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경쟁사 모략설' 거론하기도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올해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사업이 2구역을 필두로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남성이 현대건설 직원을 사칭하며 이 일대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다 적발돼 경찰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구역은 오는 6월 시공사 선정 공고와 9월 총회를 앞두고 있는데 벌써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배후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현대건설 직원 사칭범, 위조 명함도 사용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문제의 남성은 올해 초부터 현대건설 직원으로 행세하며 압구정2구역 인근 부동산 등을 돌아다니면서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에는 큰 관심이 없다"면서 "현대건설이 집중하는 곳은 압구정3구역이다”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그는 가짜 명함까지 건네면서 현대건설 압구정 재건축 영업팀 팀장으로 자신이 새롭게 교체됐다는 허위사실까지 유포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자신이 반포주공1‧2‧4주구까지 담당하고 있다는 등 거짓말을 퍼뜨리며 부동산 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시도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부동산관계자 등을 통해 소문이 나면서 오히려 그가 현대건설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고가 접수됐고, 현대건설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해당 인물을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장에 따르면, 피고소인은 지난해 12월부터 압구정2구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현대건설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허위 정보를 유포해 왔으며, 심지어 명함까지 위조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경쟁사의 조직적인 개입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피고소인의 신원과 경위,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 여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측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재건축사업과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심각한 업무 방해를 받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 압구정5구역에서도 유사한 사칭 사건 발생
한편 지난해 5월 압구정5구역에서는 삼성물산 리서치 매니저가 조합원으로 위장해 잠입하다 적발된 바 있다. 해당 인물은 채팅방을 통해 조합원들의 성향, 상담 내용, 동의서 제출 여부 등을 파악하고 상부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큰 파장이 일었으며, 조합 측은 공식 해명을 요구하며 진상 파악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를 리서치 매니저의 단순한 실수가 아닌, 재건축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면서 벌어진 조직적인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처럼 압구정지구 재건축을 둘러싸고 잇따라 논란이 발생하는 가운데, 압구정2구역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압구정2구역은 지난해 11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를 통과한데 이어, 압구정 6개 구역 중 유일하게 지난 13일 서울시보에 정비계획안이 고시됐다. 정비구역 고시는 사실상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됐다는 신호다.
현재 압구정 2구역에서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유수의 건설사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구역은 압구정동 434일대 신현대 아파트 9·11·12차 단지가 포함된 지역으로 1982년 준공 당시 27개동 1927가구가 지어졌다.
한강공원과 인접한 데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과 가깝고 현대백화점 등이 도보권에 있는 등 뛰어난 입지를 갖고 있다.
이번 계획안에는 이 구역을 2571가구로 재건축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은 321가구이고 최고 높이는 250m로 계획돼, 최대 65층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 공사비는 약 2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