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원회는 오로지 사내이사로만 구성...사외이사 전공 살릴 기회 적다는 지적도
삼성전자 "경영 관련 의결사항 철저히 이사회에 보고해 사외이사 경영참여 보장"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2022년 이후 3년여만에 삼성전자 이사회에 반도체 분야 전문 사외이사가 선임될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에 걸맞지 않게 이사회의 사외이사 구성은 금융·관료출신 인사들에 편중돼 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도체 전문 사외이사의 재등장은 주목할 대목이다.
하지만 정작 반도체 전문가 출신 사외이사가 전공을 살려 삼성전자의 경영에 적극 관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경영 사항에 대한 심의·의결은 오로지 사내이사의 몫이고, 사외이사는 의결 사항을 보고받고 검토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이사회 산하에 별도의 위원회를 두고 사내외이사가 함께 참여해 향후 사업방향을 논의하는 것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소극적' 사외이사 경영참여 방식은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9일 열리는 제5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22년 별세한 고(故) 박병국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이후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영입하는 반도체 전문 사외이사다.
이 교수는 현재 서울대에서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 센터장 등 다수의 직책을 맡고 있고,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등도 겸임하고 있다.
현재까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자 빅테크기업에 걸맞지 않게 삼성전자의 반도체, 모바일 등 주력사업 관련 사외이사 비율이 낮은 점은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 지난해까지 총 10명의 이사회 이사(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 가운데 기술 관련 사외이사는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가 유일했다.
이혁재 교수의 이사회 합류는 이같은 상황에서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과연 그가 자신의 전문 지식을 적극적으로 삼성전자 경영에 반영할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 구조 자체가 사외이사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보장하기에는 제약이 적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의 산하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경영 전반에 대한 사안을 심의 의결하는 경영위원회는 현재까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 4명의 사내이사만 참여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경영 관련 사안 심의·의결 단계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없는 셈이다.
앞서 고 박병국 사외이사가 재직하던 시절에도 경영위원회는 오로지 사내이사들만 참여가 가능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보면 이러한 차별화 포인트가 더욱 부각되기도 한다.
SK하이닉스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로 미래전략위원회를 두고 각종 사업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래전략위원회 총 구성원 5명 가운데 사외이사가 3명으로 사내이사보다 오히려 더 많다.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 미래전략위원회 구성원은 사내이사로는 곽노정 대표이사, 안현 솔루션개발 담당, 사외이사로는 하영구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 손현철 연세대 신소재 공학과 교수 등으로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별도의 위원회는 두고 있지 않지만 충실한 경영사항 이사회보고와 별도 회의 등으로 사외이사의 경영참여를 보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경영위원회는 참여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위에서 결정한 사항은 이사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해 사외이사들에 의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하는 구조”라면서 “분기 단위로 사업 조직별 영업실적과 함께 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논의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분기 단위로 별도의 회의를 통해서 경영전반에 대해 사외이사와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