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전례 없는 속도로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0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560GW 이상의 신규 재생에너지 용량이 추가됐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흐름은 매년 2조 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확산세에도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지난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123개국이 서명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에 대한 경과보고서를 지난 10월 14일 발표하며, 각국 정부에게 재생에너지 투자 증대를 촉구했다.
현재 각국의 계획으로는 목표에서 34%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2023년 이뤄진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투자 규모 5,300억 달러를 매년 1조5,000억 달러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규 사업 없다” 부족한 사업 기회에 기업간 최저가 경쟁
“현재 국내 태양광 업계는 매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보다 현장의 체감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살기 위해 매일 독주를 마시는 형국”
천장 없는 상승을 기록하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과는 달리, 국내 태양광 시장은 전례 없는 암흑기를 달리고 있다. 그동안 화재, 발전차액지원제(FIT) 일몰 등 업계를 힘들게 했던 변화나 사고들도 있었지만,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제공했을 뿐이다. 최근 업계의 고난은 진행할 사업이 없다는 데 있다.
태양광은 기대에 부합해 성장세를 이어오던 산업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은 2017년 1.3GW에서 2018년 2.3GW, 2019년 3.7GW, 2020년 4.1GW, 2021년 4.2GW를 기록하며, 해마다 성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은 2.7GW로 반토막에 가까운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태양광 시장의 부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올해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을 2.5GW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범지구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가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태양광을 필두로 에너지 전환을 준비했고,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까지 시장에 수많은 기업이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의 악몽이 시작됐다.
일거리는 없고, 가뭄에 단비처럼 발생하는 사업 수요를 획득하기에는 경쟁자가 너무 많다. 급속도로 줄어든 사업 기회에 기업들이 내놓은 자구책은 ‘가격 경쟁 위주’의 전략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주던 산업이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급격히 위축되면서 이미 시장에 진출한 수많은 기업은 부족한 시장 수요에서 승리하고자 기업간 치킨게임, 곧 최저가 경쟁을 시작했다”며, “침몰이라도 막기 위해 찾아낸 생존 전략”이라고 토로했다.
자본주의 시장체제에서 ‘치킨게임’은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태양광을 ‘수익성’으로만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인식 때문이라고 업계는 토로한다.
발전사업자가 사업 진행의 최우선 순위를 수익 극대화로 놓다 보니, EPC 기업들은 수요자의 입맛에 맞는 솔루션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 발전사업자는 EPC 기업에게 강화된 발전시간 보증조건을 요구하고, EPC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기술개발을 이어간다. 여기서 더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높은 발전시간 보증에 더해 사업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자칫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사업권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해야 기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시금 국내 태양광 시장이 활기를 품을 나날을 기다리며, 기업들은 처절한 생존게임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업계는 태양광이라는 전세계의 거대한 흐름에 다시 올라탈 우리나라를 기다리고 있다. 국산 기술력과 인력으로 국가 경제 부흥에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으로, 힘겨운 나날을 버티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생존 조건은 곧, 수익이다. 그날만을 기다리며 밑 빠진 독에 물만 부을 수는 없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격거리’ 규제 해소는 국내 태양광 시장을 개선할 가장 이상적인 대안 중 하나이다. 기후솔루션이 지난 10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정현(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분석한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정부 권고안대로 이격거리를 완화하면 태양광 설치 가능 면적(임야 제외)이 7,802㎢(국토의 약 7.8%)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전국 130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상위법에서 규정한 법정구역을 제외한 상태에서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한 결과, 전국 평균 태양광 설치 가능 면적은 7.4%에 불과했다. 여기서 ‘임야’ 지목을 추가로 제외하면, 이 숫자는 2.8%로 급감했다. 기타 이격거리(관공서, 문화재 등)까지 적용할 경우, 이 비율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태양광 설치 가능 면적이 1% 이하인 지자체는 총 40곳에 달했으며, 특히 경기도 가평군은 전체 면적의 0.13%만이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정부가 권고한 가이드라인대로 이격거리를 100m 기준으로 완화한다면 전국에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은 얼마나 될까? 조사 결과, 면적은 8.8%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적으로는 4,973㎢만큼 증가, 서울 면적의 8배, 제주도 면적의 2.7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태양광 업계가 지속적으로 이격거리 규제 개선을 촉구하는 이유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이격거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권고에 불과해 실질적인 효력은 없었다. 오히려 일부 지자체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기준을 더욱 강화,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욱 확산시켰다.
이에 업계는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아닌, 정부 차원의 기준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격거리 규제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 지자체도 상위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조례를 개정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태양광 시공기업 관계자는 “도로에서 태양광발전소가 보이면 안 된다는 경관심의 기준을 내세우는 지자체 등 불합리한 기준이 시장을 너무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올바른 기준이 세워진다면, 재생에너지 확대뿐만 아니라 난개발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은 공익사업” 정부의 인식 개선 촉구
지난 8월 27일 산업부는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전남·광주 전력계통 협의회를 개최하고, 계통관리변전소 안내의 필요성과 계통 부족 및 계통 불안정 조기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호남지역에서 이미 발전 중인 설비와 2031년까지 발전 예정인 설비 이외에 추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유입을 차단했다.
가뜩이나 사업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호남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던 태양광 EPC 기업들은 기업 유지에 대한 희망마저 뿌리째 뽑혀버렸다.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다.
호남지역에 EPC 사업을 운영 중인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이미 허가를 받은 사업을 진행 중이기에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며, “공공기관 사업, 자재 유통 등 다방면으로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족한 계통의 확충 역시 재생에너지 시장 확산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이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정부 역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시행하며, 부족한 계통을 보완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다만, 업계는 이러한 행보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 제조기업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부가 밝힌 방향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계획과 실천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계획을 했으면 실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이러한 노력이 매우 아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금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계통이 포화라면, ESS(에너지저장장치)의 선제적 대응 등 재생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하지만 돌아온 것은 출력제한 및 접속차단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업계는 태양광을 ‘수익성’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태양광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공익적 사업이지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목표 달성에 맞춘 지원 및 제도가 형성돼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인식은 개인의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춘 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불합리한 규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가적 사명을 품은 에너지 사업이다. 해외는 이를 인식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시장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태양광을 개인 수익성을 위한 사업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태양광을 하면 돈이 된다는 초창기 인식이 난개발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가 지금의 대한민국 태양광 시장을 만들어냈다”며, “업계 역시 자정의 노력이 필요했고, 실제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에 발맞춰 지원 및 제도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 플랜 위한 재생에너지 전담부서 필요
“태양광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부정적 인식이 시장을 축소시키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이었던 지역도 민원 발생하는 것이 요즘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태양광 산업은 무너지고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만 도태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
이격거리 규제, 계통 확충 등 시장 확산을 위한 필수적 노력에 앞서 태양광 업계는 정부 인식 변화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태양광 업계가 마치 죄인처럼 평가받는 현재의 인식으로는 업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본지의 취재 요청에 수많은 태양광 EPC 기업이 난색을 보였다. 목소리를 냈다가 찍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업계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가장 선제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함께 고심하고, 업계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를 이를 위해 산업부 산하의 재생에너지 관리 부서가 아닌, 독립된 재생에너지 부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산업을 다방면으로 관리해야 하는 산업부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도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재생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필요하다”며,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인가다. 막연히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생각만 하다 보면, 국내 태양광 산업은 이미 무너진 상태일 것”이라고 자국 산업 보호 및 육성을 위한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