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당시 선사들 대거 발주한 선박 투입 영향으로 분석
선박 공급과잉에 운임 하락 우려...HMM"돌파구는 초대형선"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지난해 중동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맞물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상승곡선을 그리자 컨테이너 선사들 마다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컨테이너 선사들의 실적과 SCFI지수가 비례하는 만큼 분쟁상황 자체가 컨테이너 선사들에는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류에 편승한 SCFI 상승세도 최근들어 5주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선박의 공급 과잉 탓인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효과로 호황기를 맞았던 글로벌 선사들이 대량 발주한 선박들이 운송에 투입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운용가능 선박이 늘어날수록 운임 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선박들의 우회항로 이용에 따라 운용 가능 선박 수가 자연스레 감소해 운임가격 하락세가 주춤해지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럴 경우 SCFI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중동 이슈가 해결될 경우 선박 공급과잉으로 인해 운임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개연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선복량(화물적치 가능량) 기준 세계 8위,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이같은 실적 저하 우려에 신경을 쓰면서도 나름의 대비책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HMM은 지난 2021년 이후 1만 TEU(1TEU = 20피트 컨테이너)급 이상 초대형 운반선 비중을 늘리면서 타사 대비 운송 효율성과 수익성을 크게 늘렸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HMM 특유의 경쟁력이 위기 극복의 비결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13일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지난 9일 SCFI 지수는 3253.89를 기록했다. 지난 7월 5일 3733.80이후 5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한달여전인 지난 7월 5일까지만해도 SCFI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해 말 부터 중동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선사들이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노선을 선택해 항해 기간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선박 공급이 부족한 예상밖의 상황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SCFI를 하락세를 돌아서게 만든 핵심변수는 바로 선박의 공급과잉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코로나19 특수 당시 선사들은 선박을 대거 발주했는데 당시 발주한 선박이 운항에 나서면서 전체 컨테이너선수와 선복량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프랑스 해운전문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 기준 글로벌 해운선사 선박수는 7005척, 선복량은 3017만5000TEU(1 TEU = 20피트 컨테이너)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6663척, 2732만4000TEU)과 비교해 선박수와 선복량은 각각 5.1%, 10.4% 늘었다.
지난 12일 기준으로는 7046척, 3042만5882 TEU로 한달 새 40여척, 25만 TEU가량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선박 공급과잉으로 인한 SCFI 하락은 선사 입장에서는 악재지만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중동 이슈 발생 이후 상승 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5주연속 하락했어도 SCFI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3000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SCFI는 10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선사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연평균 1005.79에 그쳤던 SCFI는 중동지역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한 연말 부터 급등세를 보이다가 올해 5월 말 드디어 3000선을 돌파한 바 있다.
컨테이너선사들은 SCFI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선사들의 실적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지난 2022년 SCFI 평균은 무려 3410에 이르렀다. 같은 해 HMM은 영업이익 9조9494억원, 매출 18조582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반면 연평균 SCFI 1005.79에 머물렀던 2023년 HMM 연간 영업익은 5948억원, 매출은 8조401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 다시 SCFI가 급등하자 1분기 4070억원, 매출 2조3299억원으로 어닝서프라이즈 깜짝실적을 낸바 있다.
선박 공급과잉 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업계의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HMM을 비롯한 해운업계도 이같은 문제를 예견하고 있지만 해법 찾기는 여전히 난제일 수 밖에 없다.
HMM관계자는 “(지난해 말)중동 이슈가 급작스레 터지기전 만해도 올해와 내년까지 운임 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면서 “지난 코로나19 특수 시기에 선사들이 선박을 대거 발주했고, 해당 선박들이 운임에 나서면서 선박 공급과잉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타개책을 고민하던 HMM은 운임하락에 대비해 '초대형 운반선을 통한 효율성 제고'라는 승부수를 내놓았다. 컨테이너선은 적재량이 늘수록 연료 등 운송비용 대비 수익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대형 컨테이너선이 유리하다는 것은 업계의 상식이다.
이 대목에서 HMM은 엄청난 강점을 지니고 있다. 글로벌 최고수준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HMM은 1만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비중을 선복량 기준 전체 선대의 80% 수준까지 올린바 있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12척이나 발주하며 힘을 보탰다.
HMM의 초대형 선단의 효율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HMM은 매출 2조628억원, 영업익 425억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서는 41.5%, 96.6% 감소하기는 했지만 흑자수성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선복량 기준 상위 10개 해운사 가운데 덴마크 머스크(2위), 프랑스 CMA-CGM(3위), 독일 하팍로이드(5위), 일본 ONE(6위), 대만 양밍(9위), 이스라엘 짐라인(10위) 등 6개사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만 봐도 HMM의 높은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HMM 관계자는 “해운업계는 국제 정세 등 변수가 많아 예측하기 몹시 힘들다"면서 "이에따라 HMM은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초대형선 투입에 따른 원가 하락, 효율증대, 수익성 높은 화물을 통한 영업 강화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