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여러 의원이 한 대행 출마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아닌가"라며 '한덕수 대망론'에 자락을 깔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대행 출마론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경쟁력 있는 후보가 우리 당의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컨벤션 효과도 높이고, 국민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게 돼서 나쁘지 않다.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경쟁력 있는 후보가 출마하면 좋다"며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권 도전을 반겼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경쟁력 있는 후보가 출마하면 좋다"며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권 도전을 반겼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한 대행의 대선 출마가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경우에는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정치의 본질적 측면에서 비판을 하는 경우다. 김재섭 조직부총장은 SBS 라디오에서 "선거관리의 중책이 있는 분이 특정 진영의 후보로 거론되는 게 선거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고, (국정 운영의) 중요 컨트롤타워를 비우면 국무총리 탄핵에 반대했던 우리 당의 입장도 자가당착이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이 맨날 용병만 구해와야 한다는 것도 부적절하다"며 "'한덕수 차출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도 "본인이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의원들이 나서서 후보로 모시겠다고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고, 국정 공백 해소를 위해서 한 대행이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스텝이 꼬인다"며 "이미 출마를 선언한 주자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타 대권주자들은 정치 명분상의 반대보다 자신들의 입지나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정치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집중적인 견제에 나서고 있다. 김문수 나경원 한동훈 홍준표 등 대부분의 당내 대권주자들은 한 대행이 대선은 물론 정치권과도 거리를 두는 입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한덕수 대망론'이 불과 며칠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한 배경과 관련해 일부 보수세력이나 한 대행의 '작업'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덕수 대망론이 갑자기 퍼진 첫번째 '신호탄'은 지난 4월 8일 밤 한 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대행에게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고 묻자 한 대행이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라고 답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 '한덕수 대망론'에 불을 지핀 꼴이 됐다. 

한 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은 자신과 일부 핵심 참모들만이 알고 있는 일종의  '비밀'이다. 그런데 그 내용 중에 대선 출마와 같은 민감한 사안이 여과없이 언론에 그대로 흘러나온 것은 누가 봐도 한 대행측의 '자가발전'이거나 '언론플레이'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총리실 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잇단 출마 여부 통화 내용 확인 요청에 대해 "그런 일이 있으면 알려드리겠다"고 부인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한 대행의 정치적 웨이트가 올라가는 것을 은연중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잇따랐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대행 또한 '태연하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뒷이야기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한덕수 대망론'을 즐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억측도 나왔다. 한 대행은 페이스북 글에서 "CNN 인터뷰와 트럼프 대통령 통화가 겹쳐 집무실에서 간부들과 김밥을 먹으며 우리측 논점을 점검하고 준비했는데, 다행히 인터뷰도 정상 통화도 상대국 반응이 좋다" 등 뒷이야기를 전하며 세간에 화제가 된 '트럼프 통화 내용'을 되새김하기도 했다. 

이렇게 경선 초반 한덕수 대망론이 판을 지배하면서 '친윤계'는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다. 누가 봐도 한덕수 대행은 '윤석열 사람'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파면은 됐지만 여전히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고 전한길 윤상현 나경원 등 '친윤계'들을 용산으로 불러 '관저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윤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는 이번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그가 어떤 식으로든 '친윤' 후보를 '지정'하고 간접지원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덕수 대망론'을 일단 띄워 대통령 파면으로 돌아선 보수세력의 '당심'을 확인하고 희석시키는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측이 파면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그 활로로 삼은 것이 '한덕수 대망론' 전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은 파면됐지만 다른 인물들이 윤석열 정권의 정통성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발신하면 친윤계 후보들이 경선에서 판을 주도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전히 '당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나름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친윤계를 대표할 만한 뚜렷한 당내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덕수 대망론은 일종의 메기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른 후보들과의 경쟁을 부추겨 경선의 긴장감을 높이면 그것이 곧 '윤석열 영향력'을 입증하는 논리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윤계 후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경선 '개입'에 대해 '당을 전부 말아먹자'는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집권 2년 반만에 파면당한 대통령이라면 여론이 식을 때까지 당분간 자숙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게 비윤계의 논리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그럴 의사가 사실상 없는 것 같다. 

한덕수 대행을 띄워 경선 초반 레이스에서 간을 본 친윤계들은 판이 자신들 위주로 돌아갈 것 같다며 나쁘지 않은 표정이다. 한덕수는 과연 경선 레이스의 페이스메이커로 그칠까, 아니면 메이크킹이 돼 대권 도전에까지 나설까. '반기문 대망론'은 2017년 1월 12일부터 2월 1일까지 20일동안 여의도를 들었다 놨다 했지만 결국 본인의 '도주'로 일단락됐다. 또 다른 '공무원' 한덕수 대행은 어떤 모습으로 대망론의 에필로그를 쓰게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지난 2017년 2월 1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국회에서 "정치 활동을 뜻을 접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 캡처
지난 2017년 2월 1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국회에서 "정치 활동을 뜻을 접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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