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주총 본격 돌입하는 이통 3사…사법 리스크에 ‘법조인 사외이사’ 모시기 혈안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3.17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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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 김용헌 변호사 재선임
SKT, 서울고등법원장 출신 김창보 변호사 신규 선임
LGU+,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재선임
(왼쪽부터) 김용헌 KT 사외이사 후보, 김창보 SK텔레콤 사외이사 후보, 남형두 LG유플러스 사외이사 후보./사진=법무법인 대륙아주, 연세대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 단위’의 과징금 폭탄을 피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다음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법조인’을 이사회에 속속 진입시키며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대응이나 향후 있을지 모를 사법 리스크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특히 3사 모두 지난해 기준으로 법원에 계류된 소송이 수십건에서 수백건에 이르는만큼 법조 출신 고위 인사들을 최대한 영입해 ‘전관예우’를 노리는 등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이통 3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각 사별로 모두 사외이사 후보에 법조인을 포진시켰다.

이통 3사 중 법조 출신 인사 영입에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단연 KT다.

KT는 오는 31일 예정된 주총에서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현 세종대 법학전공 석좌교수)를 재선임 한다. 김 변호사는 KT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사외이사로 재추천받았다.

이사후보추천위는 김 변호사를 추천하며 “법률적 통찰력과 위기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KT가 AICT(인공지능 정보통신) 컴파니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법률적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미래 혁신을 뒷받침할 적임자로 판단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법원장을 지내고 2017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장관급)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현재 KT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아울러 김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KT와 3년간 9000만원에 자문 계약을 맺고 있기도 하다.

KT가 법조인 출신, 특히 검사 출신 인물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통한다. KT내 검사 고위직 출신 인물만해도 줄잡아 3~4명에 이를 정도다.

김후곤 KT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북부지검장, 대구지검 검사장 등 검찰 요직을 지내고 서울고검 검사장을 끝으로 2022년 5월 검찰을 떠났다.

이외에 KT 이용복 법무실장(부사장), 허태원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상무), 추의정 감사실장(전무) 등도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다.

KT가 이처럼 법조 출신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소송 대응 차원이라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는다.

KT는 현재 이통 3사 중 가장 많은 소송건이 법원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KT의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를 보면 KT의 소송 건수는 총 248건이었고 소송가액은 1739억원으로 이통 3사 중 소송 건수나 금액 측면에서 단연 1위였다. 소송가액은 2023년 1678억원과 비교해 3.64% 증가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타사로부터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번호이동' 경쟁을 피하려 7년간 담합한 혐의로 1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이미지=연합뉴스<br>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타사로부터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번호이동' 경쟁을 피하려 7년간 담합한 혐의로 1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이미지=연합뉴스

◆ SKT‧LGU+도 법조인 사외이사 모시기에 ‘사활’

SK텔레콤도 26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서울고등법원장 출신 김창보 변호사를 신규 선임한다. 이번 정기 주총일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대신해서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까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다가 곧바로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영입돼 변호사로 근무해왔다.

김 변호사 역시 SK텔레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며 신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SK텔레콤 사외이사후보추천위는 김 변호사에 대해 “리스크 관리 및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로서 오랜 기간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의 사업 및 투자 의사결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들을 다면적으로 평가‧확인‧대응할 수 있는 탁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에 공시된 내용을 보면 SK텔레콤은 정확한 소송 건수를 밝히지는 않았다. 회사 측은 “다양한 소송 사건에 계류 중에 있으며, 이런 소송 사건과 관련해 설정된 충당부채는 중요하지 않다”고 적시했다.

SK텔레콤 측은 그 이유로 “소송 사건의 결과가 재무상태 및 영업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9월 기준 21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고 소송가액은 86억원으로 나타났다.

25일 주총이 예정된 LG유플러스 역시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사법연수원 18기인 남 교수는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2005년 9월에 연세대 교수로 임용돼 법조인들을 길러왔다.

남 교수도 LG유플러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의 추천으로 후보자로 재선임됐다. 추천위는 “LG유플러스가 추진하는 사업 분야인 방송통신,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자사 사업 전반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적 의견을 조언하며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9월 기준 법원에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사건이 105건인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이 중 일부 소송은 연결실체에 불리하게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이통사의 해당 소송가액은 공정위가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들 회사에 부과한 1000억원대의 과징금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공정위는 지난 12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이통 3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40억25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타사로부터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번호이동' 경쟁을 피하려 7년간 담합한 혐의다.

각 사별 과징금은 SK텔레콤 426억6200만원, KT 330억2900만원, LG유플러스 383억3400만원이다.

당초 공정위는 이통 3사에 3조4000억~5조5000억원 규모의 천문학적 과징금 조치 의견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동통신 업계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 바 있다.

이같은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이통 3사는 일제히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에 이들 업체는 조만간 법적 소송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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