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스만 4000대‧무소EV 1400대 판매, 작년 대비 40% 육박
여행‧레저 활발한 가족 차츰 늘며 ‘패밀리카’로 수요 증가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짐차’로 여겨지던 픽업트럭의 위상이 확 달라지고 있다.
세단과 SUV가 주도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동안 픽업트럭은 짐차라는 인식이 강해 큰 인기를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캠핑, 차박 등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며 ‘패밀리카’로도 각광받는 등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아와 KG모빌리티(KGM)는 픽업트럭을 출시하거나 출시를 알리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픽업트럭으로 한 판 승부를 예고했다.
지난달 13일부터 계약에 돌입한 기아 타스만은 영업일 기준 17일 만인 지난 3월 7일 계약 대수가 4000대를 돌파했다.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지난해 국내 픽업 총판매량(1만3475대)의 30% 정도가 팔려 나갔다.
타스만과 진검승부를 펼칠 KGM도 전기 픽업트럭을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지난 5일 대중에 공개된 무쏘 EV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출시되는 전기 픽업트럭 모델이다.
KGM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무쏘 EV 사전계약 개시 이후 등록한 예비 오너는 2000명에 이른다.
회사 측은 이 중 구매까지 이어지는 비율을 70% 가량으로 보고 있어 약 1400대의 무쏘 EV가 실제 판매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와 KGM의 픽업트럭이 사전계약대로 판매된다면 이는 총 5400대 규모로, 지난해 국내 픽업 총판매량의 40%가량이 연초부터 판매될 것으로 관측된다.

◆ 기아‧KGM 신형 모델 출시로 불붙는 픽업 시장
한국은 최근까지 ‘픽업트럭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픽업 모델이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화물 적재용 차량으로는 픽업트럭보다 1톤 트럭을 선호했고, 큰 크기 때문에 도심 주행이나 주차가 쉽지 않아 찾는 소비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완성차 5사의 픽업 판매량은 4만2619대였지만→2020년 3만8117대→2021년 2만9567대→2022년 2만8753대→2023년 1만7455대→2024년 1만3475대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9년 3.3%에서 2024년 1.1%로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픽업트럭은 외면을 받으며 그동안 마땅한 픽업트럭 신형 모델이 전무했다.
실제로 타스만과 무쏘 EV 출시 전 국내 완성차 5사 기준 픽업 모델은 KGM의 렉스턴 스포츠, 한국GM의 콜로라도, 시에라뿐이었다.
그나마 전체 픽업트럭 판매의 90%를 웃도는 렉스턴 스포츠가 2018년 첫 출시 이후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지 않으며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사양 산업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기아와 KGM이 레저 등이 활발해지는 봄을 택해 픽업트럭을 선보이며 최근 들어 픽업트럭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세제 혜택도 픽업의 인기를 끌어 올리는 큰 요인 중 하나다. 국내에서 화물차로 분류되는 픽업트럭은 연간 자동차세가 2만8500원에 불과하다. 같은 배기량의 일반 승용차를 구입할때보다 수십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화물차는 신차 구매시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차 가격의 3.5%)와 교육세도 면제되고 취득세 역시 5%로 승용차(7%)보다 낮다.
특히 무쏘 EV는 화물 전기차로 분류돼 취득세가 감면되고 고속도로 통행료 등도 할인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름값 부담과 좁은 도로 및 주차장 사정으로 픽업트럭은 세컨카로만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만큼 가시적인 판매량 증가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편의성과 승차감, 디자인이 뛰어난 픽업트럭이 속속 등장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숨은 수요’가 드러나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나며 픽업트럭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예측한 숨은 수요는 바로 ‘패밀리카’ 시장이다.
국내에서 패밀리카는 주로 미니밴이 그 시장을 독식하고 있지만 캠핑, 차박 등 여행‧레저 활동을 활발히 하는 가족들이 차츰 늘어나며 승차감이 좋고 수납 공간이 넉넉한 픽업트럭에 슬슬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아와 KGM도 이같은 흐름에 맞춰 픽업트럭을 패밀리카에 부합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타스만은 2열(뒷좌석)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을 확보했고 슬라이딩 및 리클라이닝 기능으로 탑승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무쏘 EV 역시 패밀리카 시장을 겨냥했다. 박준경 KGM 국내사업본부장은 “소중한 가족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하고 리클라이닝 최대 각도도 제공한다”며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안락하고 편안한 무쏘 EV를 중형 전기 SUV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픽업트럭을 패밀리카로 사용하려는 흐름은 온라인 자동차 동호회 등에서도 읽힌다.
자영업자로 수입 픽업트럭 오너인 한 회원은 “짐을 싣는 등 업무용으로 활용하기 안성맞춤”이라며 “주말에는 가족들과 캠핑 가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어 패밀리카로 딱”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