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2심 판결 치명적인 오류… 상고심 통해 바로잡겠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4.06.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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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언론 대상 항소심 관련 기자간담회… SK측 “SK C&C 주식 가치증가 기여분 최소 10배 오류”
-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
-항소심 재판부, 이날 판결문의 오류 수정....향후 대법원의 최종 판정에 더욱 눈길 쏠려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해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면서 “법원의 판단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상고심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 회장 측이 그동안 ‘6공 비자금 300억원 유입’ 등을 인정한 재판부 판단에 이의를 제기해왔으나, 구체적 판결 내용에 대해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회장이 재판부를 상대로 이처럼 정면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태원 “항소심 재판부 치명적 오류 있어 상고 결심”

17일 오전 최 회장은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재산 분할 관련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면서 “‘SK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SK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6공화국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저뿐 아니라 SK그룹 모든 구성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면서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며 “앞으로 이런 판결과 관계없이 제 맡은바 소명인 경영 활동을 좀 더 충실히 잘해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SK그룹 “항소심 재판부, 대한텔레콘 주식 가치 산정 심각한 오류”

이어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의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되었다는 것이 변호사측의 주장이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태원 회장에게 지난 1994년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해 11월,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판결에서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고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계산을 바탕으로 1994년부터 1998년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각각 판단했다.

최태원 SK 회장 측이 주장한 항소심 재판부의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계산 오류. [자료=SK그룹]
최태원 SK 회장 측이 주장한 항소심 재판부의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계산 오류. [자료=SK그룹]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가 선대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하며 최 회장에 내조한 노소영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 재산 분할 비율을 65대35로 정함으로써 약 1조3800억원의 재산 분할을 판시했다.

하지만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이같은 판단에 대해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들은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이 35.5배로 10분의 1로 줄어들면서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한다고 항변했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에 이러한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 변호사는 “이와 같은 심각한 오류와 더불어 ‘6공 유무형 기여’ 논란 등 여러 이슈들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번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면서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오히려 6공과의 관계가 이후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상고심을 통해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그룹 관계자는 “SK와 구성원들의 명예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곡해된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일을 다할 예정”이라며 “물론 부단한 기술개발과 글로벌 시장 개척 등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이날 판결문의 오류 수정해...다만 1조3000억 선고금액은 그대로

한편 항소심 재판부가 이날 판결문의 오류를 수정하면서 향후 대법원의 최종 판정에 더욱 눈길이 쏠리게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문을 17일 경정(수정)했다.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SK C&C의 전신인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변경한 것이다.

앞서 재판부는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각각 355배와 12.5배로 최회장의 기여도가 월등히 높다고 판단했지만 이번 오류 수정에 따라 양자간의 기여도는 35.6배와 125배로 역전되게 됐다. 다만 재판부는 재산분할액 1조3800억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세기의 이혼소송에 또 한번의 반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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