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까지 등판시킨 ‘연 6조원’ 건기식 시장…CU‧다이소, ‘가성비’로 뚫는다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3.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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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다이소, 소용량 건기식으로 틈새 수요 겨냥
제약사 입김 센 약사들 반발…일부 철수하기도
공정위까지 등판하며 ‘가성비 건기식’ 더욱 주목
편의점 CU는 올해 상반기 직영점을 중심으로 건기식 판매를 늘리고 내년부터는 가맹점까지 판매망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CU명동역점 건강 특화존 진열대에서 고객이 건기식을 살펴보고 있다./사진=CU
편의점 CU는 올해 상반기 직영점을 중심으로 건기식 판매를 늘리고 내년부터는 가맹점까지 판매망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CU명동역점 건강 특화존 진열대에서 고객이 건기식을 살펴보고 있다./사진=CU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성분과 함량, 원산지 등에 차이를 둬 1만원 미만으로 맞춘 ‘가성비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출시가 최근 유통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비싸게 팔리던 건기식이 초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입점하며 주목을 받았고, 편의점 업계 1위 CU도 건기식을 선보이며 건기식을 둘러싼 오프라인 유통 경쟁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다만 고착화된 소비자들의 건기식 구매 패턴과 빈약한 성분에 대한 우려, 기존 판매처였던 약국 측의 반발 등은 유통 업계가 조속히 풀어야 할 숙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올해 상반기 직영점을 중심으로 건기식 판매를 늘리고 내년부터는 가맹점까지 판매망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CU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K-푸드 특화 매장 CU명동역점에서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

해당 매장은 1만8400여개에 달하는 전국 CU 매장 중 건기식을 파는 유일한 곳이다.

CU는 상반기 중 직영점을 중심으로 건기식 테스트를 확대하고 주요 제약사들과 차별화 제품 출시를 본격 논의한다.

CU 관계자는 “제약사들과 상품 라인업을 확정하고 나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직영점뿐 아니라 전국 가맹점을 대상으로 건기식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CU는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건기식 판매 인허가 절차를 설명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건기식을 취급하려면 업주가 연 2회 영업자 위생교육을 받고 판매업 신고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경쟁사인 GS25도 추후 판매를 전제로 현재 건기식 흐름을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가성비 건기식이 주목받은 건 초저가 생활용품 판매점인 다이소 영향이 컸다.

다이소는 최근 대웅제약, 일양약품, 종근당 등 제약사들과 손잡고 3000~5000원대 건기식을 선보이며 소비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예컨대 다이소는 종근당건강과 협업해 건기식 '락토핏 골드' 출시했다.

약국에서 파는 제품과 성분은 동일한데 포장을 소량(17포 묶음)으로 변경해 가격을 5000원으로 내렸다.

약국이나 온라인 쇼핑몰, 마트 등에서 대개 50포 묶음으로 판매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 제품을 소량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며 5000원 안팎의 제품을 판매하는 다이소가 뷰티 업계 ‘빅 3’의 매력적인 중저가 제품 판매처가 되고 있다./사진=다이소홈페이지<br>
지난달 24일부터 건기식 판매를 시작한 다이소는 성분‧함량을 줄이는 식으로 비타민, 루테인 등 30여 종의 건기식 제품 가격을 ‘다이소 가격(3000~5000원)’ 수준으로 맞췄다./사진=다이소홈페이지

◆ 제약사에 ‘입김’ 센 약사들 반발에 공정위까지 등판

이처럼 유통사들이 하나둘 건기식을 넘보는 이유는 해당 시장이 연간 수조원 규모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1750억원에서 2022년 6조449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23년 들어서는 6조1415억원, 지난해에는 6조440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6조원을 넘는 거대한 시장이다.

건기식 유통 채널을 보면 대부분이 온라인(69.8%)에서 유통되고 나머지는 대형마트(5.5%)와 다단계(5.2%), 약국(4.2%) 등에서 팔리고 있다.

때문에 후발 주자인 CU나 다이소는 이들 유통 채널이 갖추지 못한 ‘가성비 건기식’을 내세워 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온라인몰, 약국 등에서 주로 몇 달치 단위로 판매되는 대용량 건기식을 낱개 단위나 소용량 제품으로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4일부터 건기식 판매를 시작한 다이소는 성분‧함량을 줄이는 식으로 비타민, 루테인 등 30여 종의 건기식 제품 가격을 ‘다이소 가격(3000~5000원)’ 수준으로 맞췄다. 이에 일부 제품은 첫 물량이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다만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기존 유통 채널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CU와 다이소에 건기식을 납품하는 제약사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약사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약국에 납품 물량이 많은 제약사들로서는 약사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어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유명 제약사가 수십년간 건기식을 약국에 유통하면서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는데 대해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약사는 다이소에 건기식을 납품한 제약사에 대해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다이소에 저가 건기식을 납품하기로 했던 일양약품은 납품 닷새 만에 자사 제품 9종을 전격 철수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등판하며 CU와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 이슈는 더욱 이목을 끄는 모양새가 됐다.

공정위는 일양약품의 다이소 건기식 판매 중단 논란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여기에 소비자단체도 나서 제품 철회 논란을 야기한 약사들의 반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소용량 건기식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을 약사들이 박탈했다는 주장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건기식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소비자가 자유롭게 구매할 권리가 있다”며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합법적인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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