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조현범 회장, 징역 3년 ‘법정구속’…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5.29 1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임 혐의에 징역 6월, 나머지 혐의에 징역 2년6월 선고
“총수일가 지위 악용해 범행 저지른 것…죄질 매우 나빠”
200억원대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법률대리인 및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법원에 들어서며 왼손으로 안경을 만지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200억원대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53)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조 회장은 보석이 취소되며 곧바로 법정구속됐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를 받는 조현범 회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배임 혐의에 징역 6월을, 나머지 혐의에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실형 선고를 내리며 기존 허용했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 회장은 2023년 3월 구속 기소된 후 약 8개월 만에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법인카드 사적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 배임죄를 범한 기간이 4년에 가깝고, 피고인(조 회장)은 피해자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에서 차지하는 업무상 지위 및 총수 일가로서의 지위를 악용해 해당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죄책이 상당히 무겁고 그 죄질 역시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업무상 배임죄로 인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피해가 50억원 규모로서 매우 큰 점, 피고인은 자신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협력사 리한의 대표이사를 돕기 위해 해당 범행을 저질렀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 MKT의 이익은 그다지 고려되지 아니했던 것으로 보이는 바, 그 범행 동기와 방법이 좋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이 각 범행을 부인하며 그다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조 회장은 이날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 재판정에 입정해 재판부가 판결문을 읽으며 형을 선고할때까지 1시간 가량을 기립한 자세로 고개를 숙인 채 경청했다.

다만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자 양측에 배석한 변호인들에게 불만 섞인 듯한 표정으로 무언가 말을 건네기도 했다.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냐고 묻자 조 회장은 작은 목소리로 “제가 많이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도) 반성하는 마음으로 있겠다”고 했다.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된 사업회사 한국타이어와 이 회사 임원 정모씨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직원 박모씨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부과받았다.

앞서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2017년 12월 자사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타이어를 찍어내는 틀)를 사들이며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해 한국타이어에 131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2023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봤다.

MKT는 한국타이어가 50.1%, 조 회장이 29.9%, 그의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20.0%의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가족회사다.

아울러 조 회장은 2017∼2022년 회삿돈 75억5000여만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받는다.

조 회장은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에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별다른 담보 없이 MKT 자금 50억원을 빌려주고, 개인 주거지의 가구 구입 비용 등을 회삿돈으로 지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도 포함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 2월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12년과 추징금 7896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한국타이어 법인에는 벌금 2억원을, 이 회사 임직원 2명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조 회장은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모든 게 제 불찰이고 깊이 반성한다”며 “기업 경영의 프로세스를 바로잡고 가장 투명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조양래 한국타이어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회장은 개인 비리에 따른 사법 리스크로 불안정한 경영 활동을 이어왔다.

앞서 조 회장은 2019년 11월에도 배임수재·업무상횡령·범죄수익은닉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그는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원씩 총 6억원 안팎의 뒷돈을 받아 챙기고 계열사 자금 약 2억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조 회장은 이 건으로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