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H, 주총 당일 장외매수로 영풍 지분 추가 매입해 의결권 재봉쇄
고려아연 측 후보 5명 모두 이사회 진입…영풍·MBK는 3명 진입 그쳐
양측의 두뇌싸움 무협지 처럼 치열…고려아연, 경영권 방어해 최종 승자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고려아연이 정기주주총회 직전 영풍의 의결권을 다시 무력화하면서 드디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마치 한편의 무협지나 드라마 처럼 쌍방간 공격과 수비가 숨막히듯 치열하게 펼쳐진 가운데 막판에 경영권 전쟁의 성패가 갈린 셈이다.
28일 고려아연 주총에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 5명은 모두 이사로 선임된 반면 영풍·MBK 파트너스 측은 3명의 후보가 이사회에 합류하는데 그쳐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MBK측의 적대적 M&A 시도는 결국 무위로 끝났다.
그간 영풍은 고려아연 해외 계열사 썬메탈홀딩스(SMH)가 자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해 ‘상호주 제한’ 규정에 따라 고려아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임시 주총에서 고려아연측으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한 바 있다. 지분에서 앞섰지만 전략에서 패배했던 것이다.
이에 영풍은 주총 하루 전인 27일 주식배당으로 SMH 지분율을 낮춰 상호주 관계를 끊고 의결권을 회복하는데 성공하며 반전 드라마를 쓰는듯 했다. 하지만 주총 당일인 이날 SMH가 영풍 지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 10% 이상을 회복하면서 영풍은 다시 의결권이 무력화되는 처지로 내몰리고 말았다.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 이태원에서 28일 열린 제51기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이사회 이사 수의 과반을 차지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며 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날 주총에서 특별결의안건으로 상정된 제2-1호 의안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 가결됐다.
해당 안건은 최윤범 회장 측이 제안한 안건으로, 이사수에 상한을 두면서 영풍MBK 측이 제안한 이사의 이사회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역할을 해냈다.
이어 2-1호 의안을 가결을 전제로 제3호 의안 ‘이사 수 상한이 19인임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8인 선임의 건’ 투표 결과에서도 최윤범 회장 측 이사 후보 5명 전원이 선임되면서 경영권 방어에 사실상 성공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고려아연 측에서는 박기덕 사장이 사내이사로, 김보영, 권순범, 제임스 앤드류 머피(James Andrew Murphy), 전다미 사외이사 등 후보 전원이 이사회에 합류하게 됐다.
한편, 영풍·MBK 측이 제안한 후보 중에서는 김광일 MBK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고,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하는데 그쳤다.
이날 주총은 개회부터 영풍 의결권 제한을 둘러싼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 측의 언쟁으로 처음부터 분란을 예고했다.
숨막힐 정도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시말을 다시한번 짚어본다.
전날 영풍은 자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1주당 0.04주의 주식배당을 결의해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미만 떨어뜨리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SMH와의 상호주 관계를 끊어내면서 그동안 제한받아온 의결권을 회복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회사(SMH),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영풍)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영풍)가 갖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고려아연)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하지만 영풍의 의결권은 고려아연 주총 직전 다시 무력화됐다.
SMH는 주총 개회 예정시각인 이날 오전 9시 직전 장외매수를 통해 영풍의 보통주 1350주를 케이젯정밀(옛 영풍정밀)로부터 취득했다.
지분율은 10.03%로 올라, 상호주 제한 요건인 10%를 넘겼다
영풍의 의결권이 무력화되자 이에 영풍·MBK 측은 주총 시작부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영풍 대리인은 “SMH가 영풍 주식을 어떤 경위로 언제 취득했는지 밝혀야 한다”면서 “SMH로부터 증빙 서류를 받지 못했고, 의결권 제한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오전 8시 54분 (SMH의 영풍 주식 추가 취득 관련)잔고 증명서를 발급 받았고, 입고는 그 이전에 이뤄졌다”며 영풍 의결권 제한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영풍·MBK는 주주총회를 연기할 것을 촉구했으나 고려아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주총을 밀어붙여 최종 승자가 됐다. 고려아연측이 영풍·MBK연합의 모든 공세에 치밀하게 대응하고 단호한 태도로 강대강 전략을 편 것이 경영권 방어의 결정적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