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항공우주, 글로벌 정세 민감...매출처 변화·타 산업 전환도 어려워
[편집자주] 올해 상반기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비주력 사업부문인 한화비전·한화정밀기계를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산하로 편입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상방산·우주항공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력사업에 대한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분할 직후 첫 분기였던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익 기록을 세웠다. 분할 후 첫 걸음부터 ‘어닝서프라이즈’를 거두며 성공적인 새출발을 예고한 셈이다. 문제는 사업분할 후 사업다각화 및 시너지 효과가 상실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역시 상존한다는 점이다. 방산·우주항공 산업은 국제 정세와 시황에 매우 민감한 업종인 동시에 매출처 변경과 타산업으로의 전환이 어려워 유연성이 떨어지는 태생적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적분할 리뷰’ 상(上)편에서는 인적분할 이후 재무적인 측면을 짚어보고, 하(下)편에서는 사업다각화 효과 상실에 따른 취약점에 대해 들여다볼 예정이다.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분기 한화비전·한화정밀기계 부문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한화인더)로 인적분할 됐음에도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익 기록을 세우며 성공적인 새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인적분할에 따른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남은 방산·항공우주, 두 사업부문이 글로벌 정세 등 '불가항력적' 요인에 민감하다는 점과 이러한 상황변화에 매출처 변경·타 산업으로의 전환 등 대응이 어려워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보안·산업용기계 부문 과의 사업다각화 효과로 이에 대한 어느정도 대처가 가능했지만 분할 후 이마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월 공시한 투자설명서에서 인적분할로 인해 “사업 다각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 제약이 우려 된다”고 밝혔다.
분할 이전 방산, 항공우주, IT 보안솔루션(한화비전), 산업용기계(한화정밀기계) 등의 사업부문을 갖고 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분할 후 방산·항공우주으로 사업영역이 축소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평했듯이 이전보다 사업다각화로 인한 수혜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방산·항공우주 모두 글로벌 정세 등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분기영업익 기록 경신의 1등 공신인 방산 부문은 현재의 글로벌 안보 수요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글로벌 정세 변화시 역으로 실적이 급감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위산업의 경우 추후 세계 국방비 예산 중 획득 예산의 감소 및 국내 국방비 감소 시, 방산업체의 수주계약이 감소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 이같은 취약점에 대해 시인했다.
더군다나 방위산업은 계절의 영향을 받는 특성도 지니고 있다. 각국 정부의 예산 편성 일정에 따라 수주실적이 통상적으로 '상저하고' 곡선을 그린다. 계약간의 공백기로 인한 실적의 '보릿고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 1분기가 대표적인 예다. 분할이전인 지난 1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영업익 374억원,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라는 ‘어닝쇼크’를 겪었다.
원인은 지상방산의 실적 감소였다. 1분기 지상방산 부문은 41억원의 적자를 냈다. 폴란드 K9 수출 일정에 따른 출하감소가 원인이었다.
방위산업과 항공우주 부문은 산업 특성상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등 고정비 지출이 많기 때문에 출하감소가 실적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행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인더로 편입된 한화비전의 활약 덕분에 1분기 적자를 면했다.
한화비전은 당시 북미·유럽 CCTV사업 호조로 매출 3100억원, 영업이익 520억원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체 사업부문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익을 거뒀다.
한화비전을 통해 적자를 모면한 1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다각화로 인한 수혜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방위산업과 우주항공 산업 모두 타 산업으로의 전환, 또는 매출처 변경이 어려운 상당히 ‘유연성’이 떨어지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시를 통해 “시장 상황이 비우호적일 경우 매출처 변경, 타 산업으로의 전환 등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투자자에 경고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사업다각화 감소, 수주산업 특성상의 실적 편차 문제는 회사차원에서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하고 있다"며 "인적분할의 취지인 경쟁력 제고를 통해서 이 같은 리스크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