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안드로메다로 가는 국민의힘 쇄신...'윤희숙 혁신호' 좌초하나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7.16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 "'전광훈 광장' 표에 기대 정치하겠다는 분들 당 떠나야 한다" 의욕 보여
숙성되지 못한 쇄신안에 당내 반응 시큰둥...개혁 전권도 없어 '허수아비' 오명
쇄신동력 주춤하는 새 전한길 등 극우세력 다시 발호...친윤계 희생만이 해답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1차 혁신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1차 혁신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국민의힘은 한때 보수정당의 희망이었다. 전두환 정권 이후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을 배출한 보수정치의 명맥을 이어온 정당이었다. 하지만 대권주자 '오너' 중심으로 체질이 단일 화석화되다 보니 정당이 자생력이 갖지 못하고 '당수'의 부침에 따라 같이 '망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특히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의 내부 민주주의와 조직의 자율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집권 초반부터 '김건희 일가'와 공동정권인 것처럼 권력을 사유화하다가 급기야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야당 전복'까지 시도하며 자멸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그나마 근근히 당력을 유지해오던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의 보수 이념과 정치 철학마저 완전히 저버렸다. 보수정당의 정체성과 사명감을 논하는 것 자체가 사치일 뿐만 아니라 당의 숙의기능도 상실해버렸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진행중인 윤석열 탄핵 후의 당 쇄신 과정도 민심을 완전히 저버린,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새로 선출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친윤계' 출신이기 때문에 그 어떤 솔로몬의 쇄신 지혜가 나온다고 해도 그것을 수용할 토대 자체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송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지명했지만 안 의원이 며칠 만에 돌연 철수를 해버렸고, 그 뒤를 이어 윤희숙 전 의원이 당 쇄신 책임자로 나섰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광훈 광장' 표에 기대 정치하겠다는 분들은 당을 떠나야 한다.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사과와 반성이 필요 없다는 분들이 인적 쇄신 0순위"라고 밝혔다.

또한 ▲대선 패배 ▲후보 교체 논란 ▲후보 단일화 약속 배신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 시위 참여 ▲당원 게시판 논란 ▲총선 비례대표 논란 ▲전당대회 연판장 사태 ▲국정 운영 방치 등을 지목하면서 이와 연관된 사람들을 사실상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의 쇄신안에 대해 당 내부에서 불만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의 미래를 좌우하는 혁신안을 며칠 만에 뚝딱 내놓아 내용과 실천 방안이 모호하고 숙성되지 못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권영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권영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윤 위원장이 언급한 인적쇄신 방향에 대해 "혁신위가 제안한 8가지 기준이 모호하다"라면서 "기준 하나하나는 명확한데 8가지로 굉장히 많아지다 보니까 사실상 인적 쇄신을 하지 않겠다라는 것으로 읽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쇄신 1순위는 적극 지지층들을 이용해 포퓰리즘을 하는 정치인들"이라며 "인적 쇄신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차기 총선 불출마든 강제적 배제든 그런 정도의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전 의원에게 전권을 주고 강력한 쇄신안을 발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혁신위와 관련해 "윤희숙 혁신위원장에게 (인적쇄신을 포함한)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혁신대상인 기득권 세력에게 아무런 부담도 없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될 이유가 없는 혁신안이면 혁신기구가 왜 필요하겠느냐"고 말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 전략기획부총장도 "혁신위 출범 일주일도 채 안 됐는데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윤희숙 혁신위에는 전권이 없다. 혁신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봤다.

이렇게 대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 쇄신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외부에서 인사를 찾는 것이 매뉴얼처럼 돼 있는 국민의힘이 이번과 같은 중요한 당 쇄신 작업에는 외부인사를 '모시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변화에는 관심이 없고 시늉만 하겠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희숙 혁신위원장 체제가 오래가지 못하고 좌초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쇄신 전권을 가지지 못한 윤 위원장은 '허수아비'라느 오명과 함께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자진사퇴할 가능성도 된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 주류들은 등 떠밀려 쇄신을 하겠지만 그들의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침해당하는 것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역력이 읽힌다. 

이런 식으로 가게 되면 당의 쇄신 작업은 하나마나 한 누더기 결과물이 나올 게 뻔하다. 이렇게 당 쇄신이 동력을 얻지 못하게 되면서 '윤 어게인'의 개혁 저항 세력이 다시 발호할 공간도 생기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박물관에서는 강성 친윤계인 윤상현 의원이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유공화 리셋코리아를 위하여'라는 긴급토론회를 주최했다. 토론회장 입구 오른편엔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정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의 축하 화환이 놓여있었다. 

또한 이날 토론회에는 송언석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유상범·김은혜 원내수석부대표, 김정재 정책위의장, 정점식 사무총장, 박성훈 수석대변인 등 지도부와 구자근·김기현·김민전·김성원·박상웅·박준태·서천호·성일종·이종욱·조배숙 의원 등이 현장을 찾았다. 당내 친윤계가 총출동한 것이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유공화 리셋코리아를 위하여'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윤상현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유공화 리셋코리아를 위하여'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윤상현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극우성향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 운영자 전한길씨, '고성국TV' 운영자 고성국씨, '가로세로연구소'의 공동창립자였던 강용석 전 변호사 등도 참석했다. 토론회가 아니라 극우성향 패널들과 친윤계의 단합대회처럼 보일 만했다.  

앞서의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어제(14일)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전한길 씨를 비롯해 '윤 어게인' 인사들이 스피커로 나섰고, 극우 주장이 난무했는데 그 자리에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라면서 "현 지도체제 하에서는 (윤희숙 위원장이) 인적 청산 문제는 관철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인적 쇄신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 토론회에 이어 다음날인 15일에는 당권주자인 장동혁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도 열렸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2340 청년들에게 듣는다, 국민의힘에 새로운 길이 있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장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제대로 고민하고 발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당 혁신위원회가 추진하는 인적 쇄신과 사과 요구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장 의원 주장의 요지는 개혁을 하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하자는 것이다. 장 의원은 "대수술이 필요할 때일수록 수술을 감내할 수 있는 체력과 건강 상태가 되는지부터 진단하고 수술해야 한다"며 "체력을 회복한 다음에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당은 방향을 보고 함께 가는 사람끼리 모여있는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동지애를 발휘하며 제대로 싸워 왔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때"라고 덧붙였다.

개혁의 핵심은 신속함이다. 때를 놓치면 반대 논리가 비등해지고 결국 개혁은 완결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게 지금까지 한국 정치가 노정한 비루한 행태였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연일 기록하는데 장 의원이 주장하는 것은 "동지애"다. 국민들이나 지지층은 서서히 마음이 떠나고 있는데 당권주자라는 정치인이 동지들부터 찾는 행태가 지금 국민의힘 쇄신의 눈높이인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언론인 출신 보수 유튜버 이영풍씨 등이 참석했다. 윤상현, 장동혁 의원 토론회에 똑같이 참석한 '전한길'이라는 존재가 국민의힘 쇄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게 당내의 목소리이지만 친윤계의 '폭주'에 묻히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 당에서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쇄신에 대해 기대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문제를 지적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송언석 비대위원장을 위시한 친윤계들이 적당한 쇄신으로 어물쩍 넘어간 뒤 내년 지방선거 모드로 당 체제를 급속히 전환시키면 현실론에 밀려 개혁은 물건너 간다. 당 쇄신의 핵심은 당 주류의 희생인데 상황을 최악으로 이끌어온 친윤계 주류들이 한줌 권력을 움켜쥐고 있으니 개혁은 말장난일 뿐이다. 당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이고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