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최고 품질 아니면 공장밖 못나가”…‘퍼스트 키친’에서 본 하림의 식품철학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3.2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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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하림 퍼스트 키친·닭고기 종합처리센터 팸투어
“동물복지, 첨단 도계 시스템으로 최상의 신선함 유지해”
올해까지 집중 투자…“내년쯤에는 안정적 경영구조 될 것”
하림그룹은 21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전북 익산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팸투어 행사를 가졌다. 도슨트가 이날 하림 식품 제조의 전초기지인 ‘하림 퍼스트 키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서영길 기자

[인더스트리뉴스 / 익산(전북)=서영길 기자] 하림의 식품 사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진정성’이다.

예컨대 3년여 전 하림이 라면 시장 후발주자로 진입했을 때, 세간에서는 라면 틈새시장인 ‘프리미엄’ 전략을 들고 나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가격이 여타 라면에 비해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하림은 늘 항변했다. 엄선한 양질의 재료로 정말 좋은 한끼를 만들고 싶었다고, 가격만 비싼 프리미엄 식품이 아니라 내용물이 진정한 프리미엄급인 식품을 만들겠노라고.

하림의 진정성에 기반한 사업 기조는 5,000억원 이상을 들여 조성한 전북 익산 하림공장에 들어서는 순간 느낌으로 다가왔다.

21일 하림그룹 식품 제조의 전초기지인 전라북도 익산의 '하림 퍼스트 키친’을 찾았다.

하림 퍼스트 키친은 하림이 5200억원을 투자해 2만709㎡(3만6500평) 부지에 건립한 복합 공장으로 식품 가공공장 3곳과 풀필먼트센터 1곳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하림의 밥, 국, 탕, 찌개류 등 HMI(Home Meal Itself, 가정식 그 자체)와 천연조미료, 라면 등 다양한 제품들이 생산된다.

하림 관계자는 “하림 퍼스트키친은 '가장 신선한 재료가 아니면 들어올 수 없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나갈 수 없다'는 식품철학으로 최고의 제품만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날 퍼스트 키친 팸투어는 ▲K1(Kitchen 1·육수·HMR·육가공·소스) ▲풀필먼트센터인 스마트 물류센터(FBH·Fulfillment By Harim) ▲K2(즉석밥) ▲K3(면류) 등 4가지 시설을 각각 견학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키친투어’라고 명명된 오전 견학 코스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K3에서 시작돼 K1에서 끝났다.

이날 팸투어에 참여한 기자는 단 6명뿐이었다.. 이처럼 품이 많이 들면서도 홍보효과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즉 ‘가성비 낮은’ 팸투어를 진행하는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하림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림 관계자는 “아무래도 식품산업이라는 것이 결국 농업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보니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식품 산업쪽에 종사하는 것은 기피하고 대체로 IT나 자동차 쪽으로 몰리는 게 사실”이라며 “팸투어의 가장 큰 목적은 청년들을 식품 산업현장에 오게 해서 가슴에 작은 불씨라도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식품 산업도 하드웨어인 공장만 열심히 만들어 돌리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식품 업계에서 아무리 식품이 미래 유망 산업이라고 말로 떠들어봤자 젊은이들에게는 와닿지가 않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을 직접 보고, 느껴서 식품 산업에 대한 작은 비전이라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하림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팸투어를 개방, 투어 신청 후 무료로 공장 등을 견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다녀간 투어객들이 지난해만 해도 3만명에 달했고, 올해는 약 3만5000명에서 5만명이 될 것으로 하림 측은 예상하고 있다.

 

견학 코스 중간에 마련된 전시관에 하림의 주요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 투어 중 구매 가능하도록 온라인 ‘미식 마켓’ 구축

첫 견학 코스는 K3의 라면 제조 공정이었다. 도슨트는 “건면의 경우 하림은 타사와 달리 위에서만 열풍을 불어서 건조하는 방식이 아닌 120도 이상의 열풍으로 위·아래에서 동시에 면을 건조하는 방식을 도입해 식감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하림은 현재 면류 공정에 유탕면과 건면 각각 1개씩 총 2개의 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제품군 다양화를 위해 조만간 600억 이상을 들여 2개 라인을 추가로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하림은 기존 라면 시장에 없던 틈새시장인 어린이용 라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하림은 어린이용 라면 ‘푸디버디’를 편의점 등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키운다는 복안이다. 푸디버디는 나트륨 함량이 성인 라면에 비해 35% 이상 낮은 6세에서 8세를 목표로 한 어린이식 라면 브랜드다.

이어 자리를 이동해 K2 구역에서 즉석밥 제조 현장을 둘러봤다.

하림은 타사의 즉석밥과 달리 첨가물을 넣지 않고 오직 쌀과 물만을 넣어 밥을 짓는다. 회사 측은 밥맛의 확인을 위해 시식코너를 마련, 타사의 즉석밥과 하림의 ‘더 미식 즉석밥’을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도록 제공했다.

하림 즉석밥에서는 기존 즉석밥에서 나는 특유의 향과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림 관계자는 “저희 즉석밥에는 산도조절제나 보존제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즉석밥 제조 공정에서 혹시라도 유입될 수 있는 유해 물질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하림은 반도체 공장 청정도 수준(class 100)의 ‘클린룸’을 조성해 이곳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K3~K2를 거쳐 견학한 FBH는 하림의 풀필먼트 기술력이 집약된 곳이다.

하림 공장에서 갓 생산한 식품을 고객에게 곧바로, 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D2C(Direct to Customer) 비즈니스의 핵심 공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FBH는 공장과 물류센터가 하나로 연결된 국내 식품 기업에서 유일한 풀필먼트센터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 컨베이어를 통해 공장에서 바로 물류센터 창고로 이동한다. 여기에 아이스팩, 드라이아이스, 완충재, 보충재 등 포장도 모두 FBH 내에서 자체 생산·처리한다. 포장재는 실온, 냉동, 냉장 등의 상품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도록 하림이 직접 디자인 했다.

하림은 소비자들이 키친투어를 마치고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미식 마켓’을 구축 중이다. 여기서 구매한 제품은 가장 신선한 상태로 FBH에서 곧장 포장돼 집에서 바로 받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기자들이 하림의 동물복지 정책에 관해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 가스스터닝·에어칠링 등 고유방식으로 닭고기 ‘신선함’ 유지

오후에는 차로 10여분 떨어진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로 이동해 도계·육가공 공정을 볼 수 있는 ‘치킨로드’가 이어졌다.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는 최첨단 도계 및 가공, 육가공 설비뿐 아니라 동물 복지 및 환경친화적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다.

도슨트는 “저희는 도계시 가스스터닝, 에어칠링 등 8가지 공정을 두고 있는데 보통 기존 도계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하림만의 방식을 고수해 닭고기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도계장에 도착한 닭들은 조도·온도·습도가 조절된 공간에서 4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다.

본격적인 도계가 시작되기 전 가스스터닝 방식이 적용된다. 전기 충격을 통해 닭들을 실신시키는 보통 도계장과 달리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닭들을 잠재우는 방식이다.

특히 가스스터닝은 도계 첫 과정인 혈액 제거에도 효과적이라 닭고기의 신선함을 유지시킬 수 있다.

에어칠링은 차가운 공기를 이용해 41도의 닭 온도를 2도까지 낮추는 공법이다. 타사에서는 얼음물에 담가 온도를 떨어뜨리는 ‘워터칠링’을 사용하는데 이는 닭이 물을 흡수해 맛이 변형될 수 있고, 세균 오염에 집단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투어 막바지에 도슨트는 “공정의 마지막으로 가공 된 닭을 엑스레이로 촬영해 품질을 검사한다”며 “이를 통해 농장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파악하고 닭을 잘 키운 농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생닭이 안심, 가슴살, 다리, 날개, 목뼈 등으로 발골돼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이처럼 여러 단계를 거쳐 가공된 닭을 전문가가 부위별로 발골하는 과정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전문가는 생닭을 안심, 가슴살, 다리, 날개, 목뼈 등으로 발골해 차례대로 선보였다.

하림 관계자는 팸투어를 마치며 다시 한 번 하림의 품질 경영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저희는 제품에 약간의 하자만 발견되도 바로 폐기한다”며 “사소한 것이라도 하자가 있는 제품을 유통시키면 소비자들은 하림을 딱 그 수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고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연료 소모가 가장 많다고 한다. 하지만 순항 고도까지 올라가면 거기서부터는 기류가 안정되니 연료 소모도 적고 흔들림도 적다고 들었다”며 “하림은 비행기로 치면 순항 고도에 거의 다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공장 건립 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고 대략 내년 정도되면 순항 고도에 올라 안정적인 (경영)구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입구에 닭 모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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