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1000일째를 맞은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감행했다. 이에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핵카드’를 꺼내 들며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오전 3시 25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브랸스크주에 에이태킴스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면서, 러시아 방공시스템이 6발 중 5발을 요격했고 나머지 1발을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킴스 미사일을 사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이날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를 발표했다. 이전 교리는 러시아가 적의 핵 공격이나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공격이 있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교리에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고, 군사 블록의 한 회원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동맹 전체에 의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가장 큰 변화는 러시아와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critical threat)’을 주는 재래식 공격(conventional attack)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 점이다.
크렘린궁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억지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법안의 발표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에 대한 미국의 승인과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핵 억지력은 잠재적 적대국이 러시아 연방 또는 그 동맹국에 대한 침략 시 ‘보복의 불가피성(inevitability of retaliation)’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 교리가 시기적절하게(timely manner) 발표됐다”고 말했다.
함부르크 대학 평화 연구 및 안보 정책 연구소의 알렉산더 그라프 선임연구원은 로이터 통신에 “큰 그림을 보면, 러시아가 재래식 공격 가능성에 대응해 핵 공격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미국의 핵 태세를 조정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전 세계 핵탄두의 88%를 보유한 주요 핵보유국이다.
한편 미국 유력 매체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2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이 관리는 WP에 “우크라이나는 손실을 입고 있으며, 더 많은 마을과 도시가 함락될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이번 대인지뢰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돼, 이미 지원 중인 다른 탄약과 함께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 방어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리는 이번에 공급하는 지뢰가 스스로 폭발하거나 배터리가 방전되는 ‘비지속성(nonpersistent)’이라며 “며칠 또는 몇 주 내에 비활성화돼 민간인에 대한 위험을 줄인다”고 WP에 말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기준으로 약 300만개의 대인지뢰를 비축하고 있다. 이는 202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1991년 1차 걸프전 이후 사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