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에 ‘태양광’이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태양광 산업이 더욱 주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태양광 전후방 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 이슈, 기술개발 투자, 정책 변화 등의 이유로 태양광 산업은 정체와 성장가능성 사이, 그 어딘가에 있다. 이에 본지는 에너지기술평가원 명승엽 태양광PD의 이슈리포트 연재를 통해 태양광 산업의 주요 이슈를 다루고 향후 전망과 개선점에 대해 살피고자 한다. / 편집자 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명승엽 PD] 탠덤 태양광 모듈의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섰다. 옥스퍼드PV의 미국향 탠덤 모듈 출하 계획 발표로 글로벌 주요 전시회와 포럼 등에서만 소개됐던 탠덤 모듈의 공급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더불어 미국과 유럽, 중국의 태양광 시장 주도권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생산량을 줄여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은 공급망 다각화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ESG 경영과 RE100 등으로 이러한 무역 조치 대응에 나서고 있다.
#1. 옥스퍼드PV 최초의 탠덤 태양광 모듈 출하 계획 발표… 론지는 33.9% 탠덤 태양전지 연구 논문 네이처에 게재
독일 옥스퍼드PV(Oxford PV)는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HJT) 탠덤 태양광 모듈의 최초 상업적 출하 계획을 발표했다. 브란덴부르크 안 데어 하벨에 있는 파일럿 생산시설에서 모듈을 제조해 미국 고객에게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출하될 모듈의 사양은 효율 24.5%인 70셀 면적 모듈이라고만 발표됐다.
옥스퍼드PV는 2024년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솔라(Intersolar Europe) 전시회에서 60셀 면적(1.7m2) 초기효율 26.9%의 페로브스카이트-HJT 탠덤 모듈 개발을 발표한 바 있고, 지난 8월 대전에서 개최된 2024 국제 탠덤 태양전지 특별 포럼에서도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중국의 LONGi는 2023년 11월부터 현재까지 미국 NREL 차트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초기효율 33.9%의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HJT) 탠덤 태양전지 개발에 관한 연구 논문을 네이처(Nature)지에 게재하고 중국어 보도자료를 통해 소개했다.
상부셀 페로브스카이트/전자수송층(ETL) 계면에서의 재결합 감소를 위해 이중층(Bilayer)을 적용해 패시베이션 효과를 개선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분산된 LIF 초박막 위에 이요오드화이암모늄(EDAI)을 증착한 이중층을 적용했다. 습식 용액 공정으로 균일한 두께의 페로브스카이트 상부셀 박막 형성을 위해서 HJT 하부셀의 표면요철을 완화해 초기효율 33.9%(면적 1cm2)를 NREL에서 검증받았다. 봉지 없이 상온 질소 분위기에서 실시된 1-Sun(AM 1.5G, 100cm2/W) 광조사시험에서 1,200시간 후에도 초기효율의 80% 이상을 유지했다.
LONGi는 2024년 6월 상하이에서 열린 SNEC 2024 전시회에서 페로브스카이트-HJT 탠덤 태양전지 세계 최고 초기효율 34.6%(면적 1cm2)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이탈리아 ESTI에서 공인 효율 검증). 또한, 인터솔라 2024에서는 M6 크기(면적 274cm2)의 탠덤 태양전지 초기효율 30.1%을 달성해서 최초로 상용면적 태양전지 효율 30%를 돌파했다고 홍보했다.
한편, 프랑스 CEA-INES 연구소는 이탈리아 에넬그린파워(Enel Green Power)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HJT 탠덤 태양전지 초기효율 29.8%(면적 9cm2)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JRC(Joint Research Center)에서 효율을 검증받았다고 한다. 에넬그린파워는 2026년부터 30% 효율의 탠덤 모듈을 상용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 중국발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역사적 최저가격 지속… 1분기 출하량 호조에도 주요기업 적자 전환
2024년 2분기 동안 41% 급락하면서 4.36달러/kg으로 마감했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평균가격은 9월 18일 기준 4.42달러/kg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들이 공급과잉이 심해지자 장기간 보수에 들어가면서 가동률을 낮췄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의 안정은 모듈 가격의 안정에도 기여했다. 2분기 동안 14~16%의 하락을 보여줬던 p형 PERC 태양광 모듈 평균가격은, 9월 18일 기준 M10(182mm) 면적 모듈이 0.083달러/Wp, M12(210mm) 면적 모듈이 0.088달러/Wp를 각각 기록하며 분기별 하락률이 10% 수준으로 감소했다.
2분기 동안 20%의 감소를 보여준 M10(182mm) 면적 n형 TOPCon 태양광 모듈 평균가격은 9월 18일 기준 0.086달러/Wp를 기록하며 하락세가 감소했다. n형 TOPCon 모듈 평균가격도 분기별 하락률이 12%로 둔화됐지만, 0.09달러/Wp 미만인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추락했던 태양광 모듈 가격은 조만간 바닥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BNEF의 최신보고서 ‘3Q 2024 Global PV Market Outlook’에서는, 2024년 글로벌 태양광 신규설치용량 전망치를 최대 592GW로 상향했다. 중국발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분기별 분석에 따르면 세계 최대 28개 시장에서 보급이 1% 이상 증가했는데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가 가장 큰 발전을 주도했다.
태양광 모듈 신규설치용량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35년까지 996GW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공급과잉에 대처하는 모듈 제조기업들이 재고자산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가격 덤핑을 촉발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가동률을 낮추며 감산해 2024년 폴리실리콘 생산량 추정치를 220만MT에서 196만MT로 하향했다. 이 생산량만으로도 900GW의 모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태양광 제조업체가 올해 손실을 보고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는 파산이나 매각될 것으로 경고했다. 역사적인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모듈 가격은 n형 TOPCon 제품 기준으로 연말까지 0.10달러/Wp 미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3. 2024년 유럽 태양광 모듈 수요 82~93GW 전망… 정책 기반으로 독일이 주도
PV인포링크(PV InfoLink)는 2024년 글로벌 모듈 수요를 470~529GW로 추정했다. 동시에 유럽이 82~93GW를 기록하며 중국에 이은 글로벌 2위 시장으로서 18%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태양광 신규설치용량 70GW를 기록했던 유럽은 REPowerEU 정책을 기반으로 올해에도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EU복구및복원시설(EU 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 자금을 통해 회원국에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핵심원료법(Critical Raw Material Act), 강제노동으로 만든 제품의 유럽연합 시장 내 판매 금지 규정 제안 등으로 중국산 모듈을 견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건물에너지성능지침(EPBD)을 도입해 주택 지붕 태양광을 활성화하고 유럽 태양광 헌장에도 서명했다.
그러나 중국산 모듈에 대한 직접적인 관세를 적용하거나 유럽의 제조업에 대한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지는 않고 있어 유럽의 태양광 제조업은 위기를 겪고 있다. 2024년 모듈 수요는 독일(19%), 폴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순으로 5개국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태양광 패키지 ‘Solarpaket1’을 승인하며 인허가를 완화해 태양광 설치를 늘리고 대규모 및 분산 태양광에 대한 장벽을 해소하고 있다. EU의 지원 정책과 203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 설치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에너지 가격 하락, 공급망 가격 하락, 자금 조달 비용, 보조금 축소로 인해 모듈 수요 증가는 제한적이다.
#4. 미국 무역법 301조 최종조치 발표… 더욱 고조되는 미·중 무역갈등
미국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Sun) 벨트라고 불리우는 4개 경합주인 애리조나,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주 유권자들의 선택이 주목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24년 9월 1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 관세 4년 검토 보고서에 대한 의견평가를 완료했다.
미국은 기술 이전 및 지적 재산권에 침해에 대한 우려에 대응해 2018년부터 중국 수입품에 대해 1974년 무역법 301조에 따라 관세를 부과해왔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태양광 제조업을 보호하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중국에 대해서 유례없는 강경한 입장을 펼치고 있다.
최종조치에서 중국산 태양전지에 대한 수입 관세를 종전 25%에서 50%로 인상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5월 개정안을 유지해 9월 27일부터 시행한다. 더욱이 2025년 1월부터 폴리실리콘과 웨이퍼에 대한 관세율도 0에서 50%로 인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각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도이다.
다만, 미국 태양광 제조업의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해 태양전지 제조장비 5종, 잉곳·웨이퍼 제조장비 7종, 물류 2종 등 14종의 제조장비에 대해서는 2025년 5월 말까지 관세를 임시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5월 개정안에서 제안된 모듈 제조장비 5종은 중국외 국가에서 공급망 다각화가 가능하므로 관세 임시 제외 대상에서 철회됐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외에도 2012년 이후 부과된 반덤핑 및 상계 관세(AD/CVD)와 모든 국가의 태양전지 및 모듈을 대상으로 하는 201조 관세가 있다. 그 결과, 최근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직접적인 태양전지 및 모듈 수입이 상당히 감소됐다.
이에 따라 무역법 301조 변경이 가져올 미국 내 태양전지와 모듈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현재 폴리실리콘 생산용량은 9GW이나 가동되는 웨이퍼 생산용량은 없다. 2030년까지 계획된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생산용량은 각각 28GW, 21GW이다. 이에 폴리실리콘 수입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아서 폴리실리콘에 대한 새로운 관세가 미치는 영향은 2026년까지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 이후에는 필요 시 말레이시아 OCI 공장, 인도, 중동 등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이 미국에서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태양전지 생산용량도 2025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므로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이 주요 웨이퍼 수입경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기업들은 라오스, 인도네시아, 오만, UAE,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등으로 새로운 우회경로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이미 보이고 있다.
#5. 중국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 ESG 경영 강화… 탄소제로 태양광 모듈 공장 구축하여 RE100 및 CBAM 대응 잰걸음
글로벌 공급과잉과 미국·유럽·인도 등에서 날로 강화되는 무역장벽으로 인해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는 중국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들이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아스트로너지(Astronergy)는 2023년 7월 옌청(Yancheng)시에 세계 최초 탄소제로 태양광 모듈 공장을 구축해 TUV라인란드(TUV Rheinland)로부터 탄소제로 공장 인증을 획득했다고 주장했으며, 최근 주취안(Jiuquan)시에 구축한 공장도 TUV라인란드로부터 탄소제로 공장 인증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28년까지 탄소제로 공장을 8개로 확대 구축한다는 계획과 2035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아스트로너지의 탄소제로 태양광 모듈 개념은 친환경(Green) 공급망, 친환경 제조, 친환경 설계, 친환경 재활용으로 구성된다. 투명(Transparent)하고 추적가능하고(Traceable) 지속가능한(Sustainable) 친환경 공급망 구축을 위해 공급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이력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제조를 위해서는 주취한 공장의 경우, 옥상에 1MW의 자사 모듈을 설치해 연간 생산된 940,000kWh의 전력량을 생산하고 자체 소비한다고 한다. 폐기물과 공업용수를 재활용하고 친환경 인증서를 구매해 2023년 온실가스의 100%를 상쇄했다고 주장한다. 친환경 설계를 위해서는 은(Ag) 소모량이 저감된 제로버스바(0BB) 모듈을 개발해 저온(150oC 이하)의 상호연결(Interconnection) 공정을 확립하고, 웨이퍼의 박형화를 추구하고 있다. 공정 중에 발생하는 유리, 태양전지, 리본, 프레임 폐기물 등을 최대한 재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트리나솔라(Trina Solar)의 경우에도 장쑤성 옌청시에 있는 다펑(Dafeng) 본사가 TUV라인란드의 폐기물제로(Zero Waste) 및 탄소제로 공장 인증 감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트리나솔라는 폐기물제로 공장 인증(Zero Waste Factory Certification)과 2023 탄소제로 공장(Type I) 3-star 인증을 받았는데, 태양광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TUV라인란드로부터 폐기물제로 공장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폐기물 관리 시스템 평가에서 트리나솔라는 99.58%의 폐기물 매립 전환율(WDR)을 달성했으며, 이는 가장 높은 3-star 인증이라고 한다. 또한, 세계 최초의 완전 재활용 태양광 모듈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66셀 면적의 n형 TOPCon 모듈의 최대출력은 645W(효율 20.7%)로 M12(210mm) 웨이퍼, 하프셀, 멀티버스바(MBB) 기술을 적용했다.
해체된 태양광 모듈에서 재활용된 실리콘 웨이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세척제를 사용하고, 폐기된 모듈에서 회수한 유리와 알루미늄 프레임은 2차 용융을 통해 재활용 모듈에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폐기물에서 은 가루도 회수해 은 페이스트에 적용했다고 한다.
트리나솔라는 2030년까지 태양광 제조에 있어서 페기물제로 및 탄소제로 공장을 구축해 RE100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했다. 그 결과, 모건스탠리가 트리나솔라의 ESG 등급을 BB에서 BBB로 1단계 상향했다.
론지(LONGi)의 경우에도 태양광 2028년까지 RE100 달성을 비롯해 수송 부문에서 탄소배출 감축을 목적으로 기업의 모든 운송수단을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는 캠페인인 EV100 (Electrical Vehicle 100%)과 기업들이 사용하는 에너지 생산성 개선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캠페인인 EP100(Energy Productivity 100%)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운남성 바오샨(Baoshan)에 탄소제로 공장을 구축하는 등 전사적으로 스코프 1(Scope 1, 기업의 직접배출량), 스코프 2(Scope 2, 기업의 에너지사용에 의한 간접배출량)뿐만 아니라 스코프 3(Scope 3, 밸류체인 전체에서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모든 간접적인 배출량) 감축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JA솔라(JA Solar), TW솔라(TW Solar) 등 중국의 주요 모듈 제조업체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중국산 모듈을 견제하기 위해서 검토하고 있는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및 에코 디자인의 탄소세에 대비하며 수출경쟁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탄소검증제는 국가표준배출계수 기준인데, 향후 해외 모듈업체를 중심으로 전주기 LCA(Life Cycle Assessment) 기반 탄소배출량을 반영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