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3D프린팅 기술로 ‘나노 구조 발광 패턴’ 세계 최초 규명
  • 조창현 기자
  • 승인 2024.07.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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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표재연 박사 “첨단 디스플레이, 양자 분야 기술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

[인더스트리뉴스 조창현 기자]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해상도가 높다’는 말은 한 화면 안에 화소 수가 많다는 의미다. 화소간 밀도가 높아지면 영상이나 사진은 보다 정밀하고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에 화소에 대한 밀도를 높이기 위해 발광 소자를 마이크로미터를 넘어 나노미터 수준까지 작게 제작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3D프린팅 기술로 ‘나노 구조 발광 패턴’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사진=KERI]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표재연 박사팀이 3D프린팅된 나노 구조 발광 패턴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고,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내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고 22일 밝혔다. 표재연 박사는 지난해 나노 3D 프린팅 기반 회절격자 제작 기술도 제작한 바 있다.

표재연 박사는 “나노 영역에서 진행하는 광물리 연구는 시편 제작이 어렵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며, “연구팀은 간단하고 유연한 3D프린팅 플랫폼으로 나노 구조에 대한 발광 양상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표 박사는 “관련 연구 결과는 국가전략기술인 첨단 디스플레이나 양자 분야 기술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 위해 전자기파 시뮬레이션 등 진행

KERI에 따르면 발광 소자 크기가 수백 나노미터 수준까지 작아질 시 빛과 물질간 상호작용에 특이한 변화가 발생해 전형적이고 일관된 기존 발광 패턴과는 차이를 보이게 된다. 다만 관련 패턴에 대한 이해는 나노 발광 소자에 대한 실제 활용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필수 요소다.

이에 표재연 박사 연구팀은 나노 포토닉 3D프린팅 기술로 수년간 디스플레이 분야를 연구하며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나노 구조에서 관찰되는 ‘고지향성(Highly directional) 발광 패턴’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만드는 데에는 KERI가 보유한 기술력도 도움이 됐다. KERI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존 화학적·물리적 증착법으로는 발광 소재를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크기로 균일하게 제작하기가 어렵지만, KERI 3D프린팅 기술은 인쇄 노즐 구경으로 구조물에 대한 직경을 한정할 수 있어 발광 소재를 원하는 위치에 필요한 크기로 신뢰성 있게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표재연 박사팀은 3D프린팅 기술로 나노미터에서 마이크로미터 수준까지 정교하게 구현한 시편을 통해 발광 양상을 실험적으로 측정하고, 심층 분석과 교차 검증을 위해 전자기파 시뮬레이션도 함께 수행했다.

연구 결과 표 박사 연구팀은 발광 소자 크기가 직경 300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아지면 공간 제한으로 인해 빛 내부 반사가 없어져 일직선으로 한 방향에만 전파되고, 빛이 방출될 때 높은 지향성을 갖는 발광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빛이 구조물 내부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파되고 관련된 중첩으로 인해 넓은 발광 패턴을 보이지만, 나노선 구조에서는 일직선인 단일 경로만 존재해 고지향성 발광 패턴을 보인다는 뜻이다.

높은 지향성으로 일직선 발광 형태를 띠는 나노선(왼쪽)과 넓은  발광 패턴을 보이는 마이크로선(오른쪽)을 비교한 시뮬레이션 [자료=KERI]

“다양한 광물리 현상 계속 규명할 것”

연구팀이 밝혀낸 특성은 디스플레이와 광 저장매체, 암호화 장비 등에 대한 성능을 크게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기존 넓은 발광 패턴을 갖는 구조물들은 가까이 모이면 서로 중첩되거나 뭉개지는 ‘광신호 간섭(Optical Crosstalk)’이 발생하지만, 고지향성 발광 패턴을 갖는 나노선은 높은 밀도로 모여도 화소간 구분이 명확히 가능하고, 정보 해석에 왜곡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KERI는 관련 특성이 고성능 장치 구현에 활용될 수 있음을 연구진이 실험적으로 제안해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연구팀은 새롭게 진행한 연구 성과에 대한 응용 및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새롭게 진행한 연구는 초소형 발광 소자가 활용될 수 있는 △AR 및 VR 등 가상현실 △빔 프로젝터 △광 저장매체 △광 집적회로 △암호화 기술 △보안 인쇄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을 것”이라며, “향후 원하는 구조물을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나노미터 영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광물리 현상을 계속해서 규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화학회가 발행하는 나노과학 분야 최상위급 SCI 학술지에 표지논문으로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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