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이 유발한 ‘최저가’ 치킨게임에 위기 맞은 中 태양광 산업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5.03.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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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개 중국 태양광 상장사 중 39개 기업이 2024년 손실 기록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높은 가격경쟁력을 통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주도하던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위기를 맞이했다. 중국 태양광 기업간 수급 불균형 발생, 내부 출혈 경쟁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덤핑으로 중국 태양광 모듈 업계가 지난해 제품 수출량은 증가했지만, 수출액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gettyimage]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 중국 태양광 제품 수출량은 증가했으나, 수출액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모듈 핵심부품 중 하나인 태양전지의 수출량은 전년 대비 38.2% 증가한 77억9,000만개에 달했으나,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305억9,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태양광 기업 론지(LONGi)는 2024년 실적 발표에서 82억~88억 위안의 손실을, 통웨이솔라(TONGWEI)는 70억~75억 위안의 손실을 각각 입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태양광 분석 기관인 PV InfoLink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태양광 모듈 출하량 순위에서 론지는 4위, 통웨이솔라는 5위를 차지한 전세계 태양광 모듈 공급망의 선두기업이다. 이들은 2023년에는 순이익이 모두 100억 위안을 넘었으나, 2024년에는 적자로 전환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명승엽 태양광PD는 최근 발간한 ‘태양광 월간 이슈 보고서’에서 BNEF(BloombergNEF)를 인용해 2024년 글로벌 태양광 신규설치용량을 599GW DC로 추정했다.

이에 반해 중국의 태양광 발전 설비 제조 능력은 지난해 기준 1,200GW를 넘어섰다. 전세계 수요가 제조 능력의 절반 정도만 충족시키는 상황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많은 상황이다 보니 기업들은 치열한 가격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고, 결국 수출량을 늘었지만 수출액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 기업간 출혈 경쟁은 202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BNEF는 2025년 글로벌 태양광 신규설치용량을 670GW DC로 예측했다. 설비 제조 능력에 여전히 부족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재고까지 남아있어 2025년에도 중국발 글로벌 공급과잉은 지속될 전망이다.

명승엽 PD는 “글로벌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용량은 무려 1.6TW 수준이며, 글로벌 모듈 생산용량도 1.4TW에 근접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글로벌 모듈 생산용량은 이미 280GW 수준”이라며, “글로벌 수요를 고려하면, 중국의 폴리실리콘 공장의 가동률은 연간 40%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재고자산을 처분하기 위한 가격덤핑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장환경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모듈 제조단가는 연말까지도 0.08$/Wp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분별한 생산설비 확장 제한, 최저가 경쟁 금지 등 자구책 마련

태양광 업계는 지난 성장 과정 속에서 2008년 금융위기, 2012년 미국·유럽의 반덤핑·반보조금 상계관세 부과, 2018년 보조금 퇴출 등으로 인한 세 번의 산업구조 조정을 거친 바 있다. 4번째 조정기는 공급과잉으로 시작됐다.

중국 국제금융기관인 CICC는 태양광 제품 판매가격이 높아 업계 고수익으로 이어지자 2023년에 대량의 생산설비가 들어섰으나, 공급과잉이 발생해 제품 가격이 2022년 말의 고점에서 계속 하락해 2024년 하반기에는 저점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CPIA)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0월 폴리실리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웨이퍼 가격은 40% 이상 하락해 기업 이윤이 크게 감소했으며, 121개 태양광 상장기업 중에서 2024년에는 39개 기업이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업계 경쟁이 격화된다는 것은 태양광 모듈 공급망의 동질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하며, “그러나 2025년 태양광 시장 수요가 여전히 높기에 공급 부문에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향후 업계 성장의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중국 정부와 태양광 기업들은 정책 지원과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4년 11월에 ‘태양광 제조업계 규범 조건(2024년)’을 통해 무분별한 생산설비 확장을 제한하고,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30여개 태양광 모듈·배터리 기업들은 자체 규율을 정해 생산설비 조사, 보증금 제도 도입, 설비쿼터 관리 등을 통해 자발적인 생산설비 확장 규제에 나섰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도 위기 극복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출혈 경쟁과 원가 이하 덤핑 입찰 등을 금지하는 자율 규제 방안을 만들었다. 33개 중국 태양광 기업은 이러한 자율 규제 방안에 서명하며, 뜻을 보탰다.

하지만 중국 태양광 기업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자율 규제 방안 마련에도 저가 입찰에 뛰어든 기업들이 존재하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촉발된 관세전쟁은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행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모양새다.

2025년에도 공급과잉으로 인해 재고자산 처분을 위한 가격덤핑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들의 행보가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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