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피해 1조원 규모로 예상돼...여타 생산라인은 문제없어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현대트랜시스 노동조합 파업 여파로 변속기 납품이 중단되며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췄다.
성과급을 둘러싸고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번 파업은 노사가 ‘강대강’ 양상을 보이고 있어 생산 차질로 인한 현대차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져 손실액이 1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5일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노조)에 따르면 울산1공장 공정사업부는 전날 회의를 열고 이날부터 8일까지 11라인을 휴업하기로 했고, 이를 노조 측이 받아들이며 결국 일부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현대트랜시스 파업 여파로 울산1공장 11라인은 휴업하고, 전기차 생산라인인 12라인도 파업 여파 및 (캐즘에 따른) 전기차 재고 과다로 18일까지 가동이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의 지곡공장은 국내 최대 자동변속기 생산 거점이다. 지난해 생산량은 약 400만개로, 공급 문제가 발생한 무단변속기(IVT)를 비롯해 5단 하이브리드 변속기, 8단 전륜 변속기, 8단 후륜 변속기 등을 생산한다.
이같은 현대트랜시스의 장기 파업은 주요 부품을 공급받지 못한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차질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예정대로 8일까지 파업이 지속되면 현대차·기아의 생산 차질 물량이 각각 1만2000대와 1만5000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원 대에 이르는 규모다.
이에 현대차는 코나 생산을 잠정 중단했고, 기아는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줄이고 주말 특근을 취소하는 식으로 셀토스와 K5, K8, 카니발 생산 물량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울산1공장 11라인을 제외한 다른 라인과 여타 공장들은 생산에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6월부터 진행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난항을 겪자 지난달 8일 충남 서산 지곡공장 부분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11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사 양측의 가장 큰 쟁점은 성과급의 규모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약 11조7000억원)의 2%(약 2340억원)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가 제시한 성과급 규모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169억원)의 2배에 달할 정도로 과도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대트랜시스 노조 측은 현대차로 납품되는 판매단가가 지나치게 낮아 이를 높여 영업이익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완성차(현대차) 영업이익은 10%에 육박하는데 현대트랜시스 영업이익은 고작 1% 수준이어서 초과이익 대부분이 완성차로 쏠리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현대트랜시스 미션 판매단가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현대차에) 팔린다는 사실을 알고 현대차 양재 본사에 문제 개선을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현대트랜시스 사측은 바지(가짜) 사장이어서 아무런 개선책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조합원 분노가 양재동을 향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현대트랜시스 사측은 “(영업이익 현실화 주장은) 노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회사는 영업이익이 난 것으로 통해 해마다 성과급을 올려왔는데, 노사의 눈높이가 너무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또한 "노조측에 대화를 위해 협상 테이블로 올라와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