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세종시 폭우 부실 대응 논란...대통령실-지자체 누구 책임인가?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7.21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실, 국힘 '세월호' 비유 비판에 "정쟁 이용 안 돼…여야정 함께 노력해야"
수해 피해 등 재난 1차 책임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거 지자체에 있어
중앙정부, 전국적 차원의 정책 및 자원 배분 담당...지자체와 유기적 협조 체계 절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기후온난화에 따른 집중폭우가 일상이 되고 있다. 21일 행정안전부 국민안전관리 일일상황보고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까지 전국에 호우로 18명이 숨졌고 9명 실종됐다.

지역별로는 산사태가 난 경남 산청군의 인명피해가 가장 컸다. 산청군에서만 1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경기 가평군와 충남 서산시에서 각각 2명, 경기 오산·포천시와 충남 당진시, 광주 북구에서 각각 1명이 사망했다.

국지성 폭우가 단 시간내 집중되면서 인명 피해가 커진 측면이 있지만 야당은 이재명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세월호 7시간'에 난리 치던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왜 세종시 실종 23시간 사건에는 함구하는 것인가"라며 "강선우·이진숙 후보자는 지키면서 국민의 생명은 지키지 않는 것인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21일 세종시에서 폭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 "심각한 공직기강 해이나 잘못이 발견된다면 엄하게 책임을 묻고 철저하게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이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음에도 사고 자체에 대한 인지가 한참 늦었고,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았다"며 "세종시 재난 콘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강 대변인은 이 사안을 두고 국민의힘이 비판 논평을 낸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난이 특정 논평에 인용되거나 정쟁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재난과 관련한 모든 일이 대통령실에 보고되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도 특별재난지역 선정을 빠르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마치 대통령실이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논평하는 것은 사실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난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여·야·정이 함께 재난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청. /사진=연합뉴스
세종시청. /사진=연합뉴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이례적으로 세종시 수해와 관련해 긴 논평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는 세종시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의 제1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기 때문에 혹여라도 이번 정부의 수해 대책이 이 대통령의 평소 안전 대책 강조에도 별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한 '정치적 대응' 성격이 짙다. 

엄밀하게 말하면 세종시 폭우 늑장 대응은 대통령실 책임이 아니라 세종시 지자체 책임이다. 그럼에도 야당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세종시 문제에 함구하고 있다며 책임의식 부재를 질타하고 나섰다. 

사실 수해 재난에 대한 책임 소재는 상당히 복합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재난관리체계에서 지자체는 재난 예방, 대응, 복구의 1차적 책임을 진다. 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다. 지자체는 재난안전대책본부(재대본)를 구성해 현장 상황을 관리하고 초기 대응을 수행해야 한다. 

세종시의 사례에서 재대본이 실종 사고를 23시간 동안 인지하지 못한 점, 소방본부와 자치경찰의 정보 공유 및 협업 부족은 지자체의 재난 대응 체계에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수해로 인한 초기 대응 실패는 주로 세종시의 재난 관리 체계 부실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실이 세종시의 귀책사유가 확인될 경우 엄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한 점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기초한 대응이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재난 대응을 지원하고 전국적 차원의 정책 및 자원 배분을 책임진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특별교부세 지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 등을 통해 광역적 대응을 조율한다. 이 대통령이 수해 피해가 커지자 가장 먼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앞당기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중앙정부의 역할과 기능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시 사례처럼 지자체의 초기 대응이 부실한 경우 중앙정부는 이를 지적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실이 세종시의 공직기강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18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 제천변에서 경찰이 물에 휩쓸려 실종된 40대 남성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이런 재난 대응의 가장 기본적 프로세스와 그 책임 소재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세종시 늑장대응을 두고 대통령실의 안일함을 지적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대통령실을 걸고 넘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세종시 실종 23시간 사건을 '세월호 7시간'에 비유하는 견강부회를 했다. 

야당이 세종시와 세월호를 걸고 넘어진 것은 누가 봐도 정치적 공세로 보일 여지가 있다. 이에 대통령실 역시 "재난을 정쟁화하지 말라"고 반박하며 방어적 입장을 취했다. 이런 여야의 공방은 재난 대응의 본질적 개선보다는 정치적 논쟁으로 흐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종시의 늑장 대응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오송 사건 관련자들과의 회의에서 "향후 재난 발생 시 신고자들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지방정부도 뉴스나 SNS 등으로 올라오는 피해 소식을 접하는 즉시 대응책을 강구하라"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지만 이번 세종시 늑장대응으로 총리의 지시도 별 소용이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재대본이 비상 2단계로 격상된 상황에서도 실종 사고를 23시간 동안 인지하지 못한 점은 재난 상황에 대한 감시와 보고 체계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이는 여전히 지자체가 계절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재난 사고에 대해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안일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폭염 대응을 위해 건설현장과 재난상황실을 방문해 노동약자 보호와 섬세한 재난 대응체계 강화를 지시했다. 김 총리가 7일 세종 다솜로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여름철 재난 대비 상황을 점검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총리실

하지만 대통령실도 재난 피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수해 재난은 지자체 책임인데 왜 대통령실을 비판하느냐"는 논리가 일견 타당하게 보이지만 대통령실도 그 '정치적 책임'에서 비켜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평소 "국가의 제1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 이는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역할에 대한 관심과 비판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종시의 부실한 대응이 드러난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이를 사전에 점검하거나 지자체를 강하게 독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야당이 세월호와 세종시를 엮는 것과 같은 무리한 정쟁 유발 시도는 더 강하게 비판받아야 하지만 대통령이 국가 재난의 최종 책임자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중앙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자체의 재난 대응 역량을 점검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세종시와 같은 사례가 반복된다면 중앙정부의 지자체 관리 및 훈련 체계에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지자체에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실이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말만 반복할 경우 그것 또한 옹색한 대응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대통령실이 중앙정부로 최종 책임자로서 지자체를 좀 더 감시 감독하고 독려하는 시스템을 갖춰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 역할을 김민석 총리가 담당하고 있지만 아직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중앙과 지자체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가 가동되기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와 달리 이재명 정부는 지자체의 재난 대응 훈련을 강화하고 재난 상황에서 신속한 자원 지원과 감독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특히 재난이 일상화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대응 체계 구축을 시스템화, 매뉴얼화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역대 정부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 회피를 하거나 방관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이제는 재난을 상수로 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가릴 것 없이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서는 국민이 대규모 재난 상황에 직면하면 중앙정부, 특히 대통령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그 동안의 정치적 관행과도 연결된다. 과거 조선시대 왕이 가뭄이 심하면 기우제를 지내는 전통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국가 재난의 최고 책임자라는 상징성이 있을 뿐 실제 재난 대응은 지자체가 책임 지고 임해야 한다.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대통령만 쳐다 보는 정치적 관행도 이제 청산해야 될 때가 왔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