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이익도 214.2% 급증한 1068억원… 영업이익률 약 23.7% 달성
‘세계 최초’ 3-5족 화합물 기술 적용한 차세대 ALG 장비 개발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국내 반도체 장비 1세대 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이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회사 주력 분야인 반도체 제조장비 관련 고객사 매출 증가로 전년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 반도체 장비 수출이 실적 이끌어
주성엔지니어링이 17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72억원으로 235.9%나 폭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068억원으로 약 214.2%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23.7%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이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비용과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반영한 결과”라고 실적 호조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반도체 업황 악화로 주성엔지니어링의 2023년 실적은 저점을 찍었다. 2021년 3770억원, 2022년 4378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2847억원으로 3분의 1 가량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1020억원과 1244억원이었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34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러한 호실적을 이끈 것은 반도체 장비 부문 매출이다. 반도체 장비 매출은 3497억원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85.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수출이 3055억원, 내수가 442억원이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주총액은 6000억원에 육박하는데 지난해 3665억원이 납품됐고, 수주잔고는 2311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성엔지니어링이 현재 고객사 프리미엄 제품군인 고대역폭 메모리(HBM)·고용량 서버 디램(DRAM) 모듈 등의 생산을 위한 선단공정 장비에 특화된 만큼, 계속해서 장비 업종 내 아웃퍼폼하는 실적 차별화를 기대한다”며 “또 비메모리 신장비도 연말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 3-5족 화합물 반도체 공정 양산 기술로 글로벌 반도체 제조 새 기준 정립
황철주 회장이 지난 1993년 설립한 주성엔지니어링은 세계 최초로 원자층 증착장비(ALD) 양산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주력 사업을 반도체에서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등으로 확장했다. 현재 주요 거래처는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초미세화 경쟁이 격화되면서 8인치, 12인치 웨이퍼와 같은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집(반도체 칩)을 지을 수 있는 기술인 ‘테크 마이그레이션(Tech-Migration)’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초기에는 1장의 실리콘 웨이퍼에 1개의 집을 지을 수 있었다면 지속적으로 회로의 선폭을 줄여나가 같은 면적의 웨이퍼에서 2개, 4개, 8개, 16개 등 더 많은 집을 지어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이었다.
이처럼 한정된 웨이퍼에 집과 도로를 계속해서 짓기 위해 선폭이 나노미터(nm) 단위까지 초미세화돼, 테크 마이그레이션으로는 더 이상 생산성과 수익성을 크게 증가시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도체 트랜지스터 채널은 현재까지도 실리콘 기판 위에서만 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기술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주성엔지니어링은 하부 기판의 종류와 공정 온도에 관계없이 트랜지스터 채널 형성이 가능한 3-5족 화합물 반도체 공정 양산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면서 세계 반도체 제조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지금까지 면적이 한정돼 있는 실리콘 웨이퍼에 100가구의 단독주택을 지어 마을을 만들었다면 앞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의 혁신 기술을 통해 100가구가 살 수 있는 아파트 1개 동을 지을 수 있게 돼 면적은 대폭 감소시키고 생산성은 극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이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원자층 박막 성장(ALG) 장비를 반도체 양산 공정에 투입하고 해당 기술을 반도체, 태양광, 디스플레이 사업에 모두 적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계획이다. 이미 해외 글로벌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기술 협업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