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 "방사청,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 고집하며 한화오션 상대로 지속적 의혹 제기"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최근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방위사업청 회의가 아무런 결론없이 무위로 끝난 가운데 방위사업청이 특정업체와의 수의계약을 위해 ‘무리한 편들기’를 하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분과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회의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장시간 논의했지만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의계약 필요 사유, 공동 개발 방안 등을 더 검토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안건 내용과 분과위 의사결정 결과는 방위사업법 제6조 청렴 서약제도에 따라 방추위 최종 의결 전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KDDX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사청이 수의계약을 염두에 둔 듯한 모양새를 은연중 드러내면서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해 말부터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보관·활용 의혹 등을 제기하며 이를 계속 문제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시절에 KDDX 개념설계보고서 원본을 규정에 반해 보관했고, 이를 기본설계 제안서에 무단으로 인용했다는 것이 방사청이 거론하는 의혹의 핵심이다.
방사청은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보관·활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회, 국방부와 유관기관, 언론 등에 이같은 이유를 '수의계약 체결이 필요한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념설계 원본 보관 의혹 제기와 관련해서는 2012년 계약 당시에는 관련 근거가 아예 없었다”면서 “한화오션은 계약 당시 충실하게 규정과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고 반박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또 개념설계 원본 활용에 대해서는 "2021년 방사청의 보안심사위원회가 ‘이상 없음’으로 종결한 사항"이라며 때늦은 문제 제기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방사청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보관·활용 의혹을 무리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제기하는데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방사청은 원본 보관을 10년간 매년 심사하고도 스스로 이를 부정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보안규정에 따라 2023년 11월에 원본 반납이 완료됐음에도 1년이나 지난 시점인 지난해 11월 한화오션의 보안문제를 지적하고 나서 더욱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DDX 사업자 선정방식으로 갑론을박이 오가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시점이 묘하다"는 것이 업계 소식통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치명적 과오인 ‘군사기밀 탈취’ 범죄를 한화오션의 보안 문제와 동일시함으로써 수의계약의 장애물인 ‘도덕성’ 논란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그럴듯한 해석까지 나올 정도다.
방사청은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한다'는 기존 관행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담당했기 때문에 수의계약으로 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을 추진하려 할 당시 방사청 일부 직원이 "군사기밀 탈취 및 유포로 유죄판결을 받은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라며 이의제기를 하며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HD현대중공업 행태로 적발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항을 살펴 보면 2013년~2014년 사이 해군본부에서 불법 촬영을 통해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당시 불법으로 취득한 군사기밀에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 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Ⅲ 개념설계 중간 추진 현황 ▲장보고-Ⅲ 사업 추진 기본 전략 수정안 ▲장보고-Ⅰ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 국가기밀 3급 자료들이 망라돼 있다.
이 때문에 방사청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보안감점 처벌을 받은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면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탈취 및 유포 행위는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행위였음이 드러났다"며 "반면 한화오션의 보안문제는 방첩사가 ‘입건 전 조사’를 하는 단계로 아직 수사도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형평성 문제를 거론했다.
이 관계자는 “방사청이 이를 동일선상에 두고 두 업체가 모두 ‘도덕성 흠결'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관례에 따라 수의계약을 강행한다면 결국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 17일 사업분과위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과 관련해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따라 방사청은 오는 4월 2일로 예정된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이전에 조만간 사업분과위를 소집해 사업추진 방식을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