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터널 끝 ‘尹 파면’…유통업계 내수 ‘훈풍’으로 다가올까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4.08 1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통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따른 내수 경기 반등 기대
대한상의 “체감경기 악화…소비심리↓ 2분기도 지속될 것”
트럼프發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 커…“소비 여력 제한적”
지난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탄핵 정국’으로 장기간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유통가에 모처럼 ‘훈풍’이 불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트럼프 관세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제 여파, 고물가‧고환율의 지속, 무엇보다 향후 대권 향방에 따라 유통 관련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심리 회복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전망치는 75로 집계됐다. 소비심리 악화가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쇼핑 등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대한상의가 조사한 결과로, 지난 1분기(77)보다 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특히 지난해 2분기(85) 이후 4분기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며 유통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태별로 봐도 대부분 부정적 전망치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2분기 경기전망지수를 살펴보면 백화점(85→73)과 대형마트(85→73)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편의점 역시 73에서 71로 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온라인쇼핑(74→76), 슈퍼마켓(76→77)만 RBSI가 소폭 상승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 전(3월 7~20일) 실시된 내용인 만큼 추후 소비심리가 긍정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 만큼 소비시장 침체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이를 위해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대규모 할인 행사와 같은 단기적 소비 진작책과 장기적 경기침체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모델 혁신 등 기업이 대응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

◆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는 ‘호재’…트럼프발 ‘관세전쟁’은 ‘악재’

실제로 현재 대형마트, 백화점 등 국내 주요 유통가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며 내수 소비 진작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은 오는 13일까지 ‘랜더스 쇼핑페스타’를 열고 계열사 전반에 걸쳐 대규모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행사 카드로 결제 시 한우 전 품목과 호주산 냉장 찜갈비를 최대 ‘반값’에 팔거나 계란 한판을 도매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며 고객 끌어모으기에 한창이다.

롯데마트 역시 9일까지 ‘땡큐절’ 행사를 열고 신선식품 등을 할인 판매 중이다. ‘한 판 전복’을 기존 대비 반값에 선보이고, 제주 갈치도 9990원에 내놨다.

홈플러스도 기업회생 신청 이후 ‘홈플런’ 행사를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으로까지 확장하며 대형마트 할인대전에 참전한 상태다.

백화점들도 오는 13일까지 일제히 봄 정기세일에 돌입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은 모든 점포에서 '스프링세일'을 진행 중이고,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신백멤버스페스타'를 열어 쇼핑객들을 맞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더 세일'을 마련해 봄 정기세일에 들어갔다.

전방위적인 유통가의 이같은 노력은 그동안 얼어붙었던 소비심리에 훈풍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 파면 이후 주말 동안 매출이 소폭 상승하며 고객들의 소비심리에 작게나마 동력은 생긴 듯하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이전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때도 매출이 유의미할 정도로 증가한 경험이 있다 보니 유통 업계에서도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보면 2016년 10월 103에서 12월 94로 떨어졌다가 2017년 4월 파면 선고 이후 102까지 회복된 바 있다.

 

상호관세율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상호관세율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17년의 대통령 탄핵 정국과 올해 탄핵 정국은 대내외적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트럼프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가 강해 국내 소비자들의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적) 긴 터널을 지나 파면 정국이라는 호재를 만난 것은 맞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주식 시장이 박살나는 등의 악재가 소비심리 악화에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그는 “여기에 고환율에 따른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고, 무엇보다 차기 대선 결과에 따라 유통 정책이 달라질 수 있어 당분간 소비심리 회복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는 6월 3일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전임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유통산업 규제완화 정책이 유명무실화 될 것에 대한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공휴일 지정 원칙 폐지, 새벽시간대 온라인 배송 허용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와 반대의 법안을 발의하며 그동안 윤 정부에서 추진된 유통 관련 정책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