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권선형 기자] 겨울을 앞두고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프랑스가 에너지 가격 인상 상한선을 4%로 동결했다. 원전 가동 중단과 러-우 위기로 에너지값이 상승한 데 따른 조치다.
KOTRA 곽미성 파리무역관에 따르면, 내년 프랑스 전기 도매가(Prix de gros de l’electricite)는 작년 동기 85유로에서 10배 이상 치솟아 1,000유로 이상을 기록한 데 이어 가스 가격 또한 신기록을 경신하며 상승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버그 에너지 연구원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 에너지 시장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이며, 이 상황이 최소한 2024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의 원전 부식 문제가 해결되는 데에 2년 정도가 걸린다고 볼 때, 2024년 이후에나 에너지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에너지 값이 치솟자 대체제인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 주요 TV 채널인 TF1은 전기와 가스 가격이 지속 폭등할 것으로 예상되자 최근 주택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프랑스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양광 패널은 설치비용이 높은 편이지만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이 있어 지금과 같은 높은 에너지 가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KOTRA 곽미성 파리무역관은 “최근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원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에너지 비용을 수십 년간 절약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전자제품도 물과 전기 등의 에너지 소비 절약이 가능한 제품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가동중단으로 전기가격 상승한 프랑스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에너지 소비에 있어 러시아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의 송전망으로 공급되는 전력의 95%는 프랑스에서 생산되고, 그중 75% 이상은 최종소비에 사용된 후 나머지는 수출된다.
프랑스 전기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노후화와 가뭄으로 인한 원전의 가동중단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프랑스 전력의 약 67%가 원자력에서 생산되지만, 현재 프랑스 원자로의 절반이 노후화와 폭염, 가뭄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프랑스 국영 전기회사 EDF는 2022년 프랑스의 원자력 전기 생산량이 지난 30년을 통틀어 가장 적은 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의 경우 원전 가동중단에 따른 타격이 크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에너지 위기를 겪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가격 인상 상한선 동결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9월, 올해 6월까지 프랑스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대 4%로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지난 6월 이 정책을 2022년 12월까지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통계청에서는 이 장치가 없었을 경우 프랑스 소비자들에게 현재의 8배에 달하는 전기요금이 청구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프랑스는 가스 가격 또한 2021년 10월 수준으로 동결을 선언했다. 프랑스 통계청은 이 조치가 없었을 경우 현재의 3배로 요금이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프랑스 경제부장관은 지난 9월 6일, 에너지 요금 인상률 제한책을 2023년까지 연장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지난 7월 2일,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 요금 지원책을 발표했다. 지원 금액은 회사의 영업 손실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최대 5,000만 유로까지 가능하다. 특히 철강, 금속 및 유리 제조, 화학, 합성고무 등을 포함한 26개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독일과 전기 가스 맞교환, 에너지 협력
프랑스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과 손잡았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이 러시아와 독일 사이 가스관의 전면 중단 연장을 발표함에 따라, 프랑스는 독일과 에너지 위기에 함께 대응한다고 발표했다. 필요한 경우 프랑스는 독일에 가스를 보내고, 독일은 프랑스에 전기를 보내는 방식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EU 차원의 가스 공동구매와 러시아의 가스 가격 상한제에 대해 우호적인 의견을 밝혔다.
기업 중심 절전 촉구 캠페인 이어져
프랑스 정부는 연말 전력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에너지 소비 절감 노력을 지속 촉구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4년까지 프랑스의 에너지 소비량 10% 감소를 목표로 설정하며 이번 겨울 난방온도를 최대 19도에 맞출 것을 권고했다.
정부의 에너지소비절감 촉구에 따라 기업들은 각각 상황에 맞는 에너지 절약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에어 프랑스의 경우, 경량 소재로 항공기 좌석 변경, 기내 비치품 축소, 주기 시 엔진 가동 시간 축소, 운항항로 최적화 검토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국영 프랑스 철도(SNCF)의 경우 비탈길과 정차 시 모터가동 시간 단축, 급가속 급정차 금지 등의 열차 운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KOTRA 곽미성 파리무역관은 “추운 겨울을 앞두고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에너지 비용 절약과 관련한 상품과 산업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