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이로다" 공화당 텃밭 환영 속 공장 짓는 삼성·SK하이닉스...트럼프 칼날 피할까?
  • 홍윤기 기자
  • 승인 2024.11.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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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에 '반도체 지원법' 존속 기로...美 공장 짓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우려 제기
양사 모두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와 인디애나 선택...트럼프 공화당 정부의 칼날 피할 가능성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건설하고 있는 '테일러팹'(왼쪽)과 지난 4월 3일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대에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투자와 공동 연구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멍 치앙 퍼듀대 총장/ 사진 = 삼성전자, 퍼듀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에 건설하고 있는 '테일러팹'(왼쪽)과 지난 4월 3일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대에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투자와 공동 연구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멍 치앙 퍼듀대 총장/ 사진 = 삼성전자, 퍼듀대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CHIPS and Science Act of 2022)가 지속될지 여부에 국내 업계가 우려섞인 시선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텍사스와 인디애나에 반도체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트럼프 출범 2기를 앞두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칩스법에서 약속한 보조금 수령 여부 뿐 아니라 예정된 가동 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적 관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인디애나주에서 벌이는 대규모 경제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지 않을 가능성 역시 크다는 견해 또한 만만치 않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석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반도체 지원법(칩스 법)’ 개정 또는 연기, 중국향 반도체 수출 규제 심화 등의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8월 제정한 칩스 법에 따르면 5년간 약 527억달러규모의 지원금과 25% 세제 혜택 등이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3조8613억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팹)을 건설중이다. 테일러팹은 2026년 가동할 계획이며, 이후 첨단 패키징 설비를 2030년까지 확충할 방침이다. 총 투자 규모는 450억달러(약 63조1624억원)에 이른다.

미 상무부는 테일러 팹 건설대가로 삼성전자에 64억달러(약 8조9796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미 상무부는 또한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짓는 SK하이닉스에 4억5000만달러(약 6313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트럼프 2기가 내년 1월 출범하고 우려한 대로 칩스법을 개정 또는 연기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속된 보조금을 실제로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보조금 지급 보다 더 큰 문제는 해당 공장들이 과연 정해진 일정에 맞춰 가동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다. 가동 자체가 무기한 연기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석환 애널리스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칩스법 개정 등을 통해 보조금 축소 및 지연이 이뤄진다면 국내 메모리 반도체들의 미국 투자 규모 감소와 미국 팹 가동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긍정적 측면도 없지는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장을 짓는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 모두 공화당의 텃밭이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선거자료를 살펴보면 47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인디애나주에서 62%의 득표율로 승리를 거뒀다. 텍사스주에서도 득표율 56.3%로 해리스 후보를 눌렀다.

대선과 함께 치른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4년만에 상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하는 등 양원 모두를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공화당 정부가 자신들의 텃밭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 설립에 제동을 가하기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 예로 삼성전자는 지난 1996년 텍사스주에 첫 반도체 시설인 오스틴 사업장(SAS)을 설립했다. 당시 주지사는 조지 W.부시 전 대통령(공화당)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설비가 들어서려면 전력, 용수, 지원금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데 당시 텍사스주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오스틴 공장이 설립될 수 있었다”고 회고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미국에서 약 1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총 45억달러(약 6조3328억)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도 현지 지역사회에서 환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디애나주는 SK하이닉스 생산기지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는 "인디애나주는 미래 경제의 원동력이 될 혁신적인 제품을 창출하는 글로벌 선두주자"라며 "SK하이닉스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장기적으로 인디애나주와 퍼듀대를 비롯한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해당 생산기지와 연구개발(R&D) 시설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 등 첨단 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대와도 반도체 연구·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자국우선주의로 비판을 받아도 자국에 도움이 된다면, 또는 일자리 창출 등으로 정치적인 도움이 된다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공장 설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집권하기 전까지 향후 칩스법의 향방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공화당 텃밭에서 벌어지는 사업을 쉽게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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