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높은 안정성과 경제성을 기반으로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분야에서 주목되고 있는 기술이다.
중국이 LFP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특허의 질적 경쟁력과 새로운 연구 방향을 통해 기술적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특허 경쟁, 중국 독주 속 한국 핵심 특허 부각
SNE리서치의 <LFP 특허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은 LFP 관련 특허 출원에서 전체 63%에 달하는 4,695건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 수로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미국(11%)과 유럽(9%)이 뒤를 잇고, 한국은 10% 비중의 726건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특허 출원 수 이상의 데이터를 보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특히 특허의 피인용 횟수와 특허 패밀리 수(같은 발명에 기반한 특허들의 모음: 특허의 국제적 범위 및 확장성을 나타냄)를 기준으로 평가되는 핵심 특허 수에서는 한국의 LG화학이 16건으로 글로벌 선두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G화학이 단순한 양적 특허 경쟁을 넘어 실질적으로 기술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고품질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의 연구 방향 전환과 CTP 기술로 재도약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한국은 LFP배터리 연구를 통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NCM(니켈·코발트·망간) 고니켈 양극재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국내 연구 방향은 NCM 중심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LFP 관련 연구는 한동안 정체기를 겪었다.
최근 CTP(Cell to Pack) 기술의 발전이 LFP배터리 연구를 다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CTP 기술은 배터리 셀을 모듈화하지 않고 팩 단위로 연결해 LFP 배터리의 낮은 에너지 밀도를 보완하면서 제조 비용 절감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기반으로 한국 기업들은 다시 LFP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2020년 이후 관련 특허 출원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 기업들은 뒤늦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말부터 중국에서 LFP배터리 생산에 들어갔고, 삼성SDI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ESS용 LFP배터리 개발에 들어갔다. SK온은 2023년 3월, K-배터리 3사 중 최초로 전기차용 LFP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6~2027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글로벌 LFP 시장에서 특허 수로는 중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한국은 기술의 질적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며 미래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NE리서치는 이번에 출시된 특허리포트에서 “LG화학과 같은 한국 기업들이 높은 피인용 특허와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SNE리서치 관계자는 “안정성과 경제성을 겸비한 LFP 배터리는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저장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은 핵심 특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해 기술적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