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과 임차료 협상 난항에 ‘정면돌파’ 나선다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7.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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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료 조정 사실상 무산되며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 전략 본격화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가 회복됐음에도 면세점 매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계약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인천공항을 상대로 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을 냈다. 사진은 면세점 입구. /사진=연합뉴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과의 임차료 조정 문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실적 반등을 위한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와 콘텐츠 강화 전략으로 탈출구 찾기에 본격 나섰다.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입구의 한산한 모습이 요즘 면세업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 하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과의 임차료 조정 문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실적 반등을 위한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와 콘텐츠 강화 전략으로 본격적인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1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내 매장에 대한 임차료 인하를 요구하며 인천공항공사와 조정 절차를 밟고 있지만 공사측의 완강한 반대로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양사는 지난 4월 인천공항을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차임감액청구를 신청하며 현 임차료를 약 40% 인하해 달라고 공항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공항측은 ▲차임감액 조건 미충족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입찰 공정성 훼손 우려 ▲향후 입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공항 측은 지난달 30일 인천지법에서 속행된 조정기일에도 불참한데 이어 신라‧신세계 면세점 측의 어떤 중재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당 차임감액 청구는 피고(공항) 측이 의사가 없어 불출석하면 조정 절차 자체가 불성립으로 종료되게 된다.

 

◆ “관광객 증가, 면세점 매출로 이어지지 않아”…깊어지는 시름

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는 신라‧신세계 면세점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이같은 소송전까지 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면세 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특히 공항 면세점들은 여객수가 늘어날수록 임차료가 증가하는 구조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여타 면세점 보다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 당시 여객 수에 연동해 임대료를 책정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전까지는 고정액 임대료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고사해 가던 면세 업계를 위해 여객 수 변동에 따른 탄력적인 과금 방식으로 바꾼 셈이다.

이에 신라와 신세계는 코로나 이전으로 사업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입찰 당시 최저가보다 약 20% 높은 가격을 써내는 ‘통 큰 베팅’에 나섰다. 양사는 실제로 여객 1인당 약 1만원 수준의 수수료를 제시하며 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관광객 증가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인천공항 내 면세 사업자들이 경영악화로 난감해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5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721만명으로, 1년 전보다 14.7% 늘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도 수준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2790억원에서 2819억원으로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즉 관광객이 약 15%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매출은 단 1% 증가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면세 업계의 이같은 매출 부진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패턴 변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 중단, 여객 수에 연동되는 공항 임대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면세점들이 부담하는 월 임대료는 여객 수 연동 방식에 따라 약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인천공항이 밝힌 올해 월평균 여객 수가 약 300만 명에 이른다는 집계에 따른 수치다.

이처럼 면세점 매출은 답보상태인 반면 매월 나가는 임대료는 관광객 증가로 오히려 오르다 보니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분기에 각각 50억원,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아직 실적 발표 전이지만 2분기 역시 신라와 신세계 양사 모두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 측과의 임차료 조정이 결렬 수순에 접어들면서 이들 면세 업체의 고심도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이 현재 조건 그대로 인천공항 영업을 이어가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부담하고서라도 조기 철수하는 등의 방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다만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건물주'인 인천공항과의 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면세 업계의 고민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근본적 수익성 개선으로 ‘정면돌파’ 나선 면세 업계

때문에 매장 중도 철수로 인천공항과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고강도 체질 개선으로 스스로 실적 반등을 꾀하는 자구책을 마련하는 '정면돌파'가 나름의 해법이라는 견해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에 면세 업계는 3분기 중국 유커 ‘무비자’ 입국 허용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3분기 중 시행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신라면세점은 이같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현지 여행사들과 손잡고 회의·관광·컨벤션·전시(MICE)와 기업 인센티브 투어 등 고부가가치 수요를 선점하고 있고, K-팝 팬미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단체 관광객 유치도 적극 추진 중이다. 또 소규모 자유여행객을 겨냥한 맞춤형 연계 상품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글로벌 마케팅도 강화하며 지난 4월에는 중화권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그룹 B1A4 출신 배우 ‘진영’을 홍보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신라면세점은 다국적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를 순차적으로 모델로 기용해 해외 고객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면세점도 고소득층 단체 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총 5만 명 규모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 아래, 기업 포상관광을 비롯해 의료, 뷰티, 크루즈 등 고급 관광 콘텐츠 중심의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광 수요가 살아나는데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면세점들의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 작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또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 보다 구매력이 높은 여행객을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며 “고부가가치 관광을 통해 자금력 있는 고객을 유입하고 면세점에서만 구매 가능한 단독 브랜드를 많이 입점시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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