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원들, 韓대행 발언에 의총서 격앙…이후 지도부가 '번복'
잇단 탄핵에 대한 역풍 우려 일단 숨고르기로 선회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에 대해 26일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혀 27일 표결이 예상됐으나 2시간도 안 돼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두고 여야 협상을 통해 타협안을 만들어달라고 밝힌 데 격분해 의총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을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안 국회 제출 예정 시간이 10여분 지난 오후 5시 40분께 기자들과 만나 발의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안 발의 보류와 관련해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동의가 이뤄졌을 때 즉시 임명하는 절차까지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애초 지도부가 고려한 대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최대한 빨리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서 지도부가 전략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최대한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당의 급선무"라며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의사를 밝히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 권한대행 탄핵안 국회 통과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등 국정 혼란의 책임을 둘러싼 역풍 가능성을 고려해 숨고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23일 “(한 권한대행을 제외하고) 현재 15명인 국무위원 중 5명을 (한 권한대행에 이어) 추가로 탄핵하면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 의결을 못 한다”며 “비상 상황인 만큼 최후의 수단까지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노 대변인의 발언이 알려지자 보수층뿐 아니라 일부 중도층에서도 "민주당이 국무회의 기능까지 정지시키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잇단 탄핵 발의에 대한 역풍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도 당 지도부에게는 부담이었다. 이에 일단 한 권한대행을 더 압박하는 수순으로 가서 명분을 더 쌓은 뒤 재차 탄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총리실이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한 긍정적 신호를 보내온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총리실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겠다는 시그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 국민의 명령에 따라, 간절한 기대를 가지고 인내하면서 내린 결정"이라고 부인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여야의 합의를 우선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은 합의 불발을 명분으로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공간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탄핵할 경우 그에 따른 역풍이 우려되고, 탄핵하지 않을 경우에는 한 권한대행의 의도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