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기차·관세부과’ 트럼프 정책 기조에 美 현지 공장 증산에 무게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하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수출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미국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역대 최고 실적 경신의 기반이 된 미국 사업 방향을 향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8일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송선재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 일부 위협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트럼프 2.0과 자동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송 연구원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보다 불편한 시장 환경에서 경쟁해야 할 것"이라며 “가장 큰 변수는 거시경제 지표 및 정책의 전환, 그 중에서도 환율과 관세가 우선이고 그 다음은 자동차 산업 정책의 변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트럼프의 공약과 발언들이 전부 현실화된다면 한국 자동차 업체들에게 전반적으로 중립 이하의 영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높아져 있고 시장 대응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극복할 수 있는 영향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우선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발 대미 수출 물량(57% 비중)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부 수익성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에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된 만큼 차기 미국정부에서는 자국 완성차 업체 우대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 가운데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730만4000대) 합계 기준으로 미국 판매량은 165만2821대로 전체의 약 23%다. 한국과 유럽의 각 판매율 18% 보다 높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내세워 미국시장을 공략, 지난 2022년 이후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제치고 전세계 판매량 3위의 자동차 메이커 자리를 꿰찼다. 특히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6만1883대로 전년동기 대비 60.9%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이처럼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 끌어 올려온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백악관에 재 입성한 트럼프의 ‘반 전기차’, ‘관세 부과’ 등의 정책 기조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는 후보 시절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관세 부과를 공언해 왔다. 이같은 공약이 현실화 된다면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장벽에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관세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현지 생산량 증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10월부터 가동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인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와 앨라배마 공장 등 미국 내 기존 생산 공장을 활용한다면 수출 관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송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을 늘려 왔지만 현지 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모델들도 있고, 글로벌 생산 최적화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IRA(인플레이션감축법) 규정에 따라 HMGMA에서 만들어진 전기차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도 받을 수 있어 이 공장의 증산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IRA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한해 1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의 반 전기차 기조로 그가 취임하는 내년 초 이후에는 보조금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전망은 변수로 남아있다.
송 연구원은 "트럼프의 주장대로 IRA 보조금 축소 등 친환경차 정책이 후퇴하면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같은 부정적 영향이 길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 연구원은 “한국 완성차들은 전기차 이외에도 내연기관차 및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차종으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