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대비 설비 투자 줄인 것이 흑자 요인..."투자 대신 재무 개선에 집중 주효"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석화 빅4 가운데 금호석유화학만이 나홀로 흑자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불황속 흑자행진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섣부른 투자 등에 쉽게 나서지 않은 '자물쇠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금호석화는 지난 2020~2022년 석화업계의 호황 당시 목돈을 손에 쥐었음에도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불황이 엄습한 요즈음 금호석화가 공격적 투자대신 내실경영을 택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3분기 연결재무제표기준 매출액 1조8278억원, 영업익 650억원을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도 불황 탓에 전년대비 영업익은 22.7% 감소했다. 하지만 석화업계 빅 4 가운데 유일하게 나홀로 흑자를 기록해 되레 눈길을 끌고 있다.
3분기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380억원,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310억원, 롯데케미칼은 36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석유화학업계는 공통적으로 중국산 제품의 공급과잉과 수요 약화와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해상운임이 상승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호석화는 이 와중에도 빅4 가운데 유일하게 석화업계 호황이 끝난 2022년 이후 꾸준히 분기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역설적인 대목은 금호석화의 CAPEX(자본적 지출)가 타사 대비 적었던 점이 바로 흑자 비결이라는 사실이다. CAPEX는 기업이 설비, 토지, 건물 등의 물질자산을 획득하거나 이를 개량하는데 들어가는 지출을 말한다.
지난 상반기 기준 금호석화의 총 투자비용은 2411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 설비증설에 4980억원을 투입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지난 2021년부터 4300억원을 들여 CA(클로르-알칼리)설비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상반기 무려 2조1621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업황 악화 속에 장기간 대규모 투자 자금 투입은 잉여현금흐름(FCFF)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일례로 롯데케미칼의 FCFF(총 현금흐름 – 총 투자)는 –1조7328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0~2022년 석화업계 호황기에 소극적 경영이라는 비판에 시달리던 금호석화가 시간이 경과한 요즘들어 지혜로운 선택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2021년 당시 (금호석화) 연간 영업익이 2조4068억원에 달할 정도로 석화업계가 호황이었다”며 “동종업계와는 달리 금호석화는 당시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를 집행하지 않고 신중한 태도로 일관해 당시만 해도 너무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게 사실”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금호석화는 잉여자금으로 부채비율을 줄이는 내실경영을 선택해 결국 업계의 승자가 됐다.
상반기 말 기준 금호석화의 부채비율은 43.42%에 그쳤다. 통계청이 제시한 제조업 분야 적정 부채비율이 100~200% 사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양호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금호석화가 투자에 쉽게 나서지 않은 배경으로 과거 채권단 관리를 받는 등 재무적인 위기를 겪은 아픈 경험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금호석화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분리되기 전인 2009년말 대우건설 인수로 인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해 채권단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3년만인 2012년, 실적 개선으로 채권단 관리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난 이후 박찬구 회장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면서 “현재 금호석화 사장을 맡고 있는 아들 박준경 사장 역시 선친의 이러한 경영기조를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