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K-배터리 3사가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경영실적 발표와 함께 향후 사업 전략을 공유했다. 전기차 캐즘 현상으로 배터리 시장도 일시적인 정체기를 보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할 것이라는 공통적 전망과 함께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는 설비투자 규모 유지를 통해 미주 내 P6 배터리의 공급을 확대하고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및 LFP배터리의 양산 준비와 함께 신규 고객 수주 활동에 나선다.
SK온은 전기차 수요 회복 기대와 고객사 신차 라인업 확대에 따른 전방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으며, 수요 개선과 원가 절감 활동을 토대로 하반기 중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 배터리 판매 호조로 상반기 1,95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LG에너지솔루션은 대외 불확실성의 여파로 2024년 연간 매출을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북미, 유럽 주요 고객사의 신차 출시와 IT 고객사, ESS 수요 등에 따른 대응으로 매출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7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에서, 2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26.9%, 26.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전월 대비 각각 0.3%의 시장점유율 하락을 기록했다.
글로벌 톱10에 든 기업 외 기타에서 시장점유율 확대가 이뤄져 이차전지 제조업에 뛰어들고 있는 신생기업 출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시도와 일본 완성차 기업의 배터리 합작사 설립, 중국 신생기업 출현 등 잠재력 높은 이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K-배터리 3사, 전기차 캐즘… 유럽시장·ESS 등 판로 확대 나서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7월 판매된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192.8GWh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성장했다.
2024년 1~7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6.9%(50.4GWh) 성장하며 2위를 유지했고 SK온은 5.3%(20.5GWh)의 성장률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삼성SDI는 3사 중 가장 높은 18.8%(18.8GWh)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1%p 하락한 46.5%를 기록했다.
K-배터리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은 전기차 탑재 모델 판매량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SDI는 △BMW i4, i5, iX와 △아우디 Q8 e-트론(Tron) △피아트(FIAT) 500 일렉트릭(Electric)이 유럽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나타냈고 북미에서 △리비안 R1T/R1S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급감했다. 그러나 오는 4분기 중 전기차 배터리 수요 회복을 예상하며 수요 회복 시점이 늦어지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전지 산업이 고성장할 것이라 전망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미주 내 P6 배터리의 공급을 확대하고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및 리튬인산철(LFP)의 양산 준비와 함께 신규 고객 수주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SK온은 연초 판매량 부진을 보인 △현대차의 아이오닉5, EV6, EV9와 △포드 F-150 라이트닝(Lightning)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 모두 SK온의 4세대 배터리가 탑재된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출시돼 향후 EV9과 함께 글로벌 판매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올해 2분기 기준 출범 이래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초기 비용 증가 등 영향에 따라 영업손실 4,6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온은 하반기 메탈 가격 하향 안정화에 따른 전기차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와 고객사 신차 라인업 확대에 따른 전방 수요 증가를 예상하며 수요 개선과 원가 절감 활동을 토대로 하반기 중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 모델3/Y △폭스바겐 ID.4 △포드 머스탱(Mustang) 마하(Mach)-E △GM 캐딜락 리릭 등 유럽과 북미에서 높은 인기를 보이는 차량들이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 성장세를 견인했다. 특히,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판매량이 잠시 주춤했던 테슬라 모델3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배터리 사용량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 현대차그룹과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NCMA 배터리셀을 탑재한 △기아의 콤팩트 SUV EV3와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이 공식 출시돼 소비자들에게 인도되고 있다. HLI그린파워는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해 아시아의 신규 생산 거점으로써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 전기차 수요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유럽 및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컸으나 북미 지역 배터리 판매 호조로 IRA 세액 공제 효과가 2배 이상 증가하며 전분기 대비 24.2% 영업이익 1,95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편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속도 조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2024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북미, 유럽 주요 고객사의 신차 출시에 따른 출하량 확대와 IT 고객사의 프리미엄 제품 수요 대응, 전력망 ESS 판매 확대 등 기회요인을 적극 활용해 매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나소닉, 테슬라 판매량 호조에 따라 시장점유율 회복 노려
일본 업체 중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린 파나소닉(Panasonic)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18.8GWh를 기록하며 5위에 올랐으나 전년 동기 대비 25.4% 역성장했다. 파나소닉의 주요 역성장 원인으로는 연초 △테슬라 모델3의 페이스리프트로 인한 판매량 감소로 분석된다. 최근 모델3의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파나소닉은 개선된 테슬라향 2170 및 4680 셀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테슬라를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외 시장에서도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CATL은 11.0%(51.9GWh)의 성장률울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테슬라 △메르세데스(Mercedes) △폭스바겐 △현대 등 전 세계 주요 OEM들이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CATL은 올해 2분기 매출 870억위안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123.6억위안을 기록하며 사상 세 번째로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CATL은 올해 4월 고성능 LFP배터리 셴싱플러스(Shenxing Plus)를 출시했고, 하반기 NCM 신제품 킬린(Qilin)을 출시할 예정이다. 2개의 배터리 신제품 모두 이미 탑재 차량을 다수 확정 지어놓은 상황으로 중국 내 점유율 추가 확대가 기대된다. 특히 브라질, 태국, 이스라엘, 호주 등 중국 내수시장의 공급 과잉 이슈를 해외 수출로 해소하며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2024년 1~7월, 중국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10%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차전지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에도 중국은 내수 소비 진작 정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을 통해 안정적으로 시장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BYD, 지리(Geely), 상하이자동차(SAIC)와 같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배터리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유럽과 신흥국으로의 진출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OEM들의 LFP 도입 확대와 화재 안전성 우려 증가, 미국 대선 리스크로 현재 LFP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우수한 기술력의 중저가 제품 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점유율 확대를 위한 K-배터리 3사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