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45년만에 김재규 재심 개시…"왜 그는 박정희를 쐈을까"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7.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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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 "기소 17일 만에 사형 선고…재판 졸속으로 이뤄져"
"10·26 당시 비상계엄 위헌·위법…尹이 김재규 다시 불러와"
 10·26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이 열린다. 1980년 김재규가 사형에 처해진 지 45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송미경 김슬기 부장판사)는 19일 이 사건의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계엄 고등군사재판 3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의 보충심문에 답하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오른쪽)과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김계원 피고인(왼쪽). /사진=연합뉴스
 10·26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이 열린다. 1980년 김재규가 사형에 처해진 지 45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송미경 김슬기 부장판사)는 19일 이 사건의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계엄 고등군사재판 3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의 보충심문에 답하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오른쪽)과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김계원 피고인(왼쪽).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10·26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형사재판 재심이 16일 시작됐다. 김 전 부장이 1980년 5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45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김 전 부장의 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 재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심을 청구한 김 전 부장의 여동생 김정숙 씨 재판에 출석해 "오빠가 막지 않았다면 우리 국민 100만명 이상이 희생됐을 것"이라며 "이번 재심은 대한민국 사법부 최악의 역사를 스스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전 부장 측 변호인단은 당시 군사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당시 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무력화했다"며 "1979년 10월 27일 기소 이후 17일 만에 사형 선고가 났을 만큼 졸속으로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인해 1979년 10월 27일 발령된 비상계엄은 위헌·위법해 당시 보안사가 김 전 부장을 체포·수사할 법적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10·26과 지난해 12·3 비상계엄은 45년 만의 데자뷔"라며 "윤석열이 다시 45년 전 김재규를 불러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박정희 개인에 대한 살인 사건일 수 있지만, 국헌문란이 아니었고 피고인은 박정희를 살해해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게 목적이었다"며 "당시 신군부는 정권 탈취 의도에서 내란 프레임을 씌우고 사건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9월 5일 오후로 지정했다.

김재규는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6개월 만인 이듬해 5월 사형에 처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원수 피살 사건이었다.

유족들은 2020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심리 끝에 지난 2월 19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5월 13일 유족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인 서울고법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10.26 사건은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0분경, 서울특별시 종로구 궁정동의 중앙정보부 안전가옥 나동건물 2층 연회장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및 그의 부하 경호원들이 박정희 대통령, 차지철 경호실장 외 청와대 경호원 4명을 권총 저격으로 살해한 사건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한 대통령 시해 사건이다.

김재규의 박정희 시해 사건은 지금도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김재규는 법정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이 희생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세간에서는 미국 CIA의 사주설, 김재규의 분노조절장애 우발설 등 여러가지 추측들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박정희가 가장 신뢰하고 자신의 신변 안전을 완전히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원수 안전'의 책임자가 대통령을 살해한 것은 경호 역사에서도 흔치 않는 일이다. 그래서 김재규가 왜 자신의 '주군'을 살해했는지 지금도 그 명쾌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김재규에 대한 재심은 그간의 미스터리 한자락을 벗겨주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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