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생산 트렌드 변화가 강제되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은 생산자가 주도하는 형태로 ‘소품종 대량 생산’ 체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하지만 시장의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넘어갔다.
개성이 넘치는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이라도 디자인, 크기, 성능 등 사용 용도에 따라 우선시하는 선택지가 다르다. TV 채널을 선택하듯 스펙을 보고 물건을 고르는 시대가 됐다. 자연스레 생산 체제도 다품종 대량 또는 소량 생산체계로 넘어가고 있다.
IoT, AI, 로봇 등 급속도로 발전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이 같은 생산체계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일명 유연 생산시스템(Flexible Manufacturing System, FMS)이다. 유연 생산시스템은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특정 제품의 생산에서 다른 제품의 생산으로 쉽게 전환되게 하거나, 동시에 다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용어 해석상으로는 높은 생산성으로 유연하게 제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생산을 자동화한 시스템을 말한다. MC 등 기계와 자동반송시스템, 제어 컴퓨터, 자동창고시스템, 로봇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 같은 유연 생산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첫 스텝으로 생산물류 자동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사실 물류자동화 시장은 코로나 시절 비대면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커머스 전문기업들은 늘어나는 물동량을 커버하기 위해 당시 앞다퉈 대규모 자동화 물류창고를 구축했다.
동시에 AI, 협동로봇, AMR 등 자동 물류시스템을 구성하는 기반 기술들도 급격히 발전해 공장 내 생산 물류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커머스 등 시장에서 기술력을 높여온 물류자동화 기업들은 이제 보다 정밀도가 요구되는 공장 내 생산 물류자동화 시장 공략을 시작한 모습이다.
물류자동화, 운영 효율성 극대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자동창고(AS) 솔루션 및 자재 처리 시스템 전문기업 카덱스(Kardex)코리아의 최준갑 이사는 “물류 자동화는 기업에 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 공간 활용 최적화라는 중요한 이점을 제공한다”면서, “작업 속도를 높이고 반복 작업을 줄여 전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고 기업이 물류자동화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최 이사는 “자동화된 시스템은 인적 오류를 최소화하고, 빠르고 일관된 작업을 가능하게 해 생산성을 높인다”면서, “비용 절감 측면에서 물류자동화는 인건비 절감과 더불어 운영의 불필요한 낭비도 줄여준다”고 전했다. 전체 물류 프로세스를 최적화함으로써 비용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 공장 내 생산 물류자동화 시스템 도입은 단순히 생산성 향상을 넘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생산 물류자동화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원자재 입고부터 완제품 출고까지 물류 이동과 관련된 모든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을 말한다. 생산라인의 자동화라는 효과를 넘어 물류 흐름 전체를 최적화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
구체적으로 생산성 차원에는 AGV, AMR 등 이동로봇 등을 활용해 자제를 정확하고 빠르게 운반한다. 필요한 자재를 필요한 시간에 정확한 위치로 공급해 재고를 줄이고 생산의 리드타임을 단축해 적시 생산을 구현한다.
사람의 실수도 최소화해 제품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단순 반복적인 물류 작업을 자동화해 인건비를 절감한다. 특히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이 가능해 생산계획을 변경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술은 완료, 실제 적용만 남아
본지가 물류자동화 전문기업들을 만나 최신 기술 트렌드 등에 대해 알아봤다. 먼저 물류 관리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는 노르웨이의 오토스토어는 ‘큐브형’ 자동 창고 솔루션으로 한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오토스토어의 솔루션은 그야말로 ‘심플’하다. 시스템은 상품을 적재하는 △빈, 로봇주행 트랙과 지지구조물인 △그리드, 빈을 이동시키는 △로봇, 입출고 작업을 진행하는 △포트,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컨트롤러로 구성된다.
핵심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빈이 사각형으로 심플해, 어떠한 모양의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허공까지 촘촘하게 채워진다. 최근에는 다중 온도 솔루션을 추가해, 영하 25℃부터 영상 6℃에 이르는 범위에서 냉동·냉장 온도를 설정할 수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오토스토어는 이제 철강, 자동차, 항공 등 많은 부품과 스페어 파트 등 재고관리가 필수인 분야를 중심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물류를 위해 투입되는 다종의 군집 로봇들을 동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다임리서치도 만나봤다. 다임리서치는 2020년 KAIST 연구소에서 스핀오프해 설립한 로봇 관제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핵심 서비스는 AFP(Autonomous Factory Platform)는 시스템 설계, 이기종 로봇 통합 하드·소프트웨어 솔루션, 유지관리 솔루션을 통합한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수십~수백 대의 물류로봇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물류로봇 관제솔루션 ‘xMS’, 하드웨어 인프라를 가상 모사해 물류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는 솔루션 ‘xDT’, 물류로봇을 상시 모니터링해 최상 컨디션을 유지하는 솔루션 ‘AID’, 물류로봇 시스템 레이아웃 설계·분석을 위한 자동화 솔루션 ‘LAY’ 등으로 이뤄져 있다.
물류로봇이 공장과 창고 라인에 투입될 경우 단순 로봇 공급뿐 아니라 하나의 공장에서 사용되는 OHT, AGV, AMR 등 이기종 로봇 간 통합과 함께 다수 로봇이 정체 현상 없이 경로를 생성하고 배치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향후 시장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오토스토어에 이어 글로벌 물류 전문기업들의 한국시장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 창고(AS) 솔루션 및 자재 처리 시스템의 선도적인 공급업체 스위스의 카덱스(Kardex)도 지난해 한국의 스마트제조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이삭엔지니어링과 공동 투자 법인 형태로 한국시장에 상륙했다.
카덱스의 대표적인 장치 및 솔루션으로는 VLM(Vertical Lift Module, 수직 리프트 모듈)으로 일명 셔틀이 유명하다. 수직 리프트 모듈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트레이를 입출고 하는 보관 설비로 유럽 시장에서는 해당 타입 장비의 경우 카덱스의 셔틀이 일종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고 있다.
카덱스의 셔틀은 보관·적재물의 높이를 개별로 측정해 각각의 높이에 맞게 쌓아 올릴 수 있어, 굉장히 밀도 있는 공간구성이 가능했다. 555kg부터 최대 1,000kg까지 수용할 수 있어 새로운 시장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데마틱(Dematic)은 앞선 자동 분류 기술을 들고 한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데마틱은 자동 분류 기술 선구자로서 크로스 벨트 소터(cross-belt-sorters)부터 슬라이딩 슈 소터(Sliding-shoe-sorters)에 이르는 다양한 옵션을 갖추고 있다.
크고 무거운 물건부터 작고 가벼운 물건까지 다양한 품목을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대형 음료 제조업체에 한국 최초로 자동화된 혼합 케이스 팔레타이징(Mixed Case Palletizing) 시스템을 설치했다.
좁은 공간에 적합하며, 시스템에는 △팔레트 처리 자동화 △팔레트 보관 및 회수 자동화 △로봇 레이어 피킹 △데마틱 멀티셔틀 버퍼링 및 카톤 시퀀싱 자동화 △혼합 SKU 카톤의 로봇 파렛타이징 △스테이지 영역 최소화를 위한 아웃바운드 파렛트용 자동 디스패치 버퍼 등의 기능을 포함해 입고부터 발송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자동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직접 만나본 물류자동화 전문기업들의 기술력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사실상 충분한 것으로 판단됐다. 제조기업들의 투자 결정과 시장의 선택이 기대됐다.
물류자동화 시장, 제조업·이커머스 시장이 견인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GII)은 올해 글로벌 물류자동화 시장규모를 752억 4,000만달러(한화 약 104조 5,000억원)로 추정했고, 2029년에는 1,206억 3,000만달러(한화 약 167조 5,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연평균 9.90% 성장률이다. 시장은 제조업과 이커머스 분야가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클라우드컴퓨팅, 자율형로봇 등의 인더스트리4.0 활용 확대 속에 제조기업들의 물류자동화 구축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이커머스 시장은 경쟁 격화로 주문 배송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효과적인 재고 및 보관 관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또 물류자동화 시장의 확대로 모바일 로봇(AGV·AMR)이 큰 성장을 이룰 것으로 봤다. 실제 AGV·AMR 전문기업들은 작동 온도 범위, 가동 무게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로봇의 활용 범위를 늘리고 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태평양이 최대 시장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 도입 증가, 전자상거래 확대, 신규 물류창고 건설로 아시아 태평양 물류창고 자동화 시장이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봤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자동차·제조·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주요 공급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고, 인도는 탄탄한 이커머스 부분의 성장으로 물류자동화 시장의 상승세를 촉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인도의 이커머스 시장은 2024년 1,100억달러에서 2026년에는 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류자동화, 생산 시스템 혁신 프로젝트로 인식해야
수년새 노동집약산업으로 분류되던 물류가 IT기술과 만나 진화를 거듭했다. 자동화·지능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배송·운송·재고관리 등 관련 소프트웨어는 물론, AMR·AGV 등 물류로봇 채용 확대로 주변 기술 시장의 성장도 이끄는 모양새다.
이커머스 등 시장의 급성장 속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인력 부재는 첨단기술의 도입으로 이어졌고, 기업들의 투자 1순위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AI·IoT 기술이 물류공정에 결합돼 신기술 출시는 물론, 스타트업 등 신생 테크기업들의 물류분야 진출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다음 타겟 시장은 제조업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생산 트렌드의 변화도 제조기업들도 생산 물류자동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추세다. 자동화에서 분류, 피킹, 보관 프로세스의 사내 물류자동화 시스템 구축은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로 가는 필수 스텝임과 동시에 유연 생산 시스템으로 가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실상 생산 물류자동화는 단순히 설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전체적인 생산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